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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찐년 김짜이 Feb 19. 2022

<남의집 거실여행자> 몬스테라가 하나 생겼다

<식물이 주는 작은 위로> 후기

풀을 기르고 있다. 하나는 향동이라고 이름을 붙여 준 꽃치자고 기른지는 햇수로 3년차다. 나머지 하나는 봉우라는 이름의 다육이(로즈 먼로)로 이친구도 한 4년째 기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영 시원찮게 자라나는 것 같았다.


봉우는 물을 주는 대로 쑥쑥 자라는데, 향동이는 첫 해에만 꽃을 피우고 작년에는 꽃송이가 달렸다가 피우지 못하고 다 떨어져나가버렸다. 올해도 희한하게 겨울에 꽃송이가 달렸었는데, 피지 않은 채로, 커지지도 않은 채로 계속 그대로 있다가 요즘에서야 조금씩 봉오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너무 무지했나 싶어서 남의집을 둘러보다가 식물 관련 모임이 있어서 가 보게 되었다. <식물이 주는 작은 위로>라는 모임으로, 다 같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식물도 심어보고 하는 모임인 듯 했다. 마침 모임 장소가 집이랑도 가까워서 시간 맞춰 방문했다.





찾아간 남의집은 작은 온실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작은 방만한 공간에 온갖 식물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다 호스트가 기르시는 식물들로, 모두 매우 건강해보였다. 주로 잎사귀가 큰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꽃치자 같은 나무 종류는 잘 보이지 않았다.

가운데 마련된 좌석에 앉으니 식물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는 종이와 필기할 수 있는 작은 연필, 식물 가위가 놓여 있었다. 책상 한 켠에도 작은 식물들이 있어 홀낏거리며 강의를 들었다.


호스트와 나, 그리고 다른 게스트 한 분. 이렇게 세 명이서 진행되는 모임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모임들도 그렇듯이 짧게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쩌다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강의를 들었다. 식물을 많이 길러 보신 분만이 할 수 있는 강의였다. 흙의 종류부터 시작해 적당한 습도, 온도, 그리고 빛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꽃치자를 기르며 인터넷으로 알아보긴 했지만 또 직접 들으니 더 이해가 잘 됐다.


그 다음으로는 직접 분갈이를 했다. 내 옆에 있는 이 구멍난 식물은 뭔가, 싶었는데 오늘 내가 분갈이를 해서 데려갈 몬스테라 아단소니였다! 흙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게 큰 통 위에서 작업을 했다. 첫째로는 모종 화분을 꾹꾹 눌러 화분과 식물을 분리시켜 주었다. 그 다음으로는 분갈이를 할 토분에다가 슬쩍 넣어 본 뒤, 식물이 적당히 심어질 정도로 씻은 마사토를 깔아주었다.

마사토가 적당한 높이로 깔린 다음에는 몬스테라 아단소니 뿌리에서 흙을 털어내주었다. 농장에서 함께 딸려왔을지도 모르는 벌레들이 흙에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어느 정도 털어낸 후에는 토분에다가 옮기고, 가운데에 식물을 둔 후 테두리에 흙을 부어준다. 이 때 손으로 꾹꾹 누르는 게 아니라, 한 손으로 식물을 가운데에 고정시키고, 다른 한 손으로 화분째 들어 세게 툭, 툭 치면서 흙의 빈 자리를 없앤다.


그렇게 옮겨심은 몬스테라 아단소니! 마른 부분이 있어 식물 가위로 조금 다듬어주었다. 이 친구의 잎사귀는 날 때부터 정해져있다고 한다. 더 자라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좋은 환경에서 잘 기르면 큰 잎사귀를 볼 수 있고, 환경이 좋지 않으면 잎사귀가 자잘자잘하게 난다고 했다. 농장에서는 처음에 좋은 환경에서 기른 듯 한데, 그 다음에는 영 좋지 못했나보다. 새 잎사귀일수록 크기가 작았다.


들고가기 편하도록 잘 포장해주셨다. 큰 잎사귀만 나도록 잘 길러봐야지.


화분을 포장해주시는 동안 다시 구경을 했다. 이 중에서 가장 비싼 식물이 뭐냐고 물으셨는데, 영 저렴한 친구를 골랐다. 아직 식물 보는 눈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뭐, 가격이 중요할까. 내 보기에만 예쁘면 되는 거지.


집에 잘 데려왔다. 와서 물을 듬뿍 주었다. 이 친구의 이름은 하동이다. 하얀 잎이 났으면 해서 하동이.


아무튼 강의가 조금 긴 감이 있었지만,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식물에 대한 세계를 넓힐까 싶었다. 그동안 왜 내가 식물들을 죽였는지 알 수 있었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식물 집사 초보라면 한번쯤 꼭 가봐야 할 모임이었다.


추신. 배운 걸 잘 기억한채로 꽃치자를 다시 살펴봤더니... 벌레가 있었다. 총채벌레가... 약 사고 흙 사고 난리도 아니었다. 오늘 꽃치자의 분갈이를 할 예정이다. 하동이한테 옮지는 않겠지?




이 콘텐츠는 남의집 서포터즈 거실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남의집>은, 좋아하는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작은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각자의 공간으로 소규모의 사람들을 초대해 취향껏 만든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식이에요! 두 번째 방문 또한,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 거실여행자 활동이 벌써 기대돼요.


#남의집 #남의집프로젝트 #남의집거실여행자 #취향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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