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페스타 마조르 데 그라시아
Festa Major de Gràcia
카탈루냐어로 페스타 마조르 데 그라시아, Festa Major de Gràcia이며 스페인어로 피에스타 마요르 데 그라시아, Fiesta Mayor de Gracia는 바르셀로나의 그라시아 지구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축제를 의미한다.
바르셀로나의 10개의 지구 중 하나인 그라시아 지구에서는 8월 15일부터 7일에서 10일간 성대한 축제가 벌어진다. 이름도 그라시아의 큰 축제이고 벌어지는 장소도 그라시아 지구이지만 바르셀로나에 있는 모두가 함께하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이다.
6월 말 혹은 7월 초에 기념하는 산주안 Sant Juan이 바르셀로나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라면 8월 중순의 그라시아 축제는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축제이다.
그라시아 지구의 수도승들이 8월 15일 '8월의 성녀 Virgen de Agosto'라는 날을 기념한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서류에 기록된 그라시아의 첫 번째 축제는 1817년으로 오늘날까지 2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7년 200주년 축제를 성대하게 치렀다.
200년 넘게 축제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점차 종교적인 색채는 사라지고 그라시아 지구 주민들의 개성이 더해졌다. 현재 그라시아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거리 장식은 축제 기간 동안 공공장소를 나무, 나뭇가지, 꽃으로 장식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세기부터는 식물들이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든 장식품으로 거리를 꾸미면서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지금은 재활용품들을 활용해서 골목을 장식하는데 골목마다 주민들이 직접 테마를 정하고 손수 만든다. 그라시아 축제가 시작하기 한 두 달 전부터 주민들의 모여 장식하는 모습을 좁은 골목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러 날을 거쳐 만들어진 거리 장식들은 축제 기간 동안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일부는 축제의 마지막에 최고의 장식으로 선택되는 영광을 얻기도 한다.
축제의 나라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축제는 가톨릭 성인들의 날은 축하하는데에서 모두 시작되었다. 국가와 도시는 물론이고 작게는 골목 하나하나에 까지 수호성인이 정해져 있고 그에 맞춰 축제를 기념하다 보니 축제가 끊이지를 않는다.
국가에서 지정한 공휴일과는 별개로 동네마다 축제 기간 동안 휴일을 갖는 곳도 많다. 그 동네만의 축제일이 표시된 달력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바르셀로나 도시 전체가 아닌 그라시아 지구에서만 축제가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ay & Night
거리의 장식은 낮과 밤에 상관없이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장식된 골목에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고 골목마다 입구와 출구가 다르기 때문에 동선이 꼬일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그라시아 지구에서는 장식된 골목의 테마, 위치, 출입구를 표시한 지도를 배포한다. 그라시아 지구는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높아지기 때문에 골목을 구경할 때에는 위쪽, 높은 지역에서 시작해서 점차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출입구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형태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반대로 이동하는 경우 복잡해진다.
낮에는 인간 탑 쌓기 혹은 우리나라의 강강술래와 비슷한 사르다나와 같은 카탈루냐의 전통문화 행사들을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라시아 축제의 가장 큰 인간 탑 쌓기를 보기 위해서는 축제가 시작되는 날 그라시아 지구의 구청 광장으로 가야 한다. 건물 2층 높이까지 높은 인간 탑을 쌓고 드럼 연주로 흥을 돋운 다음 그라시아 지구를 대표하는 시장이 공식적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밤에는 골목과 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다양한 종류의 미니 콘서트가 열린다. 좁은 골목에 밴드가 겨우 들어갈만한 작은 무대에서부터 큰 광장의 드넓은 무대까지 시간대별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다른 공연들을 펼쳐 보인다. 공연시간과 공연 내용 리스트는 지도에서 볼 수 있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
그라시아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그라시아 축제의 머그컵에 까냐를 가득 채워야 한다. 골목 어디서든 맥주를 포함한 음료를 살 수 있는데 이때 음료를 담을 컵을 살 수 있다. 매년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기 때문에 모으는 재미도 있어 기념으로 모으는 현지인들도 꽤 많다. 원치 않는다면 음료를 파는 곳에 컵을 돌려주고 1유로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낮에 보는 그라시아 축제도 좋지만 낮과 밤의 분위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여름에는 밤 10시쯤 되어야 해가 지기 때문에 낮의 열기가 조금 식은 저녁부터 가도 늦지 않는다.
저녁 7시 그라시아 지구 위쪽에서 시작해 장식된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한다. 밤 9시쯤 스페인 사람들처럼 맥주 혹은 와인을 곁들인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오면 밤 10시가 지나 어두워진 골목에 장식품들을 비추는 조명이 켜진다.
손에는 까냐를 한 잔 들고 골목들을 거닐며 사진을 남기고 마음에 드는 노래가 들리면 멈춰 듣다가 다리가 아프면 광장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라시아 지구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멋진 축제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그라시아 축제는 전통과 현재가 이질감 없이 녹아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화려하게 꾸미는 축제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소박하지만 멋진 축제이다.
그라시아 지구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를 잠시 여행하는 관광객들까지 모두가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로서 여름이 시작되면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그라시아 지구 축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스페인의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다행히 올해에도 그라시아 축제는 잘 치러졌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