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무엇을 어째야 하나.
일이란 것은 언제나 예상치도 못하게 벌어지곤 한다. 분명 나도 몰랐을 것이다. 하필이면 어제 인도 한복판에서 스마트폰을 떨어트릴 줄을. 사실 전자기기의 경우 언제나 파손의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기는 하다. 이미 액정이 깨지기 전에도 보호필름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로는 다니면서 떨어트릴 걱정을 하지 않았거니와, 두 번째로는 정확히는 3년 10개월, 햇수로 4년 가까이 써 온 스마트폰에 돈을 쓰는 것은 어쩐지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고치는 비용보다 새로 하나 장만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싸게 먹힐 시점이었다.
평소 얼리어답터여서 최신의 전자기기가 나오면 꼭 사야 한다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한번 산 것은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해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좀처럼 그 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최신의 기기가 나와도 '그래 이만하면 아직 쓸 수 있지. 현역이지.' 하는 마음으로 넘기곤 했다. (솔직히 말하건대 그동안 핸드폰을 써 오면서 보호필름을 많이 깨먹긴 했지만 액정 자체가 금이 가 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 체감되지 않는 최신의 기기는 그렇게 끌리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전자기기의 특성상 최신이라는 것은 2년에 한 번씩 돌아오며 그 특성상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2년 정도 쓰면 슬슬 맛이 가는 단계가 오기 시작한다. 통신사 약정이 보통 2년인 까닭이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폰으로 바로바로 바꿔줄수록 이득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는 통신사에서 환영받지 못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2년을 더 쓴 이유는 최신 폰의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기기라는 현실적인 이유와 디자인적인 취향, 그리고 지금 쓰는 폰에 대한 익숙함 때문이었다. 너무 손에 익어버린 나머지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탓이다. 어제 이 사건만 벌어지지 않았더라도 나는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점점 느려지는 것이 느껴지고 버벅거리는 것이 눈에 보일지라도 얼마 남지 않은 2020년까지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마도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보호필름이 보호라는 원초적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그만 영혼을 불태우며 산화한 것이 액정에 금이 가게 된 원인일 것이다.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떨어트린 나 자신에게 있지만. 당장은 새 폰을 살 엄두도 한 번에 지를 수 있을만한 돈도 수중에 없어 당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깨진 액정에 보호필름을 덧대 사용해야 할 듯하다. 폰으로 글을 쓰는 와중에도 금이 간 부분에 엄지 손가락을 베여 피가 아주 살짝 나왔다. 그렇게 아픈 정도는 아닌데 유난히 속이 쓰린 이유는 피를 보아서 일까 아니면 4년 된 너 때문일까.
스마트폰 자체는 큰 이상이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터치감이 좀 이상해서 오타가 나고 다칠 위험이 있지만 놀랍게도 다른 기능들은 정상 작동하고 있다. 동시에 이제는 그만 놓아주어야 할 때라는 걸 절실하게 느낀다.
안녕! 4년 동안 나의 일상이 되어주어서 고마웠어. 너와의 이별이 결국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나서 행복하지는 않지만 네가 없었더라면 난 아마 조금 더 불편했을 거야. 다음 생에는 관리 잘해주는 주인 폰으로 태어나렴. 미안하고 미안하다.
p.s.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무리 연식이 오래된 폰이라도 보호필름이 깨지면 꼭 새 걸로 착용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