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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Feb 07. 2021

시드니 호주 현대 미술관

12월 여름 여행 한 달 살기


서큘러키 Circular Quay


시드니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오갔던 곳이 바로 서큘러키다. 맨리비치, 왓슨스 베이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 오페라 하우스에서 기념샷을 남기거나 보타닉 가든을 산책하려고 등등 서큘러키를 거쳐야 시드니를 여행할 수 있었다.


뉴타운에서 기차를 타면 30분 만에 서큘러키에 도착했다. 기차가 서큘러키 역에 다다르면 기차 안에서부터 반짝반짝 일렁이는 바다와 하얗게 빛나는 오페라 하우스가 보였다. 한 달 동안 시드니에 머물면서 열댓 번은 더 본거 같은데 질리지 않는다. 도착할 때마다 설레는 서큘러키에서 이 날은 호주 현대 미술관을 가보았다.


호주 현대 미술관



호주 현대 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Mon to Sun: 10am–5pm / Wed: 10am–9pm

Closed 25 December

입장료 무료 * 특별 전시 제외



서큘러 키 동쪽 록스에 있는 호주 현대 미술관은 1788년 영국에서 온 첫 번째 11척의 배 the First Fleet 이 도착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영국이 처음으로 호주에 도착해서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하게 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호주 현대 미술관은 총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갈색의 큰 건물은 1930년에 호주 해양청 Maritime Services Board (MSB)을 위해 지어져 사용되었던 곳에 1991년부터 미술관이 들어서 사용 중이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현대적 느낌의 건물은 2012년 확장된 공간으로 마러브라의 샌드스톤을 사용해 만들어진 5층 높이의 건물이다.


이 건물의 마지막 층에 피쉬앤칩스가 맛있는 MCA Café가 있고 하버브리지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볼 수 있다. 호주 현대 미술관도 특별 전시 이외에는 입장료가 무료이다.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MCA Café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관람했다. 호주 현대 미술관의 MCA Café에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한 번에 볼 수 있다고 해서 식사를 할 겸 찾아갔는데 피쉬앤칩스는 시드니 최고였지만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뷰는 볼 수 없었다. 서큘러키에 거대한 크루즈가 서있던 탓에 뷰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MCA Café에서 시드니 뷰를 보고 싶다면 그 옆 크루즈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호주의 원주민 애보리진의 작품과 호주의 현대 미술 전시는 무료로 볼 수 있었다. 특별 전시는 추가 금액을 내고 관람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의 눈으로 차별받는 흑인들의 사진을 찍었던 데이비드 골드블랫의 전시를 보았다.






셜리 퍼다이 Shirley Purdie

'Goowoolem Gijam-Gija plants'


셜리 퍼다이의 작품인 지하 플랜츠 Gija Plants는 호주의 삭막한 부시에서 나는 식물, 부시 푸드 Bush Food를 천연재료로 그린 시리즈이다. 호주 원주민이 그리는 애보리진 미술의 분위기가 가득 나지만 기존의 그림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애보리진의 그림은 여러 색의 도트들로 채워져 있지만 셜리의 그림은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도트 없이 나무와 풀을 그려 넣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애보리진 그림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일러스트 같은 그녀의 그림이 천연 재료들을 사용해 그려졌다는 게 신기했다. 부시에서 난 재료들로 그려서 그런지 더욱 자연스러웠다. 단순해 보이지만 세심함도 같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TODAY TOMORROW YESTERDAY


Today Tomorrow Yesterday 전시는 과거 역사가 현재 미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시였다. 각 전시장은 호주, 애보리진 그리고 토러스 해협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아티스트마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이 있었는데 위트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 재밌었다.






First People


애보리진과 토러스 해협의 작가들의 작품으로만 이뤄진 전시장이었다.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 먼저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던 그들의 예술이 펼쳐진 공간이었다.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 대부분은 이민자들에 비하면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들이 오랜 시간이어온 예술이 호주와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지키기 위해 MCA은 2015년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Policy'라는 조약까지 체결했다고 한다.


오래전 호주를 여행했을 때 도시마다 애보리진 예술품을 고급 갤러리에서부터 1달러짜리 기념품 숍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처음 본 사람이라면 모두 놀랄 만큼 독특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지닌 아름다운 그림들이지만 지키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미술관에서 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애보리진이 아니면 그릴 수 없다는 규율을 비롯해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영험하기까지 한 그들의 예술을 위해 노력하는 미술관의 모습이 더욱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DAVID GOLDBLATT PHOTOGRAPHS

1948-2018


내가 시드니를 찾은 2018년, 남아공 출신 유명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골드블랫이 사망했고 그를 추모하는 의미의 회고전이 호주 현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었다. 특별 전시였기 때문에 미술관에 입장할 때 추가 금액을 내고 관람했다. 데이비드 골드블랫을 알지 못했는데 그의 다큐멘터리가 전시장에서 상영 중이었고 덕분에 그를 먼저 이해하고 나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으로 태어나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하지만 우위에 있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보다 흑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했고 그들의 기록을 남겼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때에 흑인들 편에 서서 차별받는 그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싸워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호주에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인종차별'이었다. 뉴스를 통해서도 종종 들었지만 호주의 인종차별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번에 시드니에서 만난 유럽계 백인 친구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있는 걸 매번 느낀다고 했다. 호주에서 주류로 인정받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이 받는 인종차별을 느끼는 정도면 실제로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지 마음이 답답했다.


시드니에서 지내는 동안 누군가를 만나면 항상 나오게 되는 주제였는데 그런 와중에 보게 된 데이비드 골드블랫의 사진들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도 대우받지 못했던 남아공의 흑인들을 주인공으로 평생 사진을 찍어온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언제나처럼 기념품을 사는 것으로 호주 현대미술관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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