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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09. 2021

시드니에서의 썸머 크리스마스 & 해피 뉴이어 불꽃놀이

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시드니 불꽃놀이


호주에서 보내는 두 번째 여름


바르셀로나의 흐린 겨울이 싫어 비행시간만 21시간이 걸려 도착한 시드니는 그동안 여행했던 다른 도시들보다 특별했다. 호주에서 보내는 두 번째 여름, 두 번째 썸머 크리스마스 그리고 두 번째 새해맞이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을 찾아 남반구까지 내려왔다는 것, 가톨릭도 크리스천도 아니지만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새로운 한 해를 완전히 낯선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유로 두 번째로 찾은 호주의 여름은 더욱 특별했다.






썸머 크리스마스


호주에서 보낸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퍼스 Perth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호주를 여행하다가 친구들이 지내고 있던 멜번 Melbourne에서 파티를 하며 보냈다. 두 번째 크리스마스는 시드니의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로잔나, 피터의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보냈는데 내 친구가 호스트 부부와 친구인 덕분에 항상 나를 챙겨주셨던 두 분은 가족들이 모이는 크리스마스에도 나를 초대해 주셨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에 피터가 뇨끼를 같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에어비엔비 호스트 부부인 로잔나와 피터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이민 온 1.5세대이고 비건과 베지테리안이었다. 요리를 잘하는 피터가 크리스마스 음식을 직접 준비하면서 그리스와 이탈리아 요리를 모두 비건과 베지테리안 식으로 준비한다고 했다. 피터가 직접 하는 많은 요리들 중에서 뇨끼는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 했다.


감자를 삶고 으깬 후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고 조금씩 떼어내 뇨끼 틀에 굴리거나 포크로 굴려 모양을 잡으면 완성이었다. 로잔나 동생 가족이 같은 집에 묵고 있었는데 로잔나 조카들과 같이 뇨끼를 반죽하고 만들었다. 피터의 시범을 보고 난 후에 누가 더 예쁘게 많이 만들 수 있는지 경쟁하며 만들었는데 적당한 점성과 크기를 맞추는 것과 줄무늬 모양을 예쁘게 내는 게 쉽지 않았다.


뇨끼를 다 만들고 나서 피터가 고맙다며 우리를 쿠지 비치로 데려다주었다. 해가 지기 전 늦은 오후에 도착한 해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는데 산타클로스의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12월 말 가장 뜨거웠던 시드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느지막이 일어나 거실로 나와보니 벽난로 앞에는 선물이 가득 있었고 테이블에는 로잔나가 아껴두었던 접시와 커틀러리가 예쁘게 준비되어 있었다. 부엌은 피터가 아침 일찍부터 가족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점심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로잔나의 가족들이 모두 도착하고 다 같이 선물을 먼저 뜯어보았다. 따뜻하게 나를 맞이해준 로잔나와 피터 그리고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면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부부가 함께 내 선물까지 챙겨주셨다.


피터가 전날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으로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했다. 피터가 만든 비건과 베지테리안 식 크리스마스 요리는 언제나처럼 완벽했다. 모두가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난 후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 때 먹는 파네토네를 먹었다. 디저트까지 식사가 모두 마무리되었을 무렵부터 로잔나와 피터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해서 늦은 밤까지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하루 종일 파네토네에 커피와 티를 번갈아 마시며 로잔나와 피터 가족,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조카들과 놀아주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내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덕분에 외로운 마음 없이 많은 사람들과 따뜻하게 지낸 시간이었다.






해피 뉴이어 불꽃놀이


멜번에서 밤새 파티를 하며 보냈던 첫 번째 호주에서의 새해와 다르게 이번 시드니에서는 친구들과 시드니 하버 브리지의 불꽃놀이를 보며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 하버 브리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밤 9시 패밀리 불꽃놀이와 밤 12시 정각에 미드나이트 불꽃놀이로 두 번 진행된다. 불꽃놀이의 테마는 매번 변경되는데 과거와 현재의 유명한 음악들에 맞춰 12분 동안 시드니의 하늘이 불꽃으로 장식된다. 하버 브리지의 전체를 활용하고 오페라 하우스와 주변의 빌딩들 그리고 일곱 개의 바지선까지 동원하는데 매년 백만 명의 사람들이 직접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전 세계에서 10억 명의 사람들이 티브이를 통해 본다고 한다.


시드니 하버 브리지 불꽃놀이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하버 브리지와 그 주변의 자리를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 불꽃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에서부터 웬만큼 볼 수 있는 곳까지 모두 구역을 정해 금액을 매겨놓았는데 12월에는 엄청난 돈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자리들은 이미 매진되었다.


우리는 하버 브리지가 보이는 근처도 갈 수 없었지만 불꽃놀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스폿을 찾아 한 시간 넘게 헤맸고 작고 장애물들이 좀 있지만 그나마 하버브리지가 눈에 들어오는 포츠 포인츠 Potts Point에 자리를 잡았다. 불꽃을 조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포기하고 잡은 자리라 처음에는 많이 서운했는데 자정이 가까워 오자 금세 주변은 나와 같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친구들과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스페인에서 하던 것처럼 포도알을 입에 하나하나 넣으면서도 불꽃놀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봤는데도 하버브리지에서 12분 동안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불꽃놀이는 정말 대단했다. 내가 직접 봤던 2018-19의 불꽃놀이는 테마는 "The Pulse of Sydney"였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불꽃 모양과 색깔을 만드는 8.5톤의 화약을 사용했다고 한다.


시드니 하늘을 채운 불꽃을 보며 행복한 기운이 점점 차올랐는데 12분의 불꽃놀이가 끝난 후에도 벅찬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모든 게 내 마음대로 이뤄지는 한 해가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 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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