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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Dec 31. 2020

바르셀로나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 포도 열두 알

나의 바르셀로나

노체비에하 Nochevieja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을 스페인어로 노체비에하 Nochevieja, 직역하자면 낡은 밤이라고 부른다. 지나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날이 되었다.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알이 아주 작은 포도를 준비한다. 메르까도나와 같은 큰 슈퍼마켓이나 동네의 작은 과일가게에서도 알이 작은 포도가 열두 개씩 담겨있는 봉지를 살 수 있다. 12월 31일 같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한 사람들의 수만큼 포도를 사두면 새해맞이 파티의 준비도 마무리가 된다.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할 때에는 연인 혹은 친구들과 파티를 즐긴다. 크리스마스에는 문을 연 레스토랑을 찾는게 어렵지만 12월 31일에는 테이블을 차지하기가 어렵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과 클럽들이 새해맞이 디너와 파티를 성대하게 준비하고 사람들은 화려하게 새해를 시작할 장소를 찾느라 바쁘다.






열두 번의 종 & 포도 열두 알


12월 31일 12시 59분 50초. 사람들의 손에는 포도 열두 알이 들려있고 긴장된 표정으로 카운트다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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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밤 12시를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포도알을 입에 넣기 시작한다. 열두 번의 종소리는 1월부터 12월을 의미하는데 매월 이루기 바라는 소망을 떠올리며 한 번에 포도알 하나씩 총 열두 개의 포도알을 먹는다. 포도 알을 모두 삼키면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열두 개의 포도알을 다 먹은 후에야 “펠리스 아뇨 누에보 Feliz año nuevo!”를 외치며 주변의 사람들과 새해 인사를 나눈다.


종소리에 맞춰 포도 열두 알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아주 작은 포도알이라고 해도 열두 번의 종이 치는 동안 열두 개를 모두먹기 쉽지 않다. 평생을 해 온 스페인 사람들도 겨우겨우 성공하거나 한두 개는 입에 남아있다. 열두 알을 모두 다 삼키지 못했다고 해서 우울해하지 않고 웃어넘긴다. 카운트다운으로 노체비에하를 보내고 열두 알의 포도로 큰 웃음으로 재밌게 새해를 맞이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방법은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져 그 여운이 오래간다.






포도 열두 알 전통의 시작


1882년 12월 31일 밤 노체비에하에 마드리드 사람들이 푸에르타 델 솔 Puerta del Sol 광장에 모여 1월 1일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포도를 먹은 것에서 현재의 풍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부르주아들이 12월 31일 밤에 샴페인과 포도를 먹는 것을 일반 시민들이 풍자하듯이 따라 한 이 모습이 스페인 주요 신문에 언급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따라 했는데 1884년에는 ‘멈추지 않는 풍습’으로 평가받으면서 조금씩 스페인 사람들의 전통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알리칸테에서 포도 수확량이 급격히 늘어난 1909년. 포도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12월 31일을 겨냥한 ‘행운의 포도 Uvas de la Suerte’ 마케팅을 벌였다. 다양한 종류의 백포도들은 모두 노체비에하 포도로 불렸고 12개씩 포장된 패키지들은 엄청나게 팔렸는데 이를 계기로 널리 전파되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화합, 기쁨,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가 있던 포도가 새해 12달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매개체가 되면서 스페인 문화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펠리스 아뇨 누에보 ¡ Feliz año nuevo!


전 세계의 모두가 너무나 힘들었던 2020년 올 한 해는 어느 때보다 시원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두에게 낯설었던 2020년을 뒤로하고 2021년은 매일매일이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펠리스 아뇨 누에보 ¡ Feliz año nuevo!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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