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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Mar 13. 2021

어쩌다 나 홀로 모로코 여행

스페인 여행 일기

쉥겐 조약



영화를 볼 때도, 맛집을 찾을 때도 다른 사람들의 평에 선입견이 생기는 게 싫어 아주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는 찾아보지 않는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내가 그 땅에 닿았을 때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 인터넷으로 찾아보지 않는다. 누구는 올드스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행책을 사서 본다. 그렇게 원하는 정보만 찾아보던 게 문제였다. 100일 여행 루트가 대략 정해졌을 때 쉥겐 조약에 대해 알게 되었다.


스페인 & 포르투갈 론리플래닛을 보며 여행 계획을 짜다가 내가 하려는 여행이 꽤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혼자 서유럽 끝을 3개월 넘게 여행해야 하는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루트를 짜는지, 어떤 준비를 하는지 궁금해졌고 '유랑 카페'를 확인했다.


백일 동안 이베리아반도만 여행하는 나와 다르게 유랑의 사람들은 유럽 전체를 여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만큼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카페에서 나누고 있었다. 유럽연합에 대한 정보들을 보다가 쉥겐조약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주 간단하게 계획했던 내 여행 루트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쉥겐 조약에 따르면 내가 유럽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대 90일이다. 100일 여행을 계획한 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 중 10일 이상 쉥겐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다른 나라를 가야 했다. 이미 마드리드 인 & 아웃으로 티켓팅 한 비행기 표, 마드리드에서 말라가까지 가는 기차표까지 모두 결제해두었다.


서유럽 국가에서 쉥겐 조약이 없는 국가를 찾는 것도, 스페인에서 그 국가를 갔다 오는 것도 모두 어려웠다. 유럽 내에서는 효율적인 루트가 될 수 없다고 깨닫게 되었고 결국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아프리카에 가기로 했다.






모로코에 갈 거야.



루트를 고민하면서 답답해져 유럽에만 고정돼있던 지도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모로코를 보게 되었다. 지도에서 대충 보아도 스페인 땅과 닿을 만큼 가까운 곳이었고 쉥겐조약 따위는 잊어도 되는 나라였다.


스페인 남부부터 여행하고 싶어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점을 말라가로 잡았다. 남동쪽에 위치한 그라나다를 여행한 뒤 알헤시라스 항에서 페리를 타고 모로코로 가면 완벽한 루트였다. 모로코에서 돌아와서는 남서부 도시들을 시작으로 이베리아반도를 크게 도는 것으로 최종 루트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이베리아반도만 여행하려 했기 때문에 낯선 아프리카로의 여행이 많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다른 옵션은 없었다. 오래전부터 로망으로 생각했던 사하라 사막과 마라케시의 야시장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었다.


스페인 여행을 시작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로코 여행 계획을 얘기하면 도무가 '여자 혼자 가기에는 너무 위험해.' '모로코에 동양 여자 혼자 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거 같아.' '모로코에서 위험한 일을 당한 사람들도 많아.' 등등 수많은 걱정을 쏟아내며 내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모로코를 선택한 것뿐이었는데 사람들이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유럽 사람들이 걱정하는 곳이라면 정말 위험할 거라 생각해서 말라가와 그라나다에 있는 동안 모로코 패키지여행이 있는 여행사들을 가서 가격이나 스케줄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내 일정과 맞지 않았고 가격이 상당히 비싼 데다가 내가 꼭 가고 싶은 도시들을 가지 않았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곳을 나만의 방식으로 혼자 여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이내믹 모로코



말라가와 그라나다를 여행하고 모로코에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알헤시라스로 떠났다. 그라나다의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마리나는 내가 모로코에 간다고 했을 때같이 가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까지 얘기하며 가장 많이 걱정했었다. 버스터미널에서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말을 서너 번 하고 나서야 나를 보내주었다.


마리나의 응원을 받아서 그런지 안전하게 14일 동안 모로코를 여행했다. 탕헤르에서 시작해 모로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라케시에서 적응 기간을 가졌다. 마라케시 근교의 에싸우이라를 하루 여행하기도 했다. 온갖 감정이 들었던 2박 3일 사하라 사막 투어를 하고 나서는 목숨 걸고 낡은 택시를 타고 페즈로 갔다. 모로코에서 짜증이 극에 달할 때쯤 천국과도 같았던 쉐프샤우엔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으로 돌아가기 위해 탕헤르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다이내믹한 모로코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탕헤르 - 마라케시 - 에싸우이라 - 사하라 - 페즈 - 쉐프샤우엔 - 탕헤르 순서로 총 6개의 도시를 방문했다.


좋은 추억도 많은 쌓은 만큼 몸과 마음이 힘든 여행이기도 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모로코 여행을 마무리할 때쯤에는 여러 답답한 상황 때문에 화가 많이 나있었다. 모로코의 탕헤르에서 스페인의 타리파로 간 날에는 드디어 지긋지긋한 모로코를 벗어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세세한 디테일까지도 더욱 선명하게 남아있는 여행이다.











스페인 여행일기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먼저 산 후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말라가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홀로 보낸 시간은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최고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여행일기에서 그 여행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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