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내추럴와인 취향 찾기> 후기
술을 한 번 마시고 45일 정도는 안 마셔야 깨끗한 뇌 상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스물 이후로 단 한번도 온전한 뇌로 살아온 적이 없는 셈이다. 나는 한때 알아주는 술꾼이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주변의 걱정을 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가끔 술을 마신다. 숙취가 두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맛있는 술은 너무나도 많고, 가끔 두통을 불사하고 술을 마시게 된다. 이번 <남의집>이 그랬다. 한참 전부터 유행하던 내추럴 와인을 마셔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서 안 갈 수 없었다. 다음 날 머리 좀 아프지 뭐...
이번 <남의집>의 호스트 순자님은 홍대와 신촌의 중간에서 작은 와인바 '누벨당스'를 운영하고 계셨다. 공간은 매우 아늑하고 따뜻했다. 귀여운 탁자와 조명 등이 있어서 기분 좋게 한잔하기 좋은 장소일 것 같았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어쩐지 안심되는 그런 공간이었다.
오늘의 게스트는 세 명. 순자님까지 넷이서 와인 세 병을 마시게 됐다. 아주 오래된 4인용 테이블에 세 장의 종이와 펜, 네 사람 분의 안주가 놓여있었다. 종이를 먼저 들여다보니 오늘의 와인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오늘 마실 내추럴 와인.
저 펜으로 알려주시는 대로 여러 가지를 필기했다. 간만에 뭔가를 배우는 느낌이 즐거웠다.
첫 번째로 마신 스템베르거라는 회사의 젠렌이라는 와인. 오렌지 와인이라는 걸 처음 들어봤는데, 그걸 마시기까지 해 봤다. 슬로베니아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라고 했다. 내 느낌은... '이거... 아주 잘 만든 막걸리 같은 느낌인데...?'
두 번째 와인은 라 소르가라는 회사의 메이트레 스프린터. 화이트 와인이었고, 맛은 매우 평범했다. 일반 와인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어느 자리에 내 놓아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아쉬웠다. 분명 맛이 있는 와인이긴 했는데, 앞에 먹은 와인이 더 개성이 강했던 탓이다.
마지막 와인은 레 비뉴 돌리비에의 롱 누아라는 와인. 원래 레드와인을 화이트보다 더 좋아하긴 하는데, 이 와인도 굉장히 무난한 맛이었다. 첫 번째 와인이 아무래도 너무 강렬한 탓이었겠지! 맛있는 와인임에는 분명했지만, 역시 '내추럴 와인'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서였는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적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하다. 내추럴 와인이라고 해서 꼭 별난 맛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닐 텐데. 초보자가 그렇지 뭐.
다른 게스트분이 오늘 마신 와인 세 개를 나란히 놔두시고 찍으실래, 덤으로 같이 찍었다. 알고 보니 건너건너 아는 분이라 너무 신기했다.
세 병 외에도 여러 와인들을 더 보여주시기도 하고, 와인에 대한 얘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예상했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별 얘기 안 했는데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내추럴 와인은 한 병에 8만원이 넘어간다고 한다. 소규모로, 자연 그대로 만드는 와인인만큼 비쌀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세 병 모두 너무 맛있었고, 같이 나눈 이야기는 더 맛있었다. 다음에는 애인과 함께 가고 싶다. 새로운 와인들이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벌써 기대가 된다.
이 콘텐츠는 남의집 서포터즈 거실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남의집>은, 좋아하는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작은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각자의 공간으로 소규모의 사람들을 초대해 취향껏 만든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식이에요! 두 번째 방문 또한,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 거실여행자 활동이 벌써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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