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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04. 2021

말라가 강아지들과 히브랄파로 성 산책하기

스페인 여행: 말라가, 히브랄파로 성 전망대

라파 아저씨와 강아지 두 마리


말라가 숙소 파티오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에어비엔비 숙소 주인인 라파 아저씨가 코커 스파니엘 두 마리를 데리고 숙소에 오셨다. 아저씨가 집을 정리하는 동안 순한 아이들은 거실과 파티오를 오가며 조용히 놀고 있었고 그 모습이 예뻐서 쓰다듬어 줬더니 옆에 와 앉아 계속 쓰다듬어 달라고 팔을 당겼다.


아저씨가 매일 아침 숙소를 정리하고 강아지들과 산책을 가는 덕분에 이후에도 거의 매일 아이들과 만났다. 나를 낯설어하지 않고 금세 다가와 준 아이들과 말라가 시내도 다니고 차 타고 해변도 같이 다녀오고 나서는 정이 많이 들어 말라가를 떠나는 날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많이 아쉬웠다.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많은 에어비엔비에서 지냈지만 라파 아저씨만큼 여행객들을 배려해 주는 호스트는 많지 않았다. 라파 아저씨는 편안한 숙소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말라가에서 재밌는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자신이 해야 될 일이라며 말라가와 주변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들을 직접 만들어 제공해 주셨다. 덕분에 숙소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타파스 나이트, 펍 투어, 말라가 골목 투어, 근교의 해변까지 다녀올 수 있었고 그만큼 재밌는 추억들이 많이 쌓였다.


강아지들을 처음 만난 날, 하루에 두 번 강아지들과 산책을 한다는 아저씨는 동네도 소개해 줄 겸 히브랄파로 성 전망대까지 같이 산책을 하자고 제안하셨고 신나는 마음에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아저씨 강아지들과 산책을 다녀오면서 이 날 하루를 아주 기분 좋게 시작했다.





히브랄파로 성



히브랄파로 성은 130m 높이의 히브랄파로 산에 위치한 요새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기원전 770년부터 페니키아인들이 말라가를 지키기 위해 히브랄파로 산을 요새로서 활용했고 무어인들이 929년 성벽을 두 겹으로 쌓아올렸다. 히브랄파로 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바위 혹은 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1487년 레콩키스타 전쟁 중 페르난도 왕고 이사벨 여왕이 성을 포위하면서 스페인 사람들에게 유명해졌다고 한다. 가톨릭 군에게 포위된 무어인들이 기아를 이기지 못하고 항복하면서 말라가를 빼앗겼다.


지금은 히브랄파로 성까지 오르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말라가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도 하고 산꼭대기의 전망대에서 말라가의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히브랄파로 전망대



라파 아저씨와 강아지 하네스 줄을 하나씩 잡고 산책길에 나섰다. 숙소 근처에 있는 피카소 동상을 지나 히브랄파로 산을 향해 걸었다. 아저씨가 분명 작은 동산이라고 했는데 산을 오르는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동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높이가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입구부터 가파른 계단이 구불구불 전망대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재빠르게 올라가는 강아지들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아 숨이 턱 끝에 차올랐다.


가파른 계단만 보고 올라가다 보니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말라가 항구와 시내가 지중해와 함께 눈에 들어왔다. 숨이 차게 올라온 만큼 눈앞에 있는 풍경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답답함이 가득했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떠나온 여행에서 마주한 이런 풍경들이 조금씩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다.


반대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커다란 산을 둘러 나있는 산책로여서 훨씬 수월했다. 기온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바닷바람과 나무 그늘 덕분에 걷기에 적당한 온도가 되었다. 강아지들도 내려가는 길은 나와 발을 맞춰주었다. 길을 따라 내려갈수록 달라지는 말라가 시내의 모습을 보며 대성당, 피카소 미술관, 알카사바 같은 시내에서 가고 싶은 곳들을 떠올려 보았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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