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무엇인가.

달콤한 것인가, 쓴 것인가 아니면 추악한 것인가 혹은 그 전부인가.

by Erebus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생각나는 명언이 하나 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


어떤 사람의 성품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아라.


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딕 체니 역의 크리스찬 베일의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는 연기력과 SNL 출신 애덤 맥케이 감독의 깜찍한 연출력으로 똘똘 뭉친 바이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빅쇼트에 이어, 다시 한번 뭉친 이 팀은 영화 내내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바이스는 너무나도 익숙한 인물인 조지 w 부시(아들)와 그를 보좌(라고 쓰고 꼭두각시처럼 다룬 진정한 '권력의 핵심'이라고 읽는다.)한 부통령 딕 체니의 임기 과정 중 있던 일을 다룬 영화이다.


대놓고 미국인들을 겨냥한 영화인지라 미국 역사나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영화 내용에 더욱 빠져들었을 것이다. 나는 일반적인 평범한 시민에 지나지 않아서 911 테러와 오사마 빈 라덴, ISIS 같은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 정도만 알아도 충분히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인생 파탄자 수준의 인생을 살던 딕 체니가 여자 친구인 린 체니의 욕망에 따라 정치와 권력에 도전을 하더니 마침내 정치 거물이 되는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센스 있는 연출 사이와 그 사이에 펼쳐지는 크리스찬 베일의 신들린 메소드 연기의 시너지는 환상적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두 얼굴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절대적으로 착한 사람도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도 없다. 딕 체니도 그런 인물이다. 물론 딕 체니의 경우엔 여자 친구이자 아내인 린 체니의 입김이 엄청나게 작용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린 체니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이 생각나긴 한다. 유명한 농담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전 애인이 주유소 사장이 되었는데, 이를 본 빌 클린턴이 "저 사람과 결혼했으면 영부인이 되지 못했겠다."는 농담을 하자 힐러리 클린턴이 "그럼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겠지." 하는 그 이야기. 영화에 나오는 린 체니는 딕 체니가 아니라 그 누가 되었더라도 끝내 자신이 원하는 상으로 만들었을 인물이었다.


권력의 중심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딕 체니의 면모는 흑막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대(부)통령이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합법이라는 오만을 부리면서. 모든 것들이 겉으로는 대통령인 조지 부시의 명령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딕 체니의 빅픽쳐였다는 것. 영화는 묻는다. 과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말 모든 것을 감청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동들을 묵인해도 되는지, 그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를.


딕 체니는 대답한다. 나는 미국의 선량한 시민들과 가족들을 지켰을 뿐이라고. 당신들(국민들)을 섬긴 건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자신을 뽑은 건 당신들이라고 그러니 내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그건 곧 당신들의 뜻이기도 했다는 것을.


대통령과 국회위원은 한 나라의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국민들을 섬기고 보살피고 받들고 무서워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자신에게 표를 준 국민에겐 감사를, 표를 주지 않는 국민들에겐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보완해야 하는 그런 자리. 권력을 가지고 갑질을 하거나 자신이 특별한 인물인 것처럼 행동하거나 선민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도 투표를 행사한 권리인답게 국회위원들을 감시하고 정치에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분명 정치란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고 갖은 이해관계의 산물이지만 우리 사회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p.s. 황석희 번역가의 센스 있는 번역은 여기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울타리를 넘어서 결실을 맺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