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카사 밀라
라페드레라
스페인에서 카사casa는 집을 의미하고 그 뒤에는 집주인의 성을 붙인다. 밀라 부부 소유의 건물이었던 이곳은 카사 밀라 Casa Milà, 밀라네 집으로 불렸다.
하느님이 선물해 주신 바르셀로나의 지중해를 모티브로 안토니 가우디가 디자인한 이 공동주택은 완공되었을 때 카탈루냐와 스페인 전역에 격납고 혹은 쥐 굴 같다는 조롱을 당했다. 혹독한 평판을 받은 이 아파트는 결국, 단 한 채의 집도 분양이 하지 못했다.
카탈루냐의 모든 부자들이 모여사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비싼 그라시아 거리에 그 시대 최고의 건축가인 가우디를 고용해서 막대한 세금을 기꺼이 내가며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 밀라 부부는 분양에 실패하면서 파산하게 되었다.
카사 밀라를 담보로 가우디에게 디자인 비용을 지불한 밀라 부부는 결국 은해에 돈을 갚지 못했다. 그 결과 밀라 부부의 집이 은행의 소유가 되면서 이 건물은 더 이상 까사 밀라가 아닌 라페드레라 La Pedrera, 채석장이 되었다.
가우디가 성당에만 온전히 몰두하기 전 마지막으로 돈을 받고 지은 이 건물의 이름이 카사 밀라와 라페드라레라, 이렇게 두 개인 이유이다.
카사 밀라의 하이라이트
카사 밀라가 눈 앞에 있다면 제일 먼저 멀리서 건물 전체를 눈에 담는다.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다른 건물들과 확연히 다른 카사 밀라의 모습을 비교한다. 파사드를 정면으로 두고 건물 전체를 흐르는 곡선을 따라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둘러본다.
예전에는 마차가 지나다녔던 카사 밀라의 커다란 입구를 지나 건물 안으로 입장하면 로비를 지나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도록 되어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어두운 전시공간을 지나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오르면 가우디만의 개성이 가득한 작품을 눈부신 햇살과 함께 마주하게 된다. 신선함과 기괴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조각들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시선을 지중해 쪽으로 돌리면 바르셀로나 도시 뷰가 펼쳐진다. 해 질 녘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하늘을 배경으로 가우디의 작품과 바르셀로나를 같이 감상한다면 그 순간은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나는 바르셀로나를 찾은 지인들에게 카사 밀라에 해 질 녘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재즈의 밤 Nits de Jazz
카사 밀라의 하이라이트인 옥상에서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재즈 공연이 열린다. 티켓은 35유로, 입장은 8시 30분부터 가능하다. 바르셀로나의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는 밤 9시에 공연이 시작된다. 참고로 여름의 바르셀로나에서는 해가 길게 머문다.
티켓에 음료가 포함되어 있고 음료는 샴페인, 와인, 오렌지 주스 물이 준비되어 있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주는데 이것을 음료와 교환하면 된다.
좌석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계단에 앉거나 지중해와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보며 서서 노래를 들으면 된다. 숨죽이고 노래에 집중하기보다는 와인을 마시며 같이 온 사람과 얘기하고 멋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는 자유롭게 즐기는 콘서트이다.
나의 바르셀로나 여름 행사
카사 밀라에서의 재즈 콘서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 건물과 재즈 음악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문화재는 모두 보존만 해야 되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사 밀라의 재즈 콘서트는 가우디의 작품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하면서 그의 공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아주 멋진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감탄하고 둘러보는 것도 귀한 경험이지만 음악과 한 잔의 와인이 더해지면서 가우디가 디자인한 그곳에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여름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지중해까지 같이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멋진 뷰는 그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바르셀로나의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에 하나였던 만큼 나의 바르셀로나에서 카사 밀라의 재즈의 밤은 최고의 여름 행사이다.
바르셀로나의 그리운 모습 중 하나이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