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온택트, 카르나발
카니발은 스페인어로 카르나발 Carnaval이다. 올해에는 2월 11일부터 17일까지 가 카르나발 기간이었다. 10월 마지막 날 미국에서 시끌벅적하게 핼러윈을 즐기는 동안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빠나예츠를 먹으며 까스따냐다를 보낸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미국의 핼러윈 같은 분위기가 2월 카르나발에 만들어진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온갖 분장을 하고 카르나발의 주말에는 밤새 먹고 마시는데 최선을 다한다.
시체스에서 퍼레이드를 한 번 본 것 이외에는 카르나발에 참석해본 적은 없지만 이맘때 학교에 분장을 하고 가는 귀여운 아이들 모습이나 가게마다 소박하게 꾸며놓은 장식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었다. 올해 2월 바르셀로나의 카르나발이 궁금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퍼레이드가 취소되었고 사람들은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시에서 일부 행사들을 온라인으로 중계해 주었고 콘서트, 전시회, 아이들을 위한 만들기 교실 같은 행사들은 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이렇게나마 축제를 이어가는 그들을 멀리서 응원했다.
고기, 안녕
‘고기 안녕 (carne vale)’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한 카르나발은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치러지는 행사이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 동안 기본적으로 육식을 금하고 경우에 따라 금식과 같은 절제를 통해 참회하는 기간이다. 금식이 시작되기 전 카르나발 기간 동안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최대한 술과 음식을 즐긴다.
후회 없이 먹고 마시기 위해 시작된 이 축제는 현재 다른 대부분의 축제가 그렇듯이 기독교적인 색채보다는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는 형태로 이어져오고 있다. 카르나발은1년 동안 열리는 어느 축제보다도 정신줄을 놓고 먹고 마시며 가장 미친 듯이 놀아야 한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카르나발 주의 금요일을 가장 화려하고 정신없이 보내기 위해 친구들과 고민한다.
카르나발을 즐기는 방법
다른 누군가로 분장하기
카르나발 기간 동안 일부 가게에서는 나름의 테마대로 가게 내부를 꾸미고 직원들이 분장을 한다. 본격적으로 카르나발을 즐기는 금요일이 되면 아침에는 분장을 하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가 지고 나면 파티에 가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한 사람들을 어딜 가든 만나게 된다.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들로 분장하는데 형식도 제한도 없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중세 시대 의상과 함께 가면을 활용하기도 하고 디즈니와 각종 영화의 캐릭터부터 유명 인사까지 다양하게 변장한다. 미국의 핼러윈을 즐기지 않는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카르나발이 여러 모습으로 변장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축제이다.
변장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이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카르나발은 일 년 중 가장 이성을 놓아버릴 수 있고 그것이 허용되는 축제다.
고기 가득 카르나발 음식 즐기기
카르나발 기간이 끝나고 사순절이 시작되면 육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카르나발 기간 동안에 사람들은 가장 기름진 음식과 고기들을 가득 먹었고 그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돼지고기 기름인 야드론을 넣어 만든 빵, 꼬까데야드론, 돼지고기 피와 계란을 섞은,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한 부띠파라 우에보 그리고 설탕을 가득 넣고 꿀을 뿌린 팬케이크, 또르띠야를 먹으며 사순절이 오기 전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운다.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동안 카르나발 기간에 이런 음식들을 먹어보지는 못했다. 이렇게 챙겨 먹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고기를 파를 식당들이 더욱 붐빈다.
카르나발의 시작
카르나발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퍼레이드를 비롯해 카르나발 음식 경연 대회, 가면 경연 대회, 페이스 페인팅과 같은 이벤트들이 전통 행사들과 함께 진행된다. 그중에서 라리보 L'Arribo와 라뜨론자다 la Taronjada는 카르나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이다.
라리보 L'Arribo 퍼레이드
바르셀로나 카르나발은 첫 번째 퍼레이드인 라리보로 시작된다. 레이알 광장에서 카르나발의 주인공인 벨루가와 토틸이 다른 거인 인형들과 함께 나와 보께리아 시장 옆, 비레이나 궁전까지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벨루가 여왕과 토틸 왕이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날짜: 카르나발이 시작되는 목요일, Jueves Lardero
시간: 18:00
장소: Plaza Reial, La Rambla
라뜨론자다 la Taronjada
카탈루냐어로 오렌지를 뜻하는 라뜨론자다 la Taronjada는 카르나발에서 처음으로 긴장을 푸는 이벤트이다. 라리보 퍼레이드가 끝난 후 오렌지를 던지는 싸움에서 유래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오렌지를 오렌지색 풍선과 색종이로 대체해서 진행하다. 색종이들이 흩날리고 불꽃놀이까지 더해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이벤트인 만큼 카르나발의 시작을 알리는 하이라이트이다.
날짜: 카르나발이 시작되는 목요일, Jueves Lardero
시간: 18:45
장소: Palau de la Virreina
퍼레이드
카르나발의 꽃, 퍼레이드 Rúa
토요일이 되면 바르셀로나의 곳곳에서 카르나발을 본격적으로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열린다. 동네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진행되는 행렬에는 종종 멋진 말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 시에서 진행하는 퍼레이드에는 코미디언과 배우들이 참여해서 더욱 드라마틱 한 광경을 연출한다.
카르나발의 마무리
정어리 묻기 los Entierros de la Sardina
광란의 시간을 보낸 카르나발을 뒤로하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재의 수요일 Miércoles de ceniza, 스페인에서는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이 축제를 마무리한다.
붉은 얼굴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카르나발의 왕, 토틸은 카르나발의 모든 행사를 이끄는 동안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위법을 해왔다. 이런 그에게 카르나발의 화요일에 사형선고가 이루어졌고 그를 화형에 처한다. 그 다음날,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장례식을 치러준다. 카르나발의 왕을 보내는 이벤트인 만큼 우스꽝스럽게 정어리를 관에 담고 그를 조롱하듯이 아주 익살맞은 방법으로 장례식을 치러준다.
동네마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장례가 치러지는데 과장된 표정과 동작들이 우스꽝스럽다. 이렇게 미친 듯이 먹고 마시며 즐긴 카르나발은 수요일에 끝이 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 카르나발의 왕 토틸의 이야기는 역사에서 유래된 게 아닌 완전 허구의 이야기이다.
카르나발 날짜 계산하기
부활주일을 계산하는 방식은 태음력을 따랐던 초대교회 전통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날짜가 달라진다. 이에 따르면, 춘분이 지나고 난 후 첫 보름달이 뜨고 그 이후 첫 번째 찾아오는 주일이 바로 부활주일이다. 부활절이 시작되기 40일 전이 카르나발의 마지막 날이자,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día de Ceniza가 된다.
카르나발은 그전 주의 목요일 Fat Thursday에 시작된다. 따라서 카르나발 날짜는 매년 1월 29일에서 3월 4일 사이에 시작되어 2월 4일부터 3월 10일 사이에 마무리된다.
2월 바르셀로나의 카르나발을 즐기고 싶다면 바르셀로나 시청의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일 것이다.
올해는 아마도 바르셀로나 사람 인생에서 가장 조용한 카르나발이었을 것이다. 이런 카르나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를 바란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