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제사인 사람들 집에 사당짓고 조상신 모시기도
[트래블바이크뉴스=최승언기자] “앞으로 전진할 뿐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줄 모른다.” 발리 사람들은 귀신이 그렇게 다닌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문 앞에 벽을 세워둔다.
열어둔 대문을 넘어선 귀신이 벽에 막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영으로 존재하는 귀신이 존재한다면 직진만 하고 좌회전 우회전을 못한다는 것은 어불설성이겠지만 발리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신들의 섬 발리를 여행하다 보면 숱하게 많은 신들이 있다. 우선 발리 사람들은 일상이 제사다. 발리는 언제 가더라도 어느 마을 한 곳에서는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큰 제사의 경우는 길 행렬을 이루어 음식을 나르는 아낙네들을 만나게 된다.
제사에는 많은 음식이 차려지고 음악을 곁들이며 하루 종일 지속된다. 발리 주민처럼 빈번하게 제사를 지내고 신들을 섬기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제사가 일상인 이유는 인간사의 모든 재앙의 원인은 신들에게 제사를 잘 지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는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무나 사원에서도 큰 제사를 지내지만 매일 아침 작은 바구니에 꽃이나 간단한 음식을 놓고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심지어 컴퓨터나 자동차가 고장 없기를 바라며 두손을 모은다.
중장비 같은 기계에 고사를 지내는 한국 문화와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발리 사람들에게는 제사가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집에 사당을 두는 것은 일반적이다. 일부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도 사당을 두고 있는데 호텔 종사원들이 제사 지내는 용도로 사용한다.
발리의 신들은 많고 많지만 두 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종교와 관련 없이 토속적으로 내려오는 신들이다. 조상신이나 정령신앙 같은 것으로 기원전부터 있었던 신들이다. 여기에 힌두교의 신이 들어왔다.
10~11세기에 동부 자바를 통해 들어온 힌두교의 많은 신들이 발리의 전통신들과 함께 숭배되었다. 발리 사람들은 두쿤(Dukun)이라고 하는 무당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한다.
식구중 어느 누가 병이 들었거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무당이 등장해 주술을 행한다. 심지어는 남편의 바람이 피워도 무당에게 해결책을 구한다. 발리 많은 이들이 지금도 주술의 세계를 살고 있는 셈이다.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케착댄스는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공연물로 변질했지만 원래는 제사 지낼 때 신에게 드리는 공연이다. 이 공연 마감시점에서 등장인물이 접신한 후 뜨겁게 달군 숯불을 위로 맨발로 걷는 것도 볼 수 있다.
한국의 무당이 작두를 탄다면 발리의 무당은 숯불을 걷는 셈이다. 한국 무당이 작두 신을 불러내서 접신하면 맨발이 작두에 상하지 않는 것은 과학적으로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발리 무당의 숯불 걷기도 마찬가지다.
최승언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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