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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12. 2021

말라가 피카소와 함께하는 하루

스페인 여행: 말라가 피카소 미술관, 와인바, 생가, 동상


피카소의 고향에서 피카소와 함께 하는 하루



천재화가 피카소의 고향은 말라가이다. 1881년 10월 25일, 부르주아였던 아버지 호세 루이스 블라코와 어머니 마리아 피카소 로페스가 말라가의 산티아고 교회에서 결혼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그들의 첫째 아이로 태어났다.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시프리아노 데 라 산티시마 트리니닫 루이스 피카소 -

Pablo Diego José Francisco de Paula Juan Nepomuceno Cipriano de la Santísima Trinidad Ruiz Picasso


이렇게 엄청난 길이의 이름으로 출생신고가 되었고 여기에 네 개의 이름이 더 붙은 채로 세례를 받았지만 그는 이름에 아버지와 어머니 성을 붙인 파블로 루이스 피카소로 불렸다. 스페인에서는 이름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붙이는데 불리고 싶은 성을 선택해서 끝에 붙인다. 파블로는 어머니의 성을 선택했고 파블로 피카소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아티스트를 꿈꾸던 미술학교 선생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8살에 아버지의 지도를 받아 노란 옷을 입은 투우사 'El Picador Amarillo'를 유화로 그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말라가에서 피카소가 보낸 시간을 길지 않았다. 10살이 되던 해에 라꼬루냐 La Coruña로 전근을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이사를 했고 4년 뒤에는 바르셀로나로 이사를 가서 본격적으로 미술학교를 다니며 미술 공부를 했다. 이후 가족들과 여름을 말라가에서 보내거나 친구와 같이 한 달 정도 머물기도 했지만 피카소는 고향 말라가 보다 바르셀로나와 파리에서 인생의 주요 시기들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천재화가 피카소가 태어난 고향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하루를 피카소와 함께 보낼 수 있다. 피카소의 시간을 따라 코스를 정한다면 아래와 같이 방문하는 장소를 정해볼 수 있다. 말라가에서의 피카소를 만나보겠다는 생각으로 반나절 동안 아래의 코스에서 교회와 투우장을 제외한 나머지 장소들을 찾아가 보았다.



피카소 생가와 동상 - 세례 받은 교회 Iglesia de Santiago - 투우사 그림의 배경이 된 투우장 - 피카소 미술관  - 피카소가 말라가에 오면 들렸다는 와인바


주소: 

Plaza de la Merced, 15, 29012 Málaga, 스페인            

Calle Granada, 78, 29015 Málaga, 스페인    

Paseo Reding, 29016 Málaga, 스페인

Palacio de Buenavista, Calle San Agustín, 8, 29015 Málaga, 스페인

Alameda Principal, 18, 29005 Málaga, 스페인







피카소 미술관



* 관람 시간

월요일 - 일요일

3월 - 6월: 11:00 - 18:00 / 7월 - 8월: 11:00 - 19:00 / 9월 - 10월: 11:00 - 18:00 / 11월 - 2월: 11:00 - 17:00

* 관람 시간 단축

12월 24일, 31일, 1월 5일: 11:00 - 15:00

* 휴관일

12월 25일, 1월 1일, 6일

* 입장료: 9유로

* 미술관 내 작품 사진촬영 금지 / 오디오 가이드 포함 /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만 지원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할 때 그의 대작을 볼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의 작품들과 말라가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물 중 하나로 꼽히는 부에나비스타 궁전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을 지나 높게 쌓인 벽 한쪽에 쓰인 미술관 이름을 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말라가의 피카소 미술관은 피카소의 첫째 며느리인 크리스틴과 손자 베르나르드가 재단을 설립하고 상속받은 피카소의 작품 155점을 기증하면서 2003년 문을 열었다. 지속적으로 컬렉션의 규모를 늘려가고 있으며 미술관에서는 피카소의 그림, 조각, 드로잉 등 다채로운 작품 120점을 관람할 수 있었다. 1894년부터 1972년까지 미술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의 말년 작품인 큐비즘 시절의 작품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와 스타일의 작품들이어서 한 사람이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부에나비스타 궁전은 무어인들이 아랍식 궁전으로 지은 건물에 르네상스 양식을 더해 16세기 초반에 건축한 궁전이었다. 스페인과 무어인의 양식이 조합된 무데하르 양식이 아름답게 구현된 이 궁전은 스페인의 국보가 되었고 이후 미국인 건축가의 손길을 거쳐 지금의 미술관으로 탈바꿈되었다. 리셉션을 지나 들어가면 나타나는 중정은 이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이다. 전시실을 이동할 때마다 쉬어가며 건물을 구경하고 전시실에서는 찍을 수 없는 사진을 이곳에서 찍으며 미술관 기념샷을 남겼다.


