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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11. 2021

말라가 설레는 지중해 해변

스페인 여행: 말라가 해변, 말라게따, 엘빨로 

지중해와 해변






지중해

면적 296만 9,000㎢, 길이 약 4,000km, 최대 너비 약 1,600km, 평균 수심 1,458m, 최대 수심 4,404m이다. 유럽 지중해는 아프리카·아시아·유럽의 3개 대륙에 둘러싸여 있는데, 서쪽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대서양과 통하고, 동쪽은 수에즈 운하로 홍해·인도양과 연결되며, 북쪽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으로 흑해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지중해’라고 하면 이 유럽 지중해를 가리킬 정도로 유명하며, 고대부터 중세 말까지 유럽 문명의 중심 무대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세계 항로의 주요 간선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중해 [Mediterranean Sea, 地中海] (두산백과)



유럽과 지중해 이 두 단어는 항상 나를 설레게 했는데 그곳에 가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졌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에 회사 생활을 포기하고 스페인행 티켓을 끊었을 때 유럽의 스페인 땅을 밟는 것만큼 지중해의 파도에 뛰어드는 것도 너무나 기대되는 일이었다. 이베리아 반도의 해안을 따라 여행한 이유이다.


7월과 8월 스페인의 뜨거운 여름에 지중해를 최대한 즐기는 게 스페인 여행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다. 스페인 여행을 시작하는 첫 번째 도시로 말라가를 선택한 것도 처음 계획했던 일주일에서 삼일을 더 머물게 된 것도 지중해를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운전할 수 없어 말라가 주변의 많은 해변들을 찾아가지는 못했지만 열흘을 머무는 동안 거의 매일 해변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말라게따 해변 

Playa de La Malagueta



말라게따 해변은 말라가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비치타월, 선크림, 음료수를 챙겨 숙소에서 출발해 15분 정도 설렁설렁 걸어가면 말라게따 해변에 도착했다. 시내와 가깝다 보니 해변이나 바닷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햇볕을 쬐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말라가 사람들은 매일 말라게따 해변을 즐겼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 손주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는 비치용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았고 친구들끼리 놀러 온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며 놀았다. 커다란 파라솔과 아이스박스를 챙겨 보까디요나 시원한 과일을 먹으며 오후 내내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하루는 시에스타 시간이 끝날 무렵 내 옆에서 태닝을 하며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저씨가 고이 접어놓았던 정장에서 모래를 탁탁 털어내더니 머리맡에 있던 서류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는 걸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부러워서 아저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말라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바다가 가까울수록 좋은 회사라며 여름에는 점심시간에 바닷가에서 태닝 하거나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해변에서 태닝을 즐길 수 있다니, 그 아저씨가 한없이 부러웠다.






숨겨진 비밀 해변



에어비엔비 숙소 호스트였던 라파 아저씨가 준비한 타파스 나이트를 즐기던 날 독일 언니 안나와 함께 조용한 해변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던 중 라파 아저씨가 강아지들과 자주 가는 비밀 해변에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했다. 말라가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작은 해변을 소개해 주겠다는 아저씨의 솔깃한 제안에 안나와 나는 재빠르게 눈빛을 주고받아 아저씨에게 그날 저녁을 사는 걸로 고마운 마음을 미리 건네고 해변에 가는 날을 바로잡았다.


숨겨진 비밀 해변으로 떠나기로 한 날 안나와 라파 아저씨 그리고 아저씨의 강아지들과 함께 숙소 현관에서 만났다. 안전벨트를 맨 강아지들과 뒷자리에 나란히 타고 출발했다. 말라가 시내를 벗어나 30분쯤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고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에 들어섰다. 길 양쪽으로 잡초가 무성한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10분을 더 들어가고 나서야 멀리 바다의 푸른빛이 살짝 보였다.


들판 한가운데에 주차를 하고 사람들이 밟아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내려갔다. 빽빽하게 자라난 수풀을 걷고 절벽 끝에 가까워 지자 발아래 작은 해변이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또 다른 푸른색의 바다가 움푹 땅을 파헤치고 들어와 작은 해변을 만들었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햇볕에 머리카락을 살랑이는 기분 좋은 바람 소리, 다른 사람들의 작은 말소리 이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평화로웠다.


안나와 라파 아저씨와 같이 해변에 가기 전까지 혼자서는 길어야 두 시간 정도 해변에서 머물 수 있었는데 이 날 제대로 해변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 네다섯 시간 정도 쉬다 가자는 아저씨의 말에 그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했는데 해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다양했다. 각자 타월에 누워 수다를 떨며 태닝을 하다가 더우면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출출해지면 보까디요도 한 입 먹고 해변을 따라 걷기도 했다. 우리가 찾아갔던 해변은 강아지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아이들과 같이 헤엄치며 더욱 즐겁게 물놀이를 했다.


신나게 놀다 보니 금방 해 질 녘이 되었는다. 해변을 떠날 때쯤 마음은 너무나 평화로웠고 뜨거운 햇볕에 지졌던 몸은 힘없이 노곤 노곤해졌다. 라파 아저씨는 해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게 말라가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하셨지만 나에게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지금도 그 비밀 해변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최고의 시간 중 하나로 기억된다.






엘 빨로 해변

Playa del Palo



말라가를 떠나는 날 아쉬운 마음에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엘 빨로 해변으로 가보았다. 피카소 미술관 근처에 있던 숙소에서 3번 버스를 타고 해변 옆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렸다. 해변 뒤로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고 그만큼 관광객들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찾는 조용한 해변이었다.


라파 아저씨한테 배웠던 것처럼 여유롭게 해변을 걷다가 바다 가까이 자리를 깔고 쉬었다. 말라게따보다 훨씬 얕은 깊이의 엘 빨로 해변은 어린아이들이 많았는데 수영을 잘 못하는 나에게도 딱인 해변이었다. 이 해변의 모래는 유독 까끌까끌하고 색도 까만 색인 탓에 걸을 때도 발이 좀 따가웠고 바닷물도 더 탁해 보였다.


날씨까지 흐려서 말라가에서의 마지막 해변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다음 지중해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날까지는 버티기에는 충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말라가에서 처음 만난 지중해 해변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푸르게 남아있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 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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