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 아델 Jan 07. 2021

말라가 대성당으로의 강한 이끌림

스페인 여행: 말라가, 말라가 대성당


말라가 대성당



말라가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거대한 성당의 종탑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다가, 타파스를 먹으며 맥주 한잔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종탑이 보였다. 스페인의 도시들을 조금 더 여행하고 나서야 도시나 마을 중심에 있는 큰 성당은 항상 보인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숙소에서 길을 나서면 로마 극장과 알카사바를 지나야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군데군데 무너진 로마극장과 자갈이나 바위를 사용해 쌓아 올린 알카사바의 거친 모습이 성당의 세밀한 장식과 대조를 이뤘다. 로마극장과 알카사바의 투박함을 먼저 눈에 담고 만나는 성당의 부드러움은 성당을 마주하는 순간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1487년 가톨릭 군대가 무어인들로부터 말라가를 점령한 후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은 가톨릭 성당을 말라가에 세울 것을 명령했다. 무어인들이 세운 성벽과 알마하 모스크를 허물고 그 부지에 성당이 지어졌는데 1528년부터 1782년까지 250여 년간 공사가 이어지면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성당 외벽에서 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성당의 탑은 원래 2개를 짓는 것으로 계획되었지만 성당이 미국 독립전쟁에 기부를 하면서 자금 부족으로 인해 하나의 탑만 완성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탑은 라 마니끼따 La Manquita, 즉 한쪽 팔만 가진 탑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사이트 설명에는 귀엽게 부르는 이름이라고 했지만 한국어로 써놓으니 조금 오싹하게 보인다.






성당 입장하기



말라가 대성당은 스페인 여행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성당이었던 만큼 놀라움도 가장 컸다. 너무나 거대한 성당은 밖에서 봤을 때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종탑의 꼭대기, 파사드의 한 면, 성당의 출입문 하나같이 단편적인 이미지들만 볼 수 있었다. 큰 건물이라는 생각만 있을 뿐 실제로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성당 내부는 41.79m의 어마어마한 높이로 그 안에 들어선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로 느껴졌다. 안달루시아의 건물들 중에서 가장 높은 이 성당의 내부는 하늘에 닿을 듯이 솟은 기둥이 다양한 무늬들로 장식된 돔 형태의 천장을 받치고 있었다. 직사각형 형태인 성당의 내부는 3개의 네이브와 제단, 성가대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르네상스와 바로크 스타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가장 화려한 장식 중 하나였던 성가대석은 17세기에 마호가니와 삼목 나무로 만들고 40개의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조각상들이 가득 자리 잡고 있는 성가대석은 하얀 대리석과 대조되어 가장 기억에 남게 되었다. 두 개의 오르간은 4천 개 이상의 파이프로 이루어져 있는데 18세기 성당 악기의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고 현재도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관리가 잘 되었다.


성당에 들어서 네이브를 따라 작은 예배당의 장식들을 보면서 제단까지 그리고 다시 반대편 네이브로 돌아 나오면서 성당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웅장한 크기에 한번,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이런 성당을 지을 수 있는 종교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당으로의 이끌림



성당을 둘러보는 내내 묵직한 무언가에 짓눌려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성당 옆 작은 정원에서 압도되었던 감정을 조금 풀어낼 수 있었다. 7월 말라가 대성당의 정원은 성당 이전에 자리 잡고 있었던 무어인들의 흔적처럼 아랍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작은 분수 곁에 오렌지 꽃을 비롯한 예쁜 식물들이 정원에 피어있었다.


내부에 들어가 보고 나서 성당의 웅장함에 압도된 이후 그 감정에 이끌려 여러 번 성당을 찾았다. 하늘에 구름 하나 없이 맑았던 날, 하루 종일 흐렸던 날 그리고 해가 지고 난 뒤 오렌지색 조명을 받을 때에도 찾아가 입장은 하지 않고 성당 주변을 돌아보며 성당 내부를 상상해 보았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 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라가 모두가 모이는 파티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