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by Erebus

고궁

​오래된 고궁을 거닐었다.
생각의 파편들이 머릿속을 왔다가 갔다가,
내리는 비에는 봄이 오고 있는데,
생각만 많아지는 밤.

생각의 생각은 꼬리처럼 잡히지 않고,
오래 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누군가가 생각날 때쯤, 나무의 재촉에 생각이 그친다.
우산 위로 사상(沙想)이 흩어지고, 하얀 불꽃이 노닐 때, 연못에 비친 누각에 비가 고인다.

내가 왔던 길은 내일도 같은 길일까.
길은 같지만 오늘의 길은 아니겠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속으로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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