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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Feb 04. 2021

카탈루냐 대파 구이 칼솟타다 축제

나의 바르셀로나

칼솟타다 겨울 풍경


온 가족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와 동방박사의 날이 지나고 나면 카탈루냐 사람들은 다시 모일 궁리를 한다. 2월쯤 되면 월요일 아침 회사에서의 대화는 칼솟타다로 시작한다. "주말에 시골집으로 칼솟타다 하러 다녀왔어. 우리 가족 모두 모여서 하루 종일 먹기만 했어.", "어제 친구들이랑 칼솟타다 했어. 칼솟도 고기도 와인도 너무 먹었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에 대해 모두들 신나게 얘기한다.


11월부터 4월까지 카탈루냐 사람들이 즐겨먹는 칼솟타다는 연하고 부드러운 대파 같은 칼솟을 구워 먹는 코스요리다. 겉면이 타도록 불에 바짝 구운 칼솟으로 시작해 소시지인 부티파라와 돼지고기를 메인 요리로 빵을 곁들여 즐긴다. 바르셀로나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이 기간 동안 칼솟타다 코스를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편안하게 맛볼 수 있지만 칼솟타다의 묘미는 직접 요리하는 거다.


찬바람이 잦아든 2월의 한가로운 주말 오후, 카탈루냐 사람들은 지인들과 야외에서 칼솟타다를 즐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칼솟타다를 위한 재료들을 챙겨 바르셀로나에서 가까우면 30분 멀게는 한두 시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시골집이나 칼솟타다 공원을 찾아간다. 바르셀로나 근교와 카탈루냐 마을 곳곳에는 칼솟타다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10유로 정도 내고 장작을 사면 칼솟을 굽는 공간과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을 빌릴 수 있다.


오후 내내 해가 지기 전까지 칼솟, 고기, 빵을 굽는 연기가 카탈루냐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겨울을 보낸 해에는 멀리서 연기기 피어오르는 걸 보고 불이 난 건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서너 번 해를 넘기고 나서는 칼솟타다 연기를 보면서 시끌벅적 떠들며 음식과 와인을 나누는 사람을 좋아하는 카탈루냐 사람들의 정이 느껴졌다.






발스, 칼솟타다 축제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먹는 얘기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칼솟타다 시즌 동안에는 신이 나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칼솟타다를 제대로 해야 된다며 부추긴다. 칼솟 잘하는 식당들을 추천해 주거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칼솟을 찍어 먹는 로메스코 소스 비법까지 알려주며 맛있는 칼솟타다를 나와 나누고 싶어 한다.


친구들의 성화에 추천해 준 칼솟타다 레스토랑들을 확인하던 중 칼솟축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칼솟타다가 시작되었다는 그곳, 발스 Valls에 가보았다.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발스는 카탈루냐의 타라고나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칼솟은 파의 한 종류인데 그중에서도 발스에서 자라는 게 제일 맛이 좋다고 한다. 발스에서 재배되는 파는 '발스 칼솟'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지역 보호 지침에 등록되어 있다. 마을을 대표하는 칼솟을 위한 축제가 매년 1월 말에 열린다.


칼솟타다도 20세기 초반에 발스의 사람들이 축제 기간 동안 칼솟타다를 먹은 것에서 시작되어 카탈루냐 지방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70년대부터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에 칼솟타다를 내놓는 레스토랑들이 많이 생겼고 여행사들이 칼솟의 본고장인 발스에서 맛보는 상품을 만들면서 더욱 발스가 유명해졌다. 발스에 가까워질수록 관광버스들이 늘어났는데 도착해보니 작은 마을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와 내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카탈루냐 사람들이었다. 칼솟타다에 진심인 마음이 느껴졌다.


카탈루냐의 축제답게 시청 앞 광장에서 아이들이 전통 춤을 추는 것으로 축제가 시작되었다. 그 뒤를 거인 인형들이 따랐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카탈루냐의 도시와 마을에는 모두 수호성인이 있고 그들을 모델로 거인 인형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이 성경에 나오는 성인이거나 전설 속의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곳 발스에서는 칼솟을 이제 막 뽑아낸 농부 아저씨와 로메스코 소스를 만드는 아주머니 그리고 익살스러운 칼솟이 거인 인형으로 만들어졌다. 발스는 칼솟이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칼솟타다


냄새와 연기를 따라갔더니 플라사데라올리, 올리브 광장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칼솟이 구워지고 있었다. 광장 한 가운데에 불의 세기가 다른 장작불을 여러 개 피워놓고 계속해서 굽고 또 굽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탈루냐 전통 농부 의상을 입은 발스의 주민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일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파와 고기를 같이 구워 쌈에 넣고 한 번에 입에 넣었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코스로 칼솟타다를 즐긴다. 이제 막 불이 붙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에 칼솟을 넓게 깔고 겉면이 바싹 탈 때까지 굽는다. 시커멓게 탄 칼솟의 겉면은 먹기 전에 벗겨내기 때문에 칼솟 안쪽이 푹 익을 때까지 계속해서 센 불에 구워준다. 잘 익은 칼솟은 사람들과 다 같이 먹을 때까지 열기가 식지 않도록 신문지에 돌돌 말아 보관해 준다.


