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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03. 2021

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의 시작

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뉴타운 숙소


굿 데이, 오지! Good day, Aussie!


싱가포르에서 밤늦게 출발한 시드니행 비행기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싱가포르까지 13시간, 싱가포르에서 시드니까지 8시간 중간에 싱가포르에서 이틀을 쉬었지만 비행시간만 21시간이었던 이 여정은 내 인생 최대의 비행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이륙하면 곯아떨어지곤 했는데 이번 비행에서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시차 적응에 완전히 실패한 여행이었다.


숙소가 있는 뉴타운은 공항에서 가까워 택시를 탔다. 공항에서 뉴타운까지 지하철을 타면 한참 돌아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가격도 일반 지하철 보다 훨씬 비싸 택시를 타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에어비엔비 호스트가 알려주셨다. 구글맵스에서 30분 정도 걸리고 20~30 달러를 지불하면 된다고 확인했지만 아침 8시 출근 시간에 도착한 나는 교통체증에 딱 막혀 숙소에 도착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고 50달러를 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보다 빠르고 가격도 합리적인 택시가 훨씬 낫지만 택시를 타는 시간도 꼭 고려를 해야 될 것 같다.


뉴타운 사인이 곳곳에 보이는 거리를 지나 조용한 주택가에 도착해 짐을 내리자 긴 여정이 끝나고 시드니에 도착했다는 게 확실히 실감되었다. 크게 숨을 들이켜고 마음속으로 인사했다.


"굿 데이, 오지!"






뉴타운 숙소


한 달 동안 내 집이 되어 줄 뉴타운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꽃이 예쁘게 핀 플루메리아 나무가 맞아주는 2층 집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가로 넓이가 크지 않아 좁아 보였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쪽으로 길게 넓은 공간이 나왔다. 입구부터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이 집 곳곳에 걸려있었고 아시아 스타일의 고가구와 많은 장식품들이 구석구석 채워져있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물건들이 이 집에서는 하나처럼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 일주일은 이층 방에서 나머지 3주는 뒤뜰이 함께 있는 아래층 방에서 지냈는데 두 방 모두 두 사람이 지내도 될 만큼 충분히 넓었고 하루 종일 햇빛도 가득 들어와 밝았다. 거실과 부엌처럼 내가 지냈던 방에도 새 물건보다 낡은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이 훨씬 더 많았는데 강렬한 그림들과 함께 개성 있게 방을 꾸미고 있었다. 삐걱삐걱 소리 나는 나무 바닥 위에 깔린 새빨간 페르시안 카펫,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옷장, 할머니의 재봉틀이 놓여있던 테이블,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줬을 나뭇조각상, 어느 집의 현관문 등등 모두 캄보디아, 바레인 등 호스트 부부가 사셨던 여러 나라에서 하나하나 모아 가져오신 거라고 한다.


마치 작은 미술관 혹은 박물관 같았던 이 집에서 지내는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오래된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나라의 어떤 집에서 발견해 힘겹게 시드니로 가져와 닦고 칠하고 맞는 자리를 찾은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웠다. 숙소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부부가 여행한 이야기와 연결되었는데 나중에 내 집이 생기면 내 공간도 이렇게 여행한 추억들로 가득 채워놓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이 집의 호스트 부부인 피터와 로잔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도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항상 두 분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소개해 주신 덕분에 내 시드니 생활이 기대보다 훨씬 더 풍부한 경험들로 채워졌다. 반려견 미미는 완전 엄마 로잔나 바라기라서 친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나중에는 내가 주는 음식도 먹어주고 부르면 가끔씩 쳐다봐주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숙소이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든 이 예쁜 집은 오랫동안 그리울 것 같다. 에어비앤비에 슈퍼 호스트로 등록되어 있는 두 분의 이 멋집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조용하고 정겨운 동네


시드니에서 가장 힙하다는 뉴타운에서도 가게, 레스토랑, 펍이 늘어서 있어 항상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중심지인 킹 스트리트(King st)와 엔모어 스트리트(Enmore st) 근처에 숙소가 있었다. 이런 크고 복잡한 거리를 양쪽에 두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숙소 주변은 아주 조용했다.


이른 아침에는 새 지저귀는 소리, 낮에는 바람소리 그리고 저녁에는 옆집 뒤뜰에서 파티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항이 가까운 뉴타운에서는 비행기가 비교적 낮게 다녀 소리가 꽤 크게 들렸는데 평소에 동네가 워낙 조용하다 보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잠깐 대화를 멈추고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인지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정도의 소음이었다.


이 조용한 동네는 이웃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뒤뜰 사이로 나있는 작은 골목을 함께 산책하며 서로의 집을 왕래하는 기분 좋은 마을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 호스트 부부 덕분에 정말 내 동네인 것처럼 다른 이웃들과도 인사하며 지낼 수 있었다. 정형화되고 차가운 이미지의 시드니에서도 뉴타운만큼은 이웃사촌이 존재하는 정겨운 동네였다.






두 번째 호주, 시드니


십 년 전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무리하며 호주 남부를 따라 횡단 여행을 했고 시드니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었다. 새해맞이 파티를 멜번에서 하고 시드니에 도착해 더운 시드니의 여름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그때는 아빠의 오랜 친구분 댁에 머물면서 한국 교포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이민 와 자리를 잡은 이민 2, 3세대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십 년 전과 많이 달라진 내가 경험하는 시드니 자체도 새로웠지만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 나눈 그들의 이야기들도 아주 새로웠다.


두 번째로 만난 시드니에서의 한 달 살기가 시작되자마자 예전에 여행했던 희미한 기억들과 변화된 모습들이 뒤섞였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 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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