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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20. 2021

그라나다 레콘키스타의 완성, 별이 빛나는 대성당

스페인 여행 일기: 그라나다, 그라나다 대성당

가톨릭의 승리



이베리아반도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그라나다의 무어인들은 이슬람 문화를 알람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지구에 남겨두었고 지금은 그라나다를 대표하는 유적지가 되었다. 하지만 무어인들을 몰아내고 차지한 가톨릭은 그라나다의 주인으로서 대성당을 지었다.


10~13세기에 주로 지어진 스페인 다른 도시의 성당들과 다르게 그라나다 대성당은 레콘키스타 Reconquista가 완성된 1492년 이후에 공사를 시작했다. 16세기 스페인의 왕이었던 까를로스 1세는 그라나다에 가톨릭의 기운이 가득한 도시를 짓기를 원했고 가톨릭 궁전, 그라나다 대학과 함께 대성당 건설을 시작했다. 이슬람의 모스크가 있던 자리를 대성당으로 대체함으로써 무어인들을 압도하는 가톨릭의 정신을 그라나다에 뿌리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알람브라 궁전만 상상하며 찾아간 그라나다에서 대성당은 나에게 선물 같은 곳이었다. 이베리아반도를 되찾은 승리의 기쁨이 그라나다 대성당에 새겨진 듯했다.






그라나다 대성당





입장 시간

월요일~토요일: 10:00~18:30 / 일요일, 공휴일: 15:00~17:45


입장료

12세 이하 어린이: 무료 / 성인: 5유로

* 오디오 가이드가 무료로 제공

(너무 반갑게도 한국어로도 지원된다.)

* 일요일 15:00~17:45에



그라나다 대성당은 엔리께 에가스 Enrique Egas가 톨레도 대성당을 모델로 1526년 공사를 시작해서 1704년에 완성되었다. 180년 동안 지어진 성당은 처음 건설을 시작했던 고딕을 비롯해 르네상스, 네오 클래식, 바로크 스타일로 지어졌다. 성당의 입구는 바로크 스타일로 17세기 중반에 완성되었다. 처음 설계에서는 80m의 탑 2개를 계획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인해 50m와 7m로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현재는 종탑과 시계탑으로 사용되고 있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대성당의 파사드는 그라나다를 지키는 성벽 같았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의 크기와 비교하며 이 성당을 짓기 위해 들였을 노력을 잠깐 상상해보았다.


성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밝은 빛으로 눈앞이 환해졌다. 성당 내부는 모두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기둥 끝 높은 곳에 위치한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따뜻하게 성당을 채워주었다.


거대한 성당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르네상스 스타일로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기둥 양식 중 하나인 코린트식에 따라 지어졌다. 가운데 네이브를 구성하는 기둥은 34.5m, 나머지 기둥은 26.5m 높이로 뻗어있다.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있는 높이만큼 성당의 가로 폭도 넓다. 기존 성당들이 3개의 네이브로 길쭉한 십자가 모양을 지녔다. 하지만 그라나다 대성당은 네이브를 5개를 만들어 가로 폭이 넓어지면서 십자가의 가로로 놓이는 부분과 폭이 같아졌기 때문에 십자가 형태가 아닌 직사각형 형태를 갖고 있다.


사각형, 원형으로 이뤄진 다양한 형태의 천장도 그라나다 대성당의 특징 중 하나다. 32개로 나눠진 둥근 천장에 8가지의 기하학적인 무늬들을 사용해 꾸몄다고 한다. 천장의 무늬에서 시작된 선들이 기둥에 연결되어 바닥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장식이 아름다웠다.


바로크와 로코코 스타일로 각각 만들어진 두 개의 오르간은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들과 성인들을 도금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흰색으로 단정하게 구성되어 있는 르네상스 스타일의 성당 내부에서 바로크와 로코코 스타일의 오르간은 더욱 돋보였다.






별이 새겨져 있는 성당



그라나다 대성당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성당들 중에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다음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깜깜하게 어두운 내부를 장식과 무서운 메시지가 담긴 그림으로 빼곡하게 채운 성당은 사람들을 압도하여 경외심을 얻어낸다. 반면, 그라나다 대성당은 환한 빛으로 편안함을 주고 찬양을 불러일으킨다.


중앙 네이브를 따라 제단으로 걸어가는데 제단 위로 하늘색이 살짝 보였다. 제단에 가까워질수록 에메랄드 빛 하늘을 드러내는 돔의 모습에 설레었다. 원형 형태의 제단 위로 그라나다 성당 교황들의 초상화가 그 위로는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삶이 그려진 그림이 걸려있다. 그림과 돔 사이에는 창이 나있는데 스테인드글라스로 예수의 최후의 만찬, 예수의 고난과 부활 그리고 성령의 예수와 같은 성경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네이브의 끝에서부터 제단으로 깊숙이 들어와 그림, 스테인드글라스의 성인들과 눈을 맞춘 후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돔을 바라보며 그곳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구조로 성당이 만들어졌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돔의 한 가운데까지 바라보게 되었을 때에는 마치 빨려 들어와 그림 속 성인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단 뒤로 돌아보면서 그림과 스테인드글라스를 거쳐 돔의 중심까지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해보았다. 하얀색 대리석 바탕에 짙은 금색으로 섬세한 조각과 함께 장식된 제단은 같은 금색으로 반짝이는 하늘의 별과 조화를 이루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빛이 가득한 성당의 모습과 에메랄드빛 푸른 하늘을 옮겨놓은 돔에서 승리, 환희, 행복과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많은 성당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스페인이나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 아직 그라나다 대성당과 같은 성당을 만나지 못했다. 내부의 모습까지도 많이 비슷한 유럽의 성당들 중에서 그라나다 대성당은 분명 자시만의 아름다움이 있는 성당인 것 같다.


알람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지구에서 이슬람 문화를 만나봤다면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무어인들을 상대로 오랜 전쟁 끝에 승리를 거둔 가톨릭의 기쁨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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