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가장 많이 먹어본 타파스
와인병이나 잔 안으로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빵이나 햄을 덮은 것에서 시작된 타파 Tapa는 스페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문화가 되었다.
각자 1인분씩 차지하고 먹는 일반적인 서양의 식문화와 달리 여러 가지 요리를 작은 양으로 주문하고 한데 모아 다 같이 나눠먹는 스페인의 타파스는 유럽 사람들보다 우리에게 더욱 익숙하다. 반찬의 개념과 비슷하다.
수많은 타파스를 친구들과 함께 먹었지만 어떤 요리를 주문하던지 파타타스 브라바스는 항상 테이블 위에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동안 어디서든 친구들을 만나 테이블 앞에 앉자마자 메뉴를 다 훑어보기도 전에 맥주나 와인을 주문하면서 같이 시키는 게 바로 이 파타타스 브라바스였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많이 먹어본 타파스이다.
파타타스 브라바스
Patatas Bravas
스페인 사람들 혹은 유럽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가 감자가 아닐까 싶은데 그런 감자를 주사위 모양으로 작게 잘라 올리브 오일에 튀긴 후 살짝 매콤한 브라바스 소스를 얹어낸 간단 요리가 파타타스 브라바스이다.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스페인 전역에서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타파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맥주나 와인을 마실 때 올리브로 간단히 입가심을 한다면 파타타스 브라바스로는 속을 채우며 곁들이기에 좋은 안주이다. 두세 가지 타파스로 식사하며 한잔할 때 배가 충분히 부르면서도 다른 타파스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채워지는 적당한 메뉴이다.
브라바스 소스
Sala Baravas
브라바스 소스의 붉은색은 토마토가 아닌 붉은 피망에서 나온 색이다. 붉은 피망을 곱게 간 가루에 올리브 오일, 마늘, 양파 등을 넣고 소스를 만든다.
파타타스 브라바스는 이 브라바스 소스에 따라 달라진다.
식당마다 고유의 브라바스 소스를 갖고 있는데 가장 전통적인 주황색의 브라바스 소스부터 피망 가루가 훨씬 많이 들어간 짙은 붉은색의 소스까지 색깔과 농도도 다양하다.
여기에 마요네즈와 색깔이 비슷한 마늘 소스인 알리올리를 곁들이기도 하고 일반적인 브라바스 소스는 아예 제외하고 매콤한 고추기름을 뿌려 내는 곳도 있다.
튀겨낸 감자에 소스를 올려주는 아주 간단한 요리지만 소스를 어떻게 더하고 빼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다.
로컬 추천 파타타스 브라바스 맛집
1. 키노 KINO
주소: Carrer De Ferlandina, 23, Barcelona
키노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를 준 다양한 메뉴들을 만날 수 있는 식당이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아서 테라스에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맥주, 와인과 함께 부담 없이 맛있는 요리를 여러 개 맛볼 수 있다.
감자 모양도 브라바스 소스도 키노 스타일로 맛볼 수 있다.
2. 센트릭 Cafe-Bar Centric
주소: Carrer de les Ramelleres, 27, Barcelona
센트릭은 전형적인 스페인 타파스 바이다. 타파스 하면 떠오르는 기본 메뉴들을 거의 다 갖추고 있으며 타파스 전용 작은 접시에 조금씩 담겨 나온다.
그러나 파타타스 브라바스 만큼은 높이 쌓아 올려준다. 이곳은 알리올리 소스를 가득 얹고 매콤한 고추기름을 마지막에 뿌려주는 곳이다.
3. 베틀렘 BETLEM
주소: Carrer de Girona, 72, Barcelona
조금 고급스러운 식재료들을 사용해 기존 타파스에서 풍미를 살린 메뉴들을 갖추고 있다. 바르셀로나 집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이 집에서 와인과 맥주를 곁들인 한 끼를 해결했다.
바삭하게 튀긴 감자에 올라간 브라바스 소스는 상큼한 피망의 맛이 먼저 가득 느껴지고 마지막에 살짝 매콤함이 올라오는 스타일이었다.
세 군데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파타타스 브라바스를 많이 먹은 곳이다.
시원한 까냐 한 잔과 함께 먹는 파타타스 브라바스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맛있는 조합이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