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니스 카페 드 투린 해산물 믹스드 플래터
카페 드 투린 Café de Turin
5 Place Garibaldi, 06300 Nice, 프랑스
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저녁식사는 며칠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카페 드 투린으로 정했다.
니스에 도착한지 이틀째 되던 날 전망대에 올라가 샌드위치를 먹으며 쉬고 있을 때 워킹투어 그룹이 내 앞에서 투어를 마무리했다. 가이드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이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가이드는 투린을 추천했다. 프랑스 억양이 가득한 그녀의 발음에 믿음이 먼저 갔고 니스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해 선물을 먹고 싶다면 투린에 꼭 가야 한다는 확실한 추천에 이름을 기억해두었다.
카페 드 투린은 니스에서 머문 숙소 근처 광장에 있어 매일 지나다니던 레스토랑이었다. 우연히 가이드의 추천을 들은 다음부터 나름대로 니스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이곳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아껴두었다.
밤 9시가 거의 다 되는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식당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바깥 테라스에 광장이 바라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신선한 굴이 가득, 믹스드 플래터
카페 드 투린에서는 큼지막한 굴을 작은 해산물과 함께 믹스드 플래터로 즐길 수 있다. 플래터의 가격은 굴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차이가 난다. 니스에서의 마지막 저녁인 만큼 스페셜 오이스터 1번을 주문했다. 굴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줄 소비뇽 블랑도 잊지 않고 주문했다.
아주 커다란 굴 8개와 고동, 소라, 새우, 조개까지 얼음이 깔린 넓은 쟁반이 가득하게 믹스드 플래터가 나왔다. 내가 본 굴 중에서 가장 큰 굴인 것 같았다. 한국에 사는 동안에는 굴 철이 되면 통영에서 공수 받아먹을 정도로 굴을 정말 좋아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거의 먹지 못했다. 그만큼 많이 그리웠던 굴을 오랜만에 가득 입에 넣고 먹을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와사비가 섞인 간장과 초고추장이 그리웠지만 레몬즙 가득 뿌리고 타바스코 몇 방울 떨어뜨려 먹는 굴도 충분히 맛있었다. 카페 드 투린에서 같이 주는 식초도 굴과 아주 잘 어울렸다. 탱글탱글 싱싱한 굴이 입에 들어갈 때마다 입안에 바다향이 듬뿍 났다.
어렸을 때 이쑤시개로 빼먹었던 것처럼 핀으로 고동과 소라를 쏙쏙 빼먹는 것도 재밌었다. 조금 귀찮았지만 빼먹는 재미에 멈출 수가 없었다. 집중해서 빼먹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앞 테이블의 영국 아주머니들과 눈이 마주쳤다. 쏙쏙 빼먹고 있던 나를 바라보고 계셨는데 너무 잘 빼먹는다며 칭찬까지 해주셨다.
한 접시를 거의 마무리할 때쯤 아빠가 끓여준 칼칼한 매운탕이 생각났다. 미나리랑 콩나물 가득 넣고 바글바글 끓여 하얀 밥과 먹던 아빠표 매운탕이 정말 먹고 싶었다. 이럴 때 보면 나도 진짜 한국 사람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마지막에는 한국 음식이 그리워진다. 대단한 요리가 아닌 엄마의 바삭한 김치부침개, 아빠가 고기 구울 때 꼭 만들어줬던 파무침같이 소박한 요리가 그립다.
뜨끈한 흰쌀밥에 개운한 국물이 간절했지만 프랑스 버터를 차가운 빵에 발라먹는 것으로 나 홀로 해산물 파티를 마무리했다.
니스에서의 마지막 밤 산책
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계속해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여행을 마무리하고 현실로 돌아가기 싫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숙소에 돌아가기 아쉬워 항구 쪽으로 멀리 돌아가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히 전날처럼 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구시가지의 북적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항구 주변은 아주 조용했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면서 걷기에 완벽했다. 걸으면서 니스에서 기분 좋았던 것들을 떠올렸다. 푸른 바다, 뜨거운 태양, 시원한 바람, 맛있는 와인 한 잔… 그렇게 하나둘씩 목록에 더하다가 내가 바르셀로나를 새로운 거주지로 선택했을 때에도 똑같은 목록을 만들었던 일이 기억났다. 바르셀로나를 니스와 같은 이유로 좋아하게 되었다.
나에게 집이 되어버린 바르셀로나에 지쳐 니스에 가게 되었다. 더 이상 바르셀로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는 여전히 푸른 바다, 뜨거운 태양, 시원한 바람, 맛있는 와인 한 잔을 좋아한다. 하나하나 생각할수록 바르셀로나를 다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을 정리하는 아쉬는 마음을 정리하고 I LOVE NICE 사인에서 니스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니스에서의 시간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다음날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니스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며 숙소로 돌아갔다.
유럽 여행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5년 동안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는 건 여러 면에서 훨씬 수월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많이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여유가 더해진 만큼 분명 나만의 방법으로 온전히 그곳을 즐길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내 마음은 더욱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