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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Dec 25. 2020

본 나달! 온 가족이 함께하는 카탈루냐의 크리스마스

나의 바르셀로나

메리 크리스마스 & 본 나달


본 나달! Bon Nadal! 카탈루냐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인사이다.


[바르셀로나가 속해있는 카탈루냐 주는 카탈루냐어를 스페인어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대도시인 바르셀로나를 조금만 벗어나면카탈루냐어만 들리게 된다.]


12월 25일 카탈루냐 사람들은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던 가족과 재회한다.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모두 모여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하고 어린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며 다 같이 기뻐하는 가족 행사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동안 12월 25일이 되면 친구네 시골집에서 친구 가족들과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혼자 지내는 나를 친구의 가족들은 항상 따뜻하게 맞이해주었고 북적북적 대가족인 친구의 가족들과 작은 시골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매년 특별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 솔소나라는 중세 마을을 지나피레네산맥에 있는 친구네 시골집은 12월 25일이 되면 바르셀로나와 주변 도시 혹은 마을에서 살던 친척들이 모두 모여 북적거렸다. 주방과 거실의 테이블에는 소시지를 말린 푸엣, 얇게 썰어낸 하몽, 만체고 치즈와 올리브 같은 주전부리들이 가득 놓여 있다. 누가 계속 확인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런 주전부리들은 아무리 먹어도 항상 그릇에 가득 채워져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스페인 사람들 만큼 수다스러운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리에 모인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눈다.






카탈루냐의 크리스마스 음식


식사할 시간이 되면 크리스마스에만 먹는 음식들이 하나씩 테이블에 놓인다. 첫 번째로 먹는 애피타이저는 '갈렛츠'라고 불리는 수프다. 고기 육수에 달팽이 모양처럼 생긴 갈렛이라는 파스타를 넣어 먹는다. 뜨거운 국물 요리가 없는 카탈루냐에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수프라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장 반가운 요리였다.


두 번째 메인으로는 고기 요리는 먹는데 '깐데오야'라는 이름 그대로 고기를 냄비에서 푹 익혀낸 음식이다. 친구네 집에서는 커다란 닭을 각종 야채와 함께 요리해서 먹었는데 돼지 피가 섞인 소시지인 부티파라나 여러 종류의 고기를 같이 조리하는 등 집집마다 다른 레시피를 갖고 있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로는 크리스마스 휴일 내내 볼 수 있는 뚜론을 먹는다. 꿀, 설탕, 달걀 흰자에 구운 아몬드와 견과류를 넣어 만든 뚜론은 카탈루냐뿐만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크리스마스에 먹는 디저트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집집마다 뚜론을 가득 사두고 먹는데 휴일이 끝나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크리스마스 내내 너무 많은 뚜론을 먹었다며 후회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루 종일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난 다음날 12월 26일에 집으로 돌아갈 때면 친구 어머니는 내 손에 까넬로네스를 들려주셨다. 카넬로네스는 전통적으로 12월 25일에 먹고 남은 고기와 야채를 다져 네모난 파스타로 말아주고 베샤멜 소스와 치즈를 갈아 오븐에 구운 요리인데 지금은 참치나 고기를 다져 넣은 완성품을 사서 먹는다. 직접 만든 카넬로네스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완벽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꼭 먹어주어야 한다며 매번 챙겨주셨다.


카넬로네스까지 먹어야 카탈루냐의 크리스마스 음식을 제대로 맛본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카넬로네스를 먹을 때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따뜻하게 보낸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고 나홀로 조용히 그 해의 크리스마스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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