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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Jan 23. 2021

시드니 모든 게 허락되는 뉴타운

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뉴타운


12월 따가운 햇빛과 시원한 바다를 즐기기 위해서 찾은 시드니에서 뉴타운은 한 달 동안 내 집이 되어주었다. 뉴타운은 시드니 시티 센터에서 남서쪽으로 4km 떨어져 있는데 기차를 이용하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근처 해변까지는 대중교통으로 넉넉히 잡아 한 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다. 나 같은 뚜벅이도 대중교통만으로도 시드니 시티센터와 해변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날에는 뉴타운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뉴타운을 가로지르는 킹 스트리트를 따라 의류와 가구 빈티지 숍, 자유분방한 감성의 갤러리, 유니크한 책이 가득한 서점 등 상점들이 이어져있다. 그 사이사이에 비건, 아시안, 이탈리안 식당을 비롯한 펍, 카페와 같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곳들이 빼곡하다.


킹 스트리트와 연결되는 엔모어 로드에는 1908년에 문을 연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브 공연장이 있다. 롤링스톤즈,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등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들이 한 번쯤 공연한 곳이라고 한다. 내가 머무는 동안에도 소녀팬들이 긴 줄을 선 공연이 여러 차례 열렸었다. 엔모어 시어터를 제외하면 킹 스트리트에 비해 덜 붐비지만 이 거리에도 맛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아 식사시간에는 로컬들이 가득하다.


뉴타운이라는 이름은 19세기에 이곳에 처음 생긴 식료품 점인 '뉴타운 스토어스 Newtown Stores'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세계 2차 대전 시기에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을 비롯한 그 시대 호주인의 후손들이 가정을 꾸리고 연령이 높아지면서 1970년대에 넓은 집을 찾았다. 그때 시드니와 가까우면서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뉴타운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과부하 된 도심을 벗어난 사람들이 자리 잡으면서 시드니를 대체하는 허브 도시가 되었다.






그래, 뉴타운이잖아

Yeah, it's Newtown



In Newtown, if you wear your pyjamas down the Street, no one will bat an eyelid.

You can be yourself and you will always feel accepted.

책: Humans of Newtown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로잔나와 피터를 비롯한 시드니의 사람들은 뉴타운에 대한 이야기 끝에 항상 "그래, 뉴타운이잖아."를 붙이며 마무리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뉴타운에서는 놀랍지 않고 뉴타운 사람들은 의연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파자마를 입고 거리를 나서도 아무도 신경씨지 않는 그것마저도 그 사람의 개성으로 바라봐 주는 곳이 뉴타운이었다.


시드니 대학과 가까운 위치로 인해 70년대에 젊은이들을 위한 수많은 카페, 펍, 레스토랑이 생기게 되면서 뉴타운은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의 메카로서 보헤미안, 히피, 게이와 레즈비언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는 곳, 뉴타운은 시드니에서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가 되었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그래피티로 표현하면서 뉴타운의 건물들도 그들과 함께 개성을 갖게 되었다. 보기에 불쾌한 문구나 어설픈 그림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작품들이 뉴타운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새로운 그래피티를 찾기 위해 일부러 돌아서 길을 걷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남의 가게에 보기 싫게 칠해놓은 그래피티들 뿐이었는데 뉴타운의 그래피티는 볼 때마다 웃음 짓게 하는 멋진 장면들이었다. 뉴타운의 사람들도 그런 그래피티를 아끼고 있었다.






테라스 하우스


그래피티 이외에 뉴타운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붐비는 거리 안쪽에 있는 테라스 하우스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만들어진 뉴타운의 집들은 대부분 치장을 바른 입구, 레이스 문양의 철로 만든 울타리가 있는 발코니 그리고 몰드 장식이 있는 게 특징이다.


현관문과 발코니가 거리를 향해있다. 밖에서 봤을 때 가로 면적은 좁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면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함께 길게 쭉 뻗은 공간이 나온다. 집 뒤쪽으로는 뒷마당이 출입문과 함께 있고 그 뒤로 골목이 만들어져 있다. 이웃들은 이 뒷마당과 통해있는 골목을 산책하며 소통하고 서로의 집을 방문한다.


전체 구조는 비슷하지만 덩굴나무가 발코니를 뒤덮고 있는 집, 현관 앞 작은 정원에 꽃이 가득한 집, 도자기 인형들이 울타리 안에 앉아있는 집 등등 집 주인의 취향이 붇어있는 뉴타운의 집들을 구경하는 것도 아주 재밌다. 오래된 집들을 개조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내부도 집집마다 달랐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부분만 현대식으로 개조를 했고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나 벽장 같은 건 그대로 두었다. 로잔나의 초대를 받아 갔던 그녀의 친구네 집은 집 전체를 아주 모던하게 꾸며 최첨단 아파트 같은 분위기가 났다.


항상 사람들이 가득하고 차가 바쁘게 다니는 뉴타운이지만 킹 스트리트나 엔모어 로드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와도 소음이 사라졌다. 고요한 길을 따라 나무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산책 삼아 조용히 걷기에 아주 좋았다. 해 질 녘 시끄러운 소리를 피해 조용한 뉴타운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뉴타운에서 지내는 동안 찾았던 레스토랑과 펍 같은 맛있는 정보들도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 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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