나처럼 비전문가가 보아도 알만한 유명 작품들이 없어 작품만으로는 엄청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해온 그의 스타일이 녹아든 수많은 형태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피카소의 와인바, Antigua Casa de Guardia


말라가는 묵직하면서 금빛이나 짙은 갈색을 띠는 모스카텔 와인으로 유명한데 이 와인을 비롯해 말라가의 와인과 베르뭇을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안티구아 까사 데 구아르디아이다. 1840년 당시 스페인 여왕이었던 이사벨 2세에게 와인을 공급했던 호세 데 구아르디아가 세운 양조장에서 시작해 그 모습의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말라가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라는 것 이외에도 피카소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미술관을 보고 나서 출출한 속을 달랠 겸 피카소가 자주 왔다는 이 와인바를 찾아갔다. 어둑하고 작은 공간은 서서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는데 숨을 쉴 때마다 와인향이 가득 들어왔다. 가게의 한쪽 벽은 와인 배럴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쌓여있는 와인 배럴 앞에는 와인 이름이 도수, 가격과 함께 적혀있고 그 와인을 만든 사람의 사진이 붙어있는 것도 있었다. 할아버지네 와인 저장고에 들어온 듯한 정겨움이 느껴졌다.


서서 간단하게 먹고 가는 와인바로 바로 작은 잔에 한 잔씩 판매한다. 어떤 것을 먹을지 몰라 고민하고 있으니 바텐더 아저씨가 내 취향을 간단히 물어보시고는 여러 가지는 추천해 주셨다. 어울리는 타파스도 골라주셔서 혼자 가서도 어렵지 않게 와인과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었다. 바텐더 분들이 말도 걸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면서 너무 친절하게 챙겨주셔서 재밌고 맛있게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Antigua Casa de Guardia에는 영수증이 따로 없고 주문할 때마다 내가 서있는 자리 앞에 분필로 가격을 적어두셨다. 분필로 숫자를 적는 게 귀여운 데다가 내가 마신 가격을 바로바로 볼 수 있어 자제를 시켜주었다.



피카소의 단골집에서 예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말라가의 와인을 맛본 것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 것도 말라가에서의 좋은 추억이 되었다.






피카소 생가와 동상



* 피카소 생가 관람 시간

휴일 포함 매일 9:30 - 20:00

12월 24일, 31일: 9:30 - 15:00

*휴관일

12월 25일, 1월 5일

*입장료: 3유로



말라가에서 지냈던 숙소가 피카소 생가와 그 앞 광장에 있는 동상과 아주 가까워서 구시가지나 말라게따 해변을 갈 때면 항상 지나다녔다. 피카소와 함께 하는 하루의 마지막 코스로 그의 생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천재화가가 태어나 10살 때까지 자란 집은 1983년 스페인의 국보로 지정되었다. 관련 재단을 스페인 정부에서 직접 만들어 피카소가 말라가에서 보냈던 당시의 가족과 말라가의 모습을 전시하고 있었다. 6개로 나눠진 전시공간은 실제 집에 있던 가구나 가족들의 편지,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말라가의 19세기 사진 등 피카소와 관련된 것들을 모아 두었다.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생가 바로 옆 건물에서는 초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피카소 미술관에서 보았던 스케치 정도의 작품과 피카소와 동시대의 화가 작품들이 있었다.


숙소 앞에 있고 입장료도 3유로로 저렴해서 들러보았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할 정도로 흥미로운 전시는 아니었다.


피카소가 태어난 집 앞에 설치되어 있는 공책과 연필을 쥐고 있는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피카소의 흔적을 따라갔던 시간을 마무리했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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