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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럽 여행

니스 Nice 걷고 또 걷기

유럽 여행: 니스 콜린 성 전망대, 니스 해변

by 마케터 아델

여행의 다짐, 또 다른 여행 방법

바르셀로나를 잠시 잊고 힐링하기 위해 찾은 니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다짐을 몇 가지 해보았다.


1. 매일 아침 요가하기

2. 끝까지 읽지 못했던 책 진도 나가기

3. 해변에 누워 시간 보내기


니스를 여행하는 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다른 생각들을 접어두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요가 매트를 거실에 깔았다. 9월 초 적당히 차가운 니스 신선한 공기와 창문을 통해서 따뜻하게 들어오는 햇볕으로 만들어진 알맞은 온도가 거실을 채워주었다. 해변에서 읽은 책과 비치타월을 챙겨 집을 나섰다.







니스 콜린 성 전망대 Colline du Chât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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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종이로 된 니스 지도를 펼쳐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았다. 니스와 지중해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콜린 성 전망대에 가보기로 했다.


니스의 동쪽 끝 성의 언덕 Castle Hill에 식물 가득한 공원으로 조성된 니스 전망대는 11세기부터 18세기까지 거대한 콜린 성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1706년 루이 14세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고 현재는 16세기에 지어진 벨란다 탑 Tour Bellanda만 남아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해 오를 수 있는데 상쾌하면서 따뜻한 니스의 날씨를 만끽하고 싶어 걸어올라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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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바랜 건물들이 비좁게 솟아 있는 니스의 구시가지는 걷는 재미가 있었다. 신나게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 걷다가 커다란 계단 앞에서 멈춰 섰다. 구글이 알려준 길이 맞기는 한데 계단을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망설였다. 이 길이 전망대로 이어진 게 맞는지 얼마나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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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디선가 인사말이 들렸다. 미소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이 길이 전망대로 가는 길인지 묻자 유쾌한 니스 오빠는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을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어진 계단을 계속해서 올라야 하지만 아주 힘든 코스는 아니라며 응원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안심하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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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를수록 니스의 빨간 지붕들이 지중해와 함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말처럼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찰 때면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에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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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정도 올라갔을 때 폭포소리가 들려왔고 가까이 다가가자 18세기에 만들어진 인공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18세기까지 성이 있던 자리는 식물들이 가득한 공원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곳에서도 구시가지와 항구를 내려다볼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에 가슴이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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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전망대까지 올라가 니스를 바라보며 카르푸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혼자 니스 전망대로 소풍 온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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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올 때에는 구시가지에서 올라왔지만 내려갈 때에는 해변 쪽으로 내려갔다. 각도와 높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니스의 모습을 열심히 담았다.







와인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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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산책로 건너편에는 작은 바와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이층 테라스가 있는바에 들어가 화이트 와인을 한잔 주문했다. 여유롭게 영국인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원한 와인 한 잔을 비웠다.









시에스타, 해변에서의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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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잔도 다 비우고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할 때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해변으로 향했다. 오늘은 바다와 더 가까운 곳에 비치타월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햇볕을 쬐다 보니 눈이 스르르 감겼다. 내 가방도 지키고 등도 더 태울 겸 엎드려 낮잠을 잤다. 30분 정도 나고 일어나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게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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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다에 들어가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겼다. 이렇게 더울 때 바닷속에 뛰어들면 답답한 마음도 어지러운 머릿속도 개운해진다. 맑아진 머리로 챙겨간 책을 읽었다. 이마에 다시 땀이 맺히면 바다로 다시 들어갔다. 남은 오후는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행복했다.







숙소까지 먼 길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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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어제 가보지 않은 다른 골목들을 골라 멀리 돌아가기로 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니스의 다른 곳들을 보고 싶어 골목의 상점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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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한편에 작은 빵집이 있었다. 가게 앞에 진열된 예쁜 타르트들을 보자 '프랑스에서는 디저트를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딸기 타르트랑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멋지게 프랑스어로 주문하고 싶었지만 작고 소심하게 메르시 Mercí 한마디 겨우 내뱉었다. 프랑스어는 언제 시작하지?


달달한 타르트와 따뜻한 카페라테로 이 날의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의 좋았던 일들을 적어보았다.

전망대에서 본 니스의 멋진 풍경

샤르도네 한잔

해변에서의 낮잠

천천히 걸었던 시간

달콤했던 딸기 타르트

니스에서의 둘째 날은 아주 편안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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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바다에서 헤엄치는 꿈을 꾸었다.











유럽 여행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5년 동안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는 건 여러 면에서 훨씬 수월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많이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여유가 더해진 만큼 분명 나만의 방법으로 온전히 그곳을 즐길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내 마음은 더욱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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