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르셀로나
카페라테 한잔 주세요.
Un café con leche, por favor.
집콕 하면서 매일 마시는 돌체구스토 커피 맛이 지겨워졌다. 캡슐, 드롭, 인스턴트커피를 종류 별로, 회사 별로 시도해보고 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을 뿐이다.
사실 바르셀로나를 떠나오고 나서는 맛있는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커피가 맛있는 곳을 찾아가려고 한다면 정말 많은 카페들이 있겠지만 찾아갈 정도의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다. 맛을 떠나서 그냥 바르셀로나의 커피가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바르셀로나의 커피는 맛있다. 오래된 바, 작은 카페테리아, 레스토랑, 베이커리 어디든 기본적으로 맛있다. 굳이 맛있는 커피를 찾아갈 필요 없이 길을 걷다 커피가 생각나면 바로 보이는 곳에서 주문하면 된다.
"운 카페 콘 레체 포르파보르. Un café con leche, por favor.'
카페 콘 레체 Café con leche는 카페라테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오토 로세욘의 카페 콘 레체
Café con leche de Auto Rosellon
바르셀로나 어디서든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맛있는 집이 있다. 그중 하나가 오토 로세욘이다. 나의 첫 번째 쉐어하우스가 있었던 에익샴플라 왼편에 작은 레스토랑이 생겼다. 카탈루냐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만으로 요리하는 0km 식당으로 유기농 재료의 맛을 살리는 지중해식 스타일로 금방 인기를 끌었다.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좀 있었지만 종종 와인 한잔에 간단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토 로세욘는 가로와 세로로 뻗은 두 개의 거리가 만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레스토랑의 코너에서 커피를 간단한 빵과 함께 테이크아웃 할 수 있었다. 회사에 좋은 커피 머신이 있었지만 이 집의 커피는 절대 따라갈 수 없었다. 하루를 이 레스토랑의 카페 콘 레체로 시작하고 싶어 동선이 조금 꼬여도 10분 정도 미리 나와 커피를 사서 출근했다.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커피 향이 굉장히 짙으면서도 부드러웠다. 고소하고 달콤한 우유는 포근포근한 거품이 올라가 목 넘김이 아주 부드러웠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일반 카페 콘 레체보다 1유로 가까이 더 가격이 나갔지만 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레스토랑에는 전문 바리스타가 항상 있었는데 내가 커피를 사는 시간대에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어주었다. 스페인의 스페인어보다 한 템포 느리고 조금 더 부드러운 그의 아르헨티나 억양이 아침에 듣기 괜찮았다. 오토 로세욘의 카페 콘 레체를 마시면서 출근을 하는 날에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린 오늘, 우유 거품이 구름처럼 부드럽게 올라간 오토 로세욘의 카페 콘 레체가 더 생각난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