칼솟이 구워지고 나서 중간 불이 된 장작에다가 고기를 올린다. 소시지나 돼지고기를 주로 굽는데 이 날 광장 바로 앞에는 정육점이 있었다. 광전 한편에서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던 아주머니가 신선한 고기를 샀다며 나에게 자랑하신 덕분에 알게 되었다. 칼솟타다에서 먹는 고기는 그릴에 구워 기름이 떨어져 더 담백하다. 이렇게 메인까지 준비됐으면 마지막으로 잔잔하게 남은 불에 빵을 굽는다. 빵의 겉면이 바삭하게 살짝 익으면 먹을 준비는 끝났다.


열심히 굽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면 옆에는 한창 칼솟타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1인당 10유로를 내면 발스에서 구워주는 칼솟타다를 즐길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취향의 로메스코 소스와 와인을 준비해왔다. 친구 혹은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은 시끌벅적 떠들면서 칼솟을 즐겼다.


칼솟 먹는 방법은 이렇다. 한 손으로는 칼솟의 끝부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랫부분을 잡아서 당겨주면 탄 부분이 속 벗겨진다. 우리나라 대파보다 매운맛이 훨씬 덜한 칼솟은 아주 달다. 이 칼솟을 로메스코 소스에 듬뿍 찍는다. 길다란 칼솟을 입에 넣기 위해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입을 크게 벌려준다. 배가 꽤 부를 때까지 멈출 수 없다. 진짜 칼솟은 자리에 앉아 냅킨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커틀러리를 사용해 먹는 고급스러운 자리가 아니다.






맛있는 대회

전통 음악과 퍼레이드 행렬이 사라진 광장에는 열띤 대회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로메스코 소스와 칼솟 대회였다.


집에서 본인만의 레시피로 만든 소스 0.5L를 제출하면 누구나 소스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칼솟을 찍어 먹는 소스에는 토마토, 아몬드, 마늘, 올리브오일이 주로 들어가는데 비율을 다르게 하거나 다른 재료를 추가로 넣어 차별화한다고 했다. 맛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도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소스 대회를 친절히 설명해 주신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사실이 하나 있다. 칼솟을 찍어 먹는 소스의 이름이 로메스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벤드레이라는 동네에서 만들어진 소스만 로메스코라는 이름이며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것은 모두 살사데칼솟, 칼솟 소스라고 부른다고 했다. 카탈루냐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부탁까지 하셨다.


블랏광장 Plaça del Blat 한쪽에서 열심히 소스를 만들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엄마들이 자기만의 레시피대로 소스를 만들면 그 옆에서 아이들이 빵을 자르고 소스를 발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3개의 소스를 맛보았는데 1번은 피넛버터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몬드와 땅콩이 많이 들어갔고 2번은 마늘이 들어가 깔끔한 맛이, 3번은 버섯을 넣어 풍성한 맛을 냈다.


우리는 2번, 마늘이 많이 들어간 개운한 맛의 소스를 선택했다.


살사 대회 바로 뒤에서는 칼솟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품질이 좋은 칼솟을 뽑는 대회다. 마침 행사 준비를 하는 아저씨 한 분께 좋은 칼솟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질문을 드렸다. 우선 칼솟 하얀 부분의 길이가 15cm~25cm, 뿌리로부터 5cm 위의 두께가 1,7~ 2,5 cm 가 되는 기본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요식업 종사자, 발스의 대표자, 농업기술자 그리고 검사관이 각자의 항목대로 통과된 칼솟들을 확인 한 후에 순위를 정한다고 하셨다.


아저씨께서 칼솟 재배방법도 설명해 주셨다. 발스의 칼솟은 새싸을 땅에서 키우다 여름에 뽑아 윗부분을 잘라내고 다시 한번 심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을 흙으로 덮어준다고 한다. 이 과정을 칼사르(calçar)라고 부르고 여기서 칼솟의 이름이 유래되었고 한다. 이 칼사르 과정을 반복하면 11월에서 4월까지 완벽하게 자라난 깔솟을 재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열리는 대회는 칼솟먹기 대회였다. 18세 이상 성인 20명이 참가할 수 있는 이 대회는 동시에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처음 대회를 시작할 때의 무게와 마지막에 남은 칼솟의 무게를 비교해서 먹은 양을 확인한다. 상은 등부터 3등까지 받는다고 한다. 대회하는 모습을 보는데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사람들은 소스를 대충 찍어 칼솟을 우걱우걱 입에 넣었고 잘 안 넘어갈 때쯤 와인을 콸콸콸 마셔 입가심을 했다. 대파 크기의 커다란 칼솟을 구겨 넣으며 먹기 정말 힘들 텐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나중에 뉴스를 찾아보니 이 아저씨가 2018년 칼솟먹기대회에서 우승하셨다. 혼자서 5kg의 칼솟을 드셨다고 한다. 대회를 직접 봤을 때 워낙 체격이 큰데다가 한 손에 여러개 쥐고 드시는 모습에 이 분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라 친구들과 생각했는데 역시나 우승의 거머쥐셨다.


여러 종류의 대회들이 발스의 사람들과 외부의 사람들을 소통하고 축제에 참여하게 했다. 더불어서 칼솟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재밌는 경험이었다.






든든히 겨울을 보내는 칼솟타다


아몬드가 가득 들어간 로메스코 소스에 칼솟을 계속 찍어 먹고 나서 고기에 빵까지 먹어주면 2~3일은 배가 부른 상태가 유지된다. 여러 사람이 모여 북적북적 이야기하면서 와인을 곁들여주면 계속해서 음식을 먹게 되고 든든하게 먹은 배를 한참 두드리며 칼솟타다가 마무리된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이제 곧 찾아 올 봄을 기다리며 칼솟타다로 든든하게 겨울을 보내준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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