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딸.
길티 플레져라는 말이 있다. Guilty Pleasure: 죄책감을 느끼거나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행위에 대해 즐거워하는 것.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 범위 또한 다양하다. 지금 소개할 영화가 그 길티 플레져인데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 대단하다거나, 유명한 상을 받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그저 풋풋한 10대 하이틴 로맨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다. 간단하게 말하면 시간 죽이기용 팝콘 영화다.
제목만 봐도 얼추 앞으로의 전개가 연상이 되는 2004년도 작 대통령의 딸이라는 영화다. 케이티 홈즈와 마크 블루카스 주연의 영화. 사만다(케이티 홈즈)는 대통령의 딸이나 평범한 대학생활을 원해서 대통령인 아버지에게 자신에게 경호를 붙이지 말 것을 요구하고 그래도 딸이 너무 걱정된 딸바보 대통령은 자신의 젊은 경호원인 제임스(마크 블루카스)를 대학생으로 분하게 하여 일명 언더커버 학생으로 위장시킨다. 물론 목적은 딸을 티 나지 않게 경호하는 것. 그리고 이런 영화류가 그렇듯이 딸과 경호원 둘 사이에 묘한 썸씽이 일어나게 되는 닳고 닳은 영화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만다의 파란만장하고 평범한(?) 대학생활과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건대 이런 류의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외모가 일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극이 좀 엉성해도 눈호강으로 넘어가는 조미료의 맛. 작품보다는 톰 크루즈의 전부인으로 유명한 케이티 홈즈의 풋풋함과 이 영화에서 처음 봤으나 마성의 그윽한 눈동자의 매력을 지닌 마크 블루카스의 케미는 역시 영화의 가장 큰 개연성(?)이었다.
안타깝게도 마크 블루카스는 저 작품 뒤로 큰 역할을 맡지 못한 거 같다. 17년도와 18년도에 각각 하나의 영화에 출연은 했다만 기억에 남지 않았다. 찾아보니 현재는 tv 쪽으로 출연하는 듯하며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활동을 하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네 번 이상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느꼈던 것이 ost가 참 좋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극 중반에 나오는 루시 우드워드의 free!라는 곡이 참 마음에 들어 여차 저치 찾아보았으나 음원도 없었고 구할 길이 전무했다는 안타까운 추억이 있는 영화기도 하다. 물론 그것은 2019년인 지금도 마찬가지.
하이틴 로맨스는 어떻게 보면 판타지 영화보다 더 판타지스러운 맛(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많이 쳐봐야 0.01%는 될까 하는 확률)으로 보는 영화다. 이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소재의 참신함보다는 얼마나 클리셰를 답습하느냐에 있다. 한 마디로 푹 우려낸 진한 사골의 맛을 어떻게 재현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특유의 키치적인 대사이다. 평상시라면 절대 쓰지 않거나 술이라도 마시지 않은 이상 나올 리 없을 법한 대사들을 마구 맨정신에 뱉어내는 것. 물론 남녀 주인공의 외모 앞에 그런 것들은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오히려 극 중 상황에 몰입해서 더 감동적이게 느껴질 때도 있다.
아마 성인이 되어 봤다면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며 손사래를 쳤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처음 접한 시기가 한창 감수성이 높은 사춘기 시절이었다는 사실이다. 사춘기 보정을 이길 수 있는 법은 흔하지 않다. 혹 이 리뷰를 보고서 저 영화 한번 볼까? 했다가 실망하실 분들을 위해 이리 길게 변명하는 바이다.
p.s. 여러분도 길티 플래져에 해당하는 영화가 있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