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는 생명이 아니니까요.

꺼져줄래 제발

by Erebus


중국의 웹툰 작가 슁둔의 <꺼져줄래 종양군!>을 바탕으로 한 영화 꺼져버려 종양군을 봤다. 종양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작가의 암 투병기를 그린 이야기이다. 암이라도 하면 흔히 불치에 가까운 무서운 병, 그리고 미디어에서 많이 보여주는 암환자의 행색에 관한 스테레오 타입들이 있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슝둔은 그런 모습들을 하나하나 깨부수는 모습으로 나온다.


물론 그녀는 29살의 짧고도 긴 인생의 생일날에 직장에서 잘리고 남자 친구에겐 차이고, 심지어 암까지 걸리고 마는 불행한 여인 중 제일 불행한 여인이지만. 타고나기를 긍정의 화신으로 태어난 그녀. 자신이 암(림프 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자신을 담당하는 주치의 리앙을 보고 반해버리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캐릭터이다.


뭐 이제 겨우 29살이겠다. 거기다 시한부라니. 지금부터 못해 본 것들 다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주치의인 리앙 꼬셔보기부터 바람난 전 남자 친구에게 복수하기, 친한 친구의 갑질 직장상사에게 맞짱 뜨기,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꿈에 그리던 만화가가 되기까지!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미처 하지 못했을 일들을 계획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녀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세 명의 친구들. 슝둔에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늘 함께인 그야말로 고마운 친구들이다. 인생에서 이런 친구들 셋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두렵지 않을 거 같은 친구들 덕에 슌둥은 자신이 암환자라는 사실도 잊고 더 대범하고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만 보자면 좀 흔하게 볼 수 있는 B급 로맨틱 코미디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돋보이는 건 이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과, 무한한 긍정의 힘이 있다는 것. 실제로 슁둔 작가는 자신의 암 투병기를 sns에 올리면서도 결코 우울하거나 어두운 내용들을 올리지 않았다. 언제나 밝고 활기찬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한국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이었던지라, 별그대 패러디도 들어가 있고 만화적 상상력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 부분, 다양한 것들의 패러디도 모두 다 볼 수 있다. 어쩌면 좀 유치하고 뻔하기도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기에 썩 나쁘지 않은 것들이다.


주인공인 슝둔, 백백하의 연기는 그야말로 상큼 발랄 그 자체로 훌륭한 원작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배시시 웃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영화가 모두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이런 물음을 가슴에 남긴다. '한번 사는 인생, 나 잘 살고 있나?' 그럼 슝둔이 이렇게 대답해 줄 것이다. '당신 잘 살고 있어요! 내가 지켜봐 줄게요!'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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