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장 원했던 남자.

굿바이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by Erebus


이 영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주연 배우인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작고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되었던 날이었다.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움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영화에서 나오는 배역마다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그는, 감히 단언컨대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첩보 소설로 유명한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첩보의 리얼리즘을 한낱 거짓 없이 모두 드러내었다.

한때 독일 최고의 스파이였으나, 현재는 정보부 소속의 비밀조직의 수장으로 나오는 그는, 정말 그가 아니었으면 군터 바흐만을 누가 소화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캐릭터와 한 몸처럼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군터는 자신의 조직원을 미끼로 삼아 더 큰 적을 처치하는데 능한 인물인데, 그런 그 앞에 인터폴 지명수배자 무슬림 청년인 '이사'가 눈에 들어온다. 이사는 아버지의 유산을 찾기 위해 함부르크로 밀항한 청년이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좀 수상하다. 군터는 곧 그를 돕는 인권 변호사 애너벨 리히터와 유산을 관리하는 은행장 토마스 브루를 포착하고 자신의 정보원으로 삼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이 셋을 이용해 더 큰 위험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데, 문제는 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정보부들도 그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흔히 첩보영화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아마도 유서 깊은 전통의 007 시리즈와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를 많이들 떠올릴텐데, 안타깝게도 이 영화에서는 첩보원들의 화려한 액션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연 배우인 호프만을 봐도 그런 류의 영화가 아님을 어렴풋이 알 수 있듯이. 대신 그를 뛰어넘는 숨 막히는 정보전과 각 조직들의 이해관계, 연기자들의 불꽃 튀는 연기력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007이나 본 시리즈보다 더 첩보에 가까운 영화가 아닐까 하고 느꼈을 정도로 그러한 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전 7급 공무원이라는 한국 영화가 흥행했을 때, 신문에 실제 국정원 직원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들의 업무는 영화상에서의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대테러 담당이 있긴 하지만 그런 일은 현대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정말로 영화는 숨 쉴 틈 없이 흘러서 영화를 다 봤을 때는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지 싶을 정도로 시간을 말 그대로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과 함께 나오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그 표정이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명연기이다.

현실에서의 첩보란 결코 멋있고 주인공이 최고인 것이 아니라 썩은 내가 진동하고 매정하며, 차가운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보여준 영화였다.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그냥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른 설명은 필요 없는 영화. 그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포스터의 출처는 야수파님의 블로그입니다!

https://goo.gl/images/VZBg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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