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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Feb 23. 2021

그라나다 박물관 카사데로스티로스

스페인 여행 일기: 그라나다 역사박물관 카사데로스티로스

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



스페인의 크고 작은 도시들을 20개 가까이 여행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그 도시의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 들렀다. 어느 도시를 가도 그곳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성당이나 광장과 달리 박물관과 미술관은 도시 크기와 주요 테마에 따라 소박하기도 종종 초라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물 크기와 수집품의 수준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기록과 흔적을 살펴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로웠다. 그런 자료들을 통해 도시의 깊숙한 곳까지 여행할 수 있었다.


작품 혹은 자료의 설명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읽어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풍경을 설명한 지역명 하나, 초상화 속 귀족과 그 초상화를 그린 화가의 이름, 책자 속 거리 이름과 같은 작은 단서들을 캐치해 내가 여행하는 도시를 나만의 그림으로 상상해본다. 낯선 곳에서 더 낯선 곳으로 다른 여행을 떠나는 듯한 시간이다.


알람브라 궁전, 그라나다 대성당, 알바이신 지구를 본 것만으로도 그라나다 여행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지만 그라나다에서 이른 아침을 시작한 날, 작은 박물관도 욕심내서 찾아갔다.






그라나다의 박물관 카사데로스티로스



카사데로스티로스 Casa de los Tiros는 에어비앤비 호스티스였던 마리나가 추천해 주었다. 그라나다의 주요 관광지를 모두 본 다음에도 시간이 된다면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며 내 일기장에 적어주었다. 그라나다의 상징인 알람브라와 대성당을 보고 난 다음 날, 여유롭게 여행하고 싶었던 나는 마리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이 날의 여행은 박물관을 둘러본 다음 알바이신 지구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으로 정했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그라나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박물관은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회벽 칠음 한 작은 집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알바이신 지구를 벗어나면 바로 큰 규모의 스페인식 건물들이 이어졌는데 박물관은 그런 건물 중 한 곳이었다.


레알레호 지역의 성벽을 이용해 세워진 이 건물은 파사드에 성벽의 모습이 남아있는 점이 특징이다. 박물관의 이름 티로스 Tiros는 발포, 사격을 의미한다.


이곳은 박물관이 되기 전까지 누군가의 저택으로 사용되어 왔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집을 거쳐간 사람들 중에는 그라나다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사리 왕조의 후손 페드로 데그라나다가 그의 부인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페드로와 그의 부인은 이슬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이름과 성을 가톨릭 이름으로 바꿔 그라나다-베네가스 가문을 만들었다. 그다음으로는 가톨릭 왕들과 함께 그라나다를 정복하는 기사들의 단장이었던 힐바스케스가 구입했다. 정복하고 정복을 당한 사람들이 이 저택을 거쳐간 것이다.


저택의 마지막 주인은 그라나다가 되었다. 건물을 기증을 받게 된 그라나다 시는 1929년에 지금의 투어리스트 오피스 같은 관광 사무실을 1층에 마련하고 나머지 부분을 그라나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그 당시 스페인에서는 굉장히 잘 조성된 박물관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안토니오 부린 Antonio Callego Burín에 의해서 16세기에서 시작해 20세기까지 그라나다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볼 수 있는 컬렉션이 이 박물관에 모였다.






그라나다의 역사 느끼기



카사데로스티로스는 건물 전체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박물관에는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그라나다와 그곳을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림, 석판화, 사진 등 각종 자료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림에서 사진으로 변화하면서 표현되는 그라나다의 모습을 내가 직접 바라본 현재의 그라나다와 비교해봤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는 것도 재밌었다.


그라나다와 관련된 온갖 종류의 자료들이 모여있는 이 박물관은 거대한 그라나다 아카이브였다. 박물관 안에 있는 도서관에도 다양한 책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런 19세기에 그라나다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박물관에 되기 전 이 건물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과 그림, 사진으로 남겨진 그라나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라나다의 역사를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라나다의 역사를 살짝 만나본 박물관까지 보고 난 후 그라나다의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 목적지는 지브롤터 해협 건너에 있는 모로코였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 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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