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니스 마티스 미술관, 니스 뮤지엄 패스, 고고학 박물관
미술관 가는 날, 쉽지 않은 대중교통 이용하기
니스 여행 3일 차 이 날은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대중교통 티켓을 사기 위해 에어비엔비 주인이었던 크리스가 알려준 대로 가리발디 Garibaldi 광장으로 갔다. 웬만한 관광지는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니스는 작은 도시이지만 트램과 버스 노선이 잘 만들어져 있다. 광장의 트램 역에 설치된 기계에서 트램과 버스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니스 대중교통 티켓 유형 및 비용
편도 티켓: €1.50, 74분 동안 유효
1일 티켓: €5 / 7일 티켓: €15 / 10회 티켓: €10
오른쪽 가장 큰 초록색 버튼을 돌리면 원하는 티켓을 선택할 수 있고 동전으로만 계산할 수 있다. 기계를 작동하는 것부터 막혀서 방법을 알아내는데 한참을 소비한 나는 카드도 지폐도 받지 않는 기계에 짜증이 났다. 어차피 혼자 해결해야 하므로 심호흡을 깊게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프랑스 체인 베이커리인 PAUL이 보였다.
아메리카노와 카눌레를 주문하면서 5유로를 동전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무례할 수 있을 거 같아 고민했는데 밝게 웃으며 친절하게 동전으로 바꿔준 점원 언니 덕분에 살짝 가라앉았던 기분이 풀렸다. 작고 달달한 카눌레와 커피도 마음의 여유를 찾은데 도움이 되었다.
겨우 티켓을 사고 마티스 미술관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구글 맵스에서 확인한 그 장소에 도착했는데 정거장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한 블록 아래에 있는 정거장에는 내가 타야 하는 15번 버스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정거장도 버스도 보이지 않자 구글 맵스가 의심되었다. 유일하게 그 거리에 있던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구글 맵스에서 표시된 곳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버스가 선다고 알려주었다. 서툰 영어로 열심히 알려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마티스 미술관으로 가는 15번 버스는 Gioffredo 거리에 있는 ADDDITIVE - Impression 3D Printshop 가게 앞에서 멈췄다.
15번 버스 정거장
ADDDITIVE - Impression 3D
23 Rue Gioffredo, 06000 Nice, 프랑스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를수록 호화로운 호텔과 고급 빌라들이 나타난다. 멋진 건물들을 보며 15분 정도 올라가면 마티스 미술관이 있는 아레나/미술관 Arènes / Musée 정거장에 도착한다.
니스 뮤지엄 패스
마티스 미술관에서 니스 뮤지엄 패스를 구매하게 되었다. 뮤지엄 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별도의 티켓 없이 뮤지엄 패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니스에 있는 12개의 미술관과 2개의 갤러리를 방문할 수 있는 이 패스는 가격도 저렴했다. 마티스와 샤갈 미술관만 생각하고 있던 나는 뮤지엄 패스 리스트에 있는 곳들을 최대한 다녀보기로 했다.
니스 뮤지엄 패스
해당 리스트에 있는 미술관에 가면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여권과 같은 해외에서도 통용되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가격: 24시간 10유로 / 7일 20유로
https://www.nice.fr/fr/culture/musees-et-galeries
해당 링크에서 뮤지엄 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프랑스어로만 되어 있다.
마티스 미술관 MUSÉE MATISSE
니스의 마티스 미술관은 마티스와 그의 유족이 니스 시에 기증한 작품들로 1963년 아레나 빌라의 2층에 처음 문을 열었다. 건물을 함께 사용했던 고고학 박물관이 나가면서 건물을 리모델링하였고 1993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오픈되었다. 마티스의 작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포함하여 서점과 도서관까지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였다.
마티스 미술관
버스 이용 시 Arènes / Musée 정거장에서 하차
휴관: 화요일 / 1월 1일, 부활절 일요일, 5월 1일, 12월 25일
오픈 시간
11월 1일~4월 30일: 오전 10시~오후 5시
5월 2일~10월 31일: 오전 10시~오후 6시
씨미에 가든을 지나 마티스의 작품에서 많이 본 듯한 붉은색으로 칠해진 건물이 있었다. 빛은 조금 바랜듯했지만 강렬한 붉은색으로 칠해진 건물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건물만 보고 무작정 다가갔다가 입구를 찾는 데 한참 걸렸다. 미술관 입구는 공원 입구에서 바로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마티스 미술관은 붉은 아레나 빌라와 함께 지하에 만들어진 2개 층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마티스는 프랑스 북부 출신이지만 1917년부터 1954년까지 37년 동안 니스에 머물렀으며 니스에서 숨을 거뒀다. 자신의 작품들을 직접 니스 시에 기증할 만큼 그는 니스를 많이 사랑한 듯했다.
마티스 미술관에서 그의 조각을 처음 본 것 같은데 마티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마티스의 조각 컬렉션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마티스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그림들과 같이 니스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도 흥미로웠다.
마티스의 그림과 조각품, 그가 영감 받은 물품들까지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는 미술관이었다.
고고학 박물관, 생각지 못한 놀라움
아레나/미술관 Arènes / Musée 정거장 주변에는 돌로 쌓은 벽이 허름하고 무너져 있었고 마티스 미술관 뒤에는 예전에 마을이었을 법한 넓은 유적지가 있었는데 이곳을 설명해 주는 곳이 고고학 박물관이었다. 마티스 미술관 바로 옆에 있고 뮤지엄 패스를 사용할 수 있어 들어가 보았다.
마티스 미술관이 위치하고 있는 씨미에 Cimiez 지구는 기원전 1세기 말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 세메넬룸 Cemenelum이라는 이름으로 알프스 마리티매 Alpes Maritimae 지방의 수도였다. 알프스 마리티매는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알프스 산맥에 걸쳐있는 로마시대 3개의 지방 중 하나였다고 한다.
씨미에는 3개의 목욕탕과 원형극장을 갖춘 큰 규모의 도시였다. 기원후 3세기에 알프스 마리티매의 수도라는 타이틀은 잃었지만 5세기에 기존 목욕탕에 성당이 세워지면서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많이 손상되기는 했지만 목욕탕과 성당의 벽 채와 함께 마을의 터도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버스 정거장 옆에 있던 허물어진 벽은 원형극장의 일부였는데 벽 너머 굉장히 넓은 공간이 남아있었다.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로마시대 건물들을 어렵지 않게 봤지만 어디서든 만날 때마다 여전히 설레고 신기했다.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건물들이, 그 시대에 기반을 다진 바위들이 이 천년이 지나 내가 있는 오늘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 당시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지 잠시 상상해보았다.
더 늦기 전에 구시가지에 있는 다른 미술관들을 가기 위해 아주 먼 곳으로의 시간 여행을 마치고 나왔다.
유럽 여행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5년 동안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는 건 여러 면에서 훨씬 수월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많이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여유가 더해진 만큼 분명 나만의 방법으로 온전히 그곳을 즐길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내 마음은 더욱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