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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un 02. 2021

마라케시 자마 엘프나 광장 야시장

스페인 여행일기: 모로코 Morocco 여행 헤나문신 & 와인

모로코를 꿈꾸게 한 장면

마라케시 야시장



언제 어디서 처음 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자마 엘프나 광장에 빼곡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그 위로 솟아오르는 음식의 열기와 이글이글 타오르는 주황색 불빛을 보고 난 후 마라케시 야시장은 나의 버킷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여행할 때 시장이나 슈퍼를 구경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자마 엘프나 광장을 뒤덮은 소음과 뜨거운 불빛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라는 나라의 도시인 마라케시에 있는 야시장에 내가 갈 수 있을 거라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드디어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프리카 땅을 밟게 된 이유, 모로코의 마라케시에 오게 된 이유였던 그 야시장을 보러 간다는 생각에 출발하기 전부터 무척 설레었다.


나와 스티븐 Steven에게 마라케시를 안내해 주었던 우리의 캡틴 버딘 Berdine 이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마라케시 야시장과 주변을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마라케시 여행 메이트인 우리 세 명의 작은 어드벤처를 위해 마라케시 야시장이 열리고 있는 자마 엘프나 광장으로 향했다.


해가지고 나서 완전히 어두워진 밤, 아스팔트를 달구던 태양의 열기가 사라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라마단 기간 동안 모로코를 여행하고 있었는데 해가 지고 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마 엘프나 광장의 야시장으로 몰렸다. 30도를 훨씬 웃돌던 한낮의 모습과는 아주 다르게 역동적이었다.


코란을 읊는 소리가 음악처럼 흘러나왔고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광장에서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주문받은 음식을 조리하는 요리사, 호객하는 점원,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광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유도하며 전통춤을 추는 사람들, 이렇게 복잡한 광장 한편에서 알라에게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는 나 같은 관광객 등등 모두가 자마 엘프나 광장에서 마라케시의 밤을 누리고 있었다.






헤나 문신 도전하기



스티븐, 버딘과 함께 한껏 들뜬 기분으로 광장을 둘러보다가 헤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휘리릭 손에 그려내는 게 신기했고 모로코에 온 기념으로 꼭 해야 될 것 같았다. 스티븐과 버딘도 구경하고 싶다며 내 옆에 앉았다.


버딘이 프랑스어로 흥정해서 250디르함에서 200디르함으로 가격을 깎아주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는 버딘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돈을 지불했다. 헤나를 받을 때에는 아주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여행이 마무리 되어가고 헤나도 색이 바라기 시작할 때쯤 100디르함도 안되는 가격에 나보다 더 예쁜 헤나 문신을 한 독일 언니들을 페즈에서 만났다. 역시 모로코에서 흥정은 최대한 밀어붙여야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돈을 지불하고 나서 여러 헤나 디자인이 있는 사진첩을 보고 원하는 것을 골랐다. 내가 디자인을 결정하자마자 거침없는 손길로 휘리릭 내 손등과 손가락에 선을 이어나갔다. 검은 헤나의 선이 손가락에서 손등으로, 손등에서 손목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망설임 없이 쭉쭉 그린 후 덜 마른 헤나 위에 반짝이 가루를 뿌려 마무리해 주었다. 10~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도 내 외모도 모로코와 어울리지 않지만 이 헤나 덕분에 조금 더 모로코와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었다.


모로코 여행 초반, 마라케시 여행 시작에 그린 헤나는 한 달 가까이 손에 남았었는데 2주가 지나고 나서는 얼룩덜룩하게 남아서 너무 지저분해 보였다. 빨리 지우기 위해 매일 손을 빡빡 닦았다. 마지막에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금 고생했지만 모로코를 떠나고 나서도 마라케시를 기억할 수 있었다.






마라케시에서 와인 한잔




야시장의 음식을 도전하기에는 많이 두려워서 야시장 사이를 다니면 분위기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엄청난 인파가 있었지만 아주 넓은 광장 덕분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시원한 밤공기를 다 같이 즐길 수 있었다.


복잡한 곳을 벗어나 다 같이 근처 바에서 한잔하기로 했다. 광장에서 레스토랑까지 15분 넘게 걸어갔다. 광장에서 멀어질수록 거리의 사람들이 적어지면서 골몰을 비추는 가로등 수도 점차 적어졌다. 인적 드물고 어두운 마라케시의 구불구불 작은 골목을 걸어가는 동안 우리 세명은 다시 긴장했다. 이번에는 캡틴 버딘도 조금 긴장하고 조심하는 눈치였다. 혼자였다면 찾아올 용기도 못 냈을 텐데 나의 여행 메이트 덕분에 더 많은 걸 즐길 수 있었다.


레스토랑 테라스에 올라오자 멀리 모스크의 탑 끝부분과 야시장의 일렁이는 주황 불빛이 보였다. 레스토랑 주변은 광장의 웅성이는 소음도 들리지 않았고 아주 고요했다. 마라케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었는데 장소를 표시해두지 않아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핸드폰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여행 중일 때는 이런 점이 아쉽다.


와인 한 잔씩 하면서 이번 여행을 통해 서로 얻고자 하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한 스티븐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자신의 계획을 당당히 밝히기 전에 여행을 하며 머리를 식히고 글을 위한 소재를 찾기 위해 모로코를 여행한다고 했다.


그 당시 내 여행의 목적은 무조건 한국과 멀어지는 것이었다. 전혀 원하지 않는 일이었고 어떠한 성취감을 느낄 수 없어 매일 힘겹게 버텨오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즐기는 감정을 듬뿍 느끼고 싶던 여행이었다. 이 여행의 끝에서 나는 바르셀로나로의 이민을 결심하게 되었고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 내가 원했던 것을 어느 정도는 얻은 것 같다.


이야기의 마지막 버딘은 마라케시에서 방문하기 좋았던 장소들과 주의할 점들을 알려주었다. 버딘의 조언을 참고로 해서 스티븐과 다음날 여행을 함께 계획했다. 모로코 여행뿐만 아니라 서로의 긴 인생의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고 어디선가 우연히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날을 마무리했다.


마라케시에서의 하루를 떠올려 보았다. 혼자였다면 두려워서 밖에도 못 나갔을 텐데 이런 여행 메이트들을 만나 추억들로 풍성해진 내 하루에 감사하며 잠들었다.











올라, 아델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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