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에게 마지막 악수를 건네며.
전시회란 것이 그렇다. 보통 2~3달의 나름 긴 전시기간이 있어 '오, 이 전시는 꼭 가 봐야지!' 하고서는 정작 가게 되는 날은 전시회의 끝물이다. 가자고 생각할 때 바로 가지 않으면 언제나 늦는다.
영화 러빙 빈센트를 감명 깊게 보고 나서 러빙 빈센트전을 한다는 정보를 접했다.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야지 했던 것이 결국 전시회가 끝나기 이틀 전인 4월 6일에나 갔다.
사실, 고흐는 현대 전시회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고흐 개인의 불행하고 어두운 과거사, 그에 대조되는 밝고 화려한 색감의 작품.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져버린 예술혼. 이래저래 스토리텔링 할 여지가 많은 아티스트로 우리나라에서도 내 기억상 벌써 몇 차례나 전시가 열렸다.
물론 러빙 빈센트전의 경우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영화인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흐의 그림 전시와는 좀 차이가 있다.
러빙 빈센트전은 영화가 어떤 식으로 시작되었는지부터, 영화를 만드는 사이사이의 과정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아직도 고흐를 사랑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공들여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에도 수많은 프레임의 그림이 필요한데, 하물며 비교적 간단한 연필도 아니고 일일이 붓터치로 고흐의 화풍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어야 했으니 그야말로 중노동이 아닐 수 없었다. 고흐의 화풍을 따라 그리면서도 어느 프레임에는 원화에 없는 등장인물을 집어넣는다든지, 익숙한 고흐의 방을 어둡게 표현하기 위해 아예 새로 그린다든지 하는 것들이.
영화를 보며 감탄했던 마음을 더 잘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한때나마 그림에 입문했던 사람이라서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너무 나도 잘 안다. 정적인 그림을 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려면 준비하는 것들이 얼마만큼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영화 상에서 본 유화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수채화로는 낼 수 없는 유화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졌다. 그 거친 붓터치의 생생함은 그림이란 매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기도 하다. (유화의 특성상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플래시에 노출되면 물감의 색이 바래서 작품의 느낌이 사라진다.)
보통 이런 류의 후속 전시는 티켓 값에 비해 내용이 빈약한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러빙 빈센트전은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은 알찬 전시였다.
특히나 기억의 남은 한 글귀가 있다. 빈센트의 말처럼 화가들이나 작가들이나 작품 말고는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림이나 글이나 방식은 조금 다르다 해도. 이젠 정말 러빙 빈센트를 보내주어야 할 때다. 잘 가요. 빈센트.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