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이.

-종이책과 전자책 그 사이에서-

by Erebus


책이란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탐할 수 있는 가장 작고도 큰 것. 네모 반듯한 모양의 지식의 보고.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참 좋아했다. 활동성이 적었던 나에게 유일한 친구. 집에 흔히 있는 위인전부터, 넓게는 만화책까지. 가리는 것 없이 이것저것 골라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지금도 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이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손에는 정확히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요즘은 전자책을 자주 읽는다. 얼핏 보면 글을 읽는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기에 그리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종이책파였다. 도서관에 갈래? 서점에 갈래? 하면 주저 없이 서점을 택하는 사람. 책을 빌려 읽는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내가 읽을 책은 온전히 내 소유의 것이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책을 사서 사르륵. 책 넘기는 소리와 함께 새 책 특유의 종이 냄새 맡는 것을 좋아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오로지 표지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머리가 좀 더 크고 스스로의 돈으로 책을 사려하니 두 가지 문제점에 걸려버렸다. 하나는 책을 들고나가려면 꼭 가방 같은 것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는 것과 방에 점점 책이 쌓인다는 점. 즉, 부피의 문제가 있었고 나머지 하나의 문제는 가격이었다.


아무리 책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읽고 싶은 책을 모조리 다 사는 것은 부담스럽고 힘든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성격에 책을 빌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종이책 대비 가격은 더 싸면서 부피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전자책의 존재였다.


전자책(ebook)은 획기적으로 나의 고민들을 날려버렸고 처음 알기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산 전자책이 80여 권 정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이것을 실제 책으로 샀다면 생각만 해도 괴로웠을 것이다.


전자책을 읽으며 스마트폰을 오래 쓴다는 점과 눈이 종이책을 읽을 때보다 더 피로하다는 점이 있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가끔은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그 질감과 소리가 그립기도 하다. 기술의 발달로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딱딱한 음성이지만) 종이 넘기는 효과까지 구현해 내었지만 그래도 그 둘의 본질적 차이는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요새 내가 하는 방법은 이렇다. 일단 전자책으로 보고 싶은 책을 구입해서 읽은 후, 그렇게 보고도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소장용으로 실제 책을 사는 방식으로. 나름의 절충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해 버리고 나니 전의 그 강박증에서 조금은 해방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하여 나의 책 읽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바라건대, 쏟아지는 종이책에 비하면 전자책 시장은 아직도 너무 미비하다. 제공되는 양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판사 입장에서도 전자책을 많이 찍어내는 게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고는 들어 이해는 가면서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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