아마도?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만화 주인공과 같은 삶을 꿈꾼다. 한 번뿐인 인생,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하면서 말이다. 물론 두말할 필요 없이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난 만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슬프게도!)
만화의 주인공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혈통이 좋거나,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엄청난 인물을 스승으로 두었거나 등등 게임으로 치면 치트키를 두르고 시작하는 인물들이 많다.
(심지어 한 가지만 있어도 인생이 펴는데 간혹 저 모든 걸 날 때부터 다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만화 주인공은 목표를 가지고 여정을 떠남에 따라 좌절도 하고, 슬픔도 겪지만 결국에는 성공이 보장되어 있으며 주인공답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잘만 위기를 넘어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만화 주인공은 마지막 결말에 높은 확률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10대 때는 사춘기를 겪으며 세상의 중심이 마치 나인 듯, 세상에서 잘난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듯이 생각한다. 물론 그때가 가장 터무니없는 생각과 이상에 갇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란 사람은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고,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며, 전부터 가지고 있던 한 가지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된다. '어라? 나 사실 만화 주인공이 아니라 그 주인공 주변에 있는 이름 없는 엑스트라 A 아닌가?' 하는 생각.
세상에 잘난 사람은 너무나 많고,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적은 시간을 들여 나보다 완벽하게 처리하는 사람들을 보며, 현실의 벽 같은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현실'이라는 말이 되겠지.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이런 것이 있다. 좋다. 만화 주인공의 위치는 내려놓았다 치는데 막상 그 주인공 주변에 있는 이름 없는 엑스트라 A의 삶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는 것이다.
아무도 몰라주지만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삶, 어쩌면 주인공의 여정만큼이나 쉽지 않은 삶이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평범함의 기준은 한없이 높기만 하다.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연말에 '현타'가 왔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서... 과연 나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나는 쌓은 연차만큼 밥값을 하는 사람인가? 같은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찼다.
새로운 업무를 배운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여전히 실수하고,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주변에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나 혼자만이 느끼는 초조함과 불안함이 있다.
그러다 든 생각이 내가 어릴 적 꿈꾸던 삶은 만화 주인공과 같은 삶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릴 적의 나를 만나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내야겠다. 미안. 이 못난 어른은 결국 현실이라는 벽에 졌단다.
이젠 그때의 용기와 패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그렇지만 그것들 대신, 돈이라는 안정감과 소소한 인생의 행복 속에 살고 있어.
비록 내 인생은 만화 주인공 같은 삶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한 사람에게라도 기억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