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당바이 선착장, 빈땅 맥주 그리고 분홍빛 선셋
길리로 향하는 패스트 보트를 타기 위해 파당 바이 항구에 도착했다. 출발 시간이 되어도 반응이 없길래 한참을 기다리니 보트가 도착했다. 나는 EKA JAYA 보트를 예약했었다. 이카자야 보트가 제일 튼튼하고 가격이 다른 보트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래도 안전한 게 최고니까 이카자야로 예약했다.
한참을 기다림 끝에 결국 보트를 탔다. 파당바이 항구에는 한국인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길리 트라왕안이 윤식당 때문에 한국인들 사이에 유명하다지만, 이곳은 원래부터 많은 유럽인들이 여행을 오는 곳이라고 한다.
파당바이 항구에서 5불에 과일을 잔뜩 샀고, 보트에서 하나씩 까먹었다. 꽤나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간식을 들고 가면 좋다. 보트 안에서도 빈땅맥주나 프링글스를 구입할 수 있다.
패스트 보트에 허용되는 짐은 25kg이라고 하는데, 무게를 따로 재지는 않는다. 나는 기내용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를 들고 탔다. 짐은 보트에 타기 전 선원들이 받아서 따로 보관해준다. 캐리어를 들고 탈 자리는 없다.
오랜 시간이 걸려 드디어 길리 트라왕안에 도착을 했다.
사람들이 보트에서 안 내리고 있길래 한참을 기다렸는데 보트가 다시 곧 출발하는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길리의 다른 섬(길리 메노, 길리 에어)으로 가는 사람들이었고, 나만 아직 안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트에서 내리니 선원들이 장난스럽게 '자고 있었어?'라며 농담을 한다. 모래사장에는 내 캐리어와 백팩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하하.
길리 트라왕안의 첫 모습은 좁은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말들이 반겨주었다. 티브이에서 보던 그곳에 내가 있다니 신기했다.
길리의 날씨는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습하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에 따스한 날씨. 여행을 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
보트는 출/도착 시간에 맞춰서 떠나는 법이 절대 없다. 보트는 출/도착 시간에 맞춰서 떠나는 법이 절대 없다.
발리에서 오전 10:30분에 떠났지만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길리에 도착했다. 1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니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보트를 타고 발리에서 길리로 가거나, 길리에서 발리로 가는 날은 그날 하루 스케줄을 비워놓는 것이 좋다. 무리하게 그날 바로 출국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스케줄은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발리에서 출국을 한다면 적어도 이틀 전에는 길리를 떠나 발리를 도착하는 것이 낫다.
보트가 취소되거나, 딜레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선착장에서 도보로 18분이 걸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나왔다.
선착장 근처가 번화가(?)이다. 바다 근처로 하여 많은 식당들이 위치하고 있다. 길리에 늦게 도착을 하여 저녁시간이 되어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당의 대부분은 이렇게 야외 테이블과 선베드, 빈백을 준비해 두고 있다.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주문하게 되면 선베드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전통 볶음밥 Nasi Goreng(나시 고랭)을 시켰다. 4천 원의 행복! 진짜 입맛에 맞고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가면 무조건 이곳에서 다시 먹으리라 다짐했다 :)
저녁을 먹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길리의 분홍빛 선셋은 너무나 아름답다. 수영을 하고, 태닝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섬을 둘러보거나, 어두워지면 선셋을 구경하는 등 길리에서의 행복한 이유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맨 얼굴로 다니던지, 옷을 어떻게 입던지 그 누구도 눈치 하나 주지 않는 이곳. 내가 호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밤이 되어 홈스테이를 하던 숙소로 돌아왔다.
밤이 되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방마다 달려있는 테라스에 나와 나의 자유 시간을 보냈다. 다른 방 손님들의 하하 호호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길리에서의 첫날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다.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