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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럽 여행

니스 Nice 여행 니스에서 하루를 보내는 방법

유럽여행: 니스 브런치, 기념품, 썬베드

by 마케터 아델

프렌치 카페에서 브런치

니스에서 지낸 지 4일째 되는 날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아침을 먹고 해변으로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간단히 짐을 챙겨 나왔다. 며칠 동안 숙소를 오가는 길에 봐 두었던 의자가 예쁜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싶었다. 햇볕을 쬘 수 있는 테이블에 앉아 웨이터를 기다렸다.


불어로 된 메뉴라서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가장 양이 많아 보이는 complete 메뉴를 주문했다. 프렌치 크루아상과 함께 먹는 브런치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크루아상이 모두 떨어졌다고 했다. 정말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파운드케이크로 대신해야 했다.


버터, 복숭아잼, 딸기잼, 토스트, 파운드케이크, 요거트에 오렌지주스와 카푸치노까지 테이블 가득 메뉴가 나오는 걸 보고는 아쉬운 마음이 금방 사라졌다. 옆 테이블에 줄무늬 티셔츠와 깃을 세운 하얀 셔츠를 입은 멋쟁이 프렌치 할머니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프랑스어였지만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음악처럼 들으면서 내 브런치를 즐겼다.


오렌지 주스로 먼저 잠을 확실히 깨우고 토스트에 버터와 잼을 발랐다. 프랑스답게 버터가 너무 맛있었고 두 종류지만 번갈아 먹는 잼이 질리지 않아서 토스트를 3개씩이나 먹을 수 있었다.


내 주문을 받았던 직원이 크루아상이 다 떨어졌다고 했던 게 살짝 미안했는지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기분 좋게 맛있다고 대답을 해주고는 짧은 대화가 오고 갔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물었던 직원은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다는 나의 대답에 '정말 멋진 도시에 살고 있구나!'라고 감탄하며 바르셀로나에서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직원에게 바다가 더 가까운 니스가 큰 도시인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더 좋다고 얘기했고 그는 니스는 너무 작아서 기회가 없으며 프랑스 사람들이 너무 차갑다고 대답했다. 그의 얘기에 바르셀로나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차갑다고 알려주었다.


니스와 바르셀로나를 비교하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서야 그는 다른 손님 테이블에 주문을 받으러 갔다. 직원이 가고 나서 생각해보니 한참 동안 그는 바르셀로나를 나는 니스를 동경하고 있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인 걸까? 아무튼 바르셀로나에 많이 서운하고 속상했을 때 그곳에 살고 싶은 사람을 만났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바르셀로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나를 이끌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니스 기념품 쇼핑하기


따뜻한 미소를 띠며 말동무가 되어준 카페의 직원과 인사하고 해변을 향해 걸었다. 해변까지 구시가지의 골목을 걸으며 며칠 동안 마음에 두었던 가게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다면 니스를 기억할만한 기념품들을 사고 싶었다.



NO [NICE ORGANIC] - 오가닉 오일

24 Rue Pairolière, 06300 Nice, 프랑스


구시가지의 좁을 골목에서 봤던 오가닉 가게 NO (Nice Organic)에 들어갔다. 다양한 허브에서 추출한 오일과 허브차들이 있었는데 모든 제품들은 무농약(No pesticide), 무유전자변형 (No GMO) 제품이라고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내가 궁금해하는 제품마다 시향 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서툰 영어로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라벤더 오일부터 감기를 예방해 주는 레몬 오일, 샴페인과 함께 마시면 좋은 오렌지 오일 등등 다양한 오일들이 있었다. 모두 물에 넣어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한 제품들이었다. 종류별로 다 사고 싶었지만 라벤더와 레몬오일 그리고 장미 수를 샀다. 장미수는 100ml에 6유로, 오일은 각 8유로였다.




Atlier Galerie Sylvie T - 그림엽서

14 Rue Droite, 06300 Nice, 프랑스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가면 그 도시에 있는 미술관의 엽서나 도시 모습이 있는 사진 혹은 그림엽서를 산다. 전 날 미술관에서 엽서들을 몇 장 샀지만 니스의 모습이 담긴 엽서를 사고 싶었다.


Rue Droite 거리에 있는 갤러리와 기념품 가게들을 둘러보던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 Atlier Galerie Sylvie T에 들어갔다. 니스의 풍경부터 낡은 건물의 모습, 신선한 해산물까지 니스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여러 모습들이 예쁜 수채화로 그려져 있었다. 작가의 엄마가 가게에 계셨는데 딸이 니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들이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하셨다.


니스의 오래된 건물 한 귀퉁이, 낡은 창문, 고풍스러운 가로등 스케치에 수채화로 색을 입힌 그림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런 니스의 한 장면 뒷면에는 먹음직스러운 식재료가 레시피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메모장과 세트로 구성된 이 엽서 시리즈를 20유로에 샀다. 앞뒤로 예쁜 그림이 가득한 엽서 세트를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세밀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 큰 엽서와 작은 엽서를 1.5유로와 1유로에 하나씩 더 챙겼다.







썬베드에서 여유롭게 시간 보내기

기분 좋은 쇼핑을 마치고 해변에 도착했다. 여러 비치 클럽 중에서 예쁜 줄무늬 파라솔이 마음에 들었던 곳으로 선택했다. 15유로만 내면 오후 6시까지 썬 베드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9월 초라 관광객이 확실히 줄어든 덕분에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썬베드를 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



썬베드에 앉아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다가 눈이 감겨 낮잠을 잤다. 햇볕에 노곤해진 몸은 시원한 바다에 들어가 파도를 몇 번 타고 어설픈 헤엄을 치면서 깨워주었다. 머리가 맑아져 책을 조금 읽다가 배가 고파 햄버거를 주문해 맥주와 함께 먹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왼쪽 오른쪽 등을 골고루 태우기 위해 자세를 이리저리 바꾸다가 파도를 즐기는 귀요미가 눈에 들어왔다. 파도를 즐기며 한참을 혼자 노는 강아지의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흐뭇하게 바라만 보다가 영상을 살짝 찍어보았다. 귀요미야, 올여름도 파도를 마음껏 즐겼기를 바랄게!


완벽하게 평화로웠던 썬베드에서의 시간은 노을이 지면서 바람이 차가워져 접어야 했다. 니스에서의 마지막 밤,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유럽 여행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5년 동안 유럽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는 건 여러 면에서 훨씬 수월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많이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여유가 더해진 만큼 분명 나만의 방법으로 온전히 그곳을 즐길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내 마음은 더욱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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