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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Sep 05. 2017

베트남 호치민 #3 - 꼭 다시 돌아올게

모든 게 완벽했던 그 날의 하루


아시안 루비 4 호텔에서 만원 정도 더 비싼 Sunland Saigon Riverside Hotel로 옮겼다. 아시안 루비에서의 마지막 조식을 먹고 12시까지 방에서 있다가 체크아웃을 하고 비나선 택시를 타고 선랜드 호텔로 향했다.



너무 아늑하고 이뻤던 조명
단기 여행을 가기에 적당한 사이즈의 내 캐리어
아시안 루비도 좋았지만, 선랜드가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

선랜드 사이공 호텔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엔틱한 분위기가 비오는 호치민에 딱 어울렸다. 아고다 어플을 통해서 제일 저렴한 방으로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쓰긴 참 아까웠다.



수영장에 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불더니 비가 쏟아진다.


레이닝 시즌인가?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래서 헬스장을 청소하고 계시던 아저씨한테 랜덤 질문을 던졌다.


"비가 언제 그치나요?"


그러자 아저씨가 껄껄 웃으시며,


"그건 나도 모르지. 그건 신에게 달린 거야. 한 시간 뒤에 다시 와서 다시 체크해보렴."




너무 아쉬웠다. 지금 시간이 아니면 수영을 할 시간이 없을 것만 같았다.

신기하게도 한 삼십 분 후에 다시 가보니 비가 깨끗하게 그친 것이다.


수영을 신나게 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오셨다.


"네가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날이고 그렇게 수영하고 싶어 했으니까 신이 비를 그치게 하신 거야."




시간이 없어 이십 분 정도 수영을 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나는 베트남이 너무 좋다. 사람들도 순수한 것 같고 원래 한번 갔던 여행지는 잘 안 가려고 하지만 베트남은 왠지 모르게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은 곳이다.




벤탄 시장에 왔다. 이 곳에서의 원래 목표는 반미를 먹어보고 기념품이나 몇 개 사려고 했는데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는지 모자, 티셔츠, 기념품, 가방까지 잔뜩 사들고 시장을 나오며 지갑을 열어 봤는데 몇 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사실 아직 갈 곳은 많았는데, 이 돈으로 택시를 타고 호텔에나 갈 수 있을까? 저녁은 사 먹을 수 있을까? 혹시 길 잃으면 어떻게 집에 돌아가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벤탄 시장은 관광객들이 엄청 많이 와서 그런지 호객행위들이 장난이 아니다. 


"투데이 아이 돈 해브 커스토머. 아이 워너 셀 포 유!"라고 다들 입을 맞춘 듯 얘기를 한다.


장사가 안 되셔서 꼭 팔고 싶다고 하는데 사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나는 또 깎으려고 비싸다고 돌아서려 하면

"유 원 하우 머치. 플리스 텔미. 아이 워너 셀 포 유"라고 시작되는 밀고 당기기. 


아무튼 그래서 또 도도하게 비싸다며 돌아서며 두 걸음을 떼는 순간 "오케이" 하며 가격이 낙찰된다. 


호텔에 돌아가서 돈을 더 가지고 나와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택시를 탔다.

노트르담 성당에 가야 했고, 중앙 우체국에도 가야 했다. 


한 10분 정도 택시를 타니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노트르담 성당에서 신호를 건너면 바로 중앙 우체국이 보인다. 중앙 우체국이 어딘지도 모르고 택시 타고 갈 뻔했는데, 큰 건물이 있길래 뭔가 싶어 보니 중앙 우체국이었다.




호치민에서 여행지로 유명한 장소니까 사진을 하나라도 남기고 싶었는데, 마침 혼자 온 미국 여성이 건물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말을 걸어 너 사진 찍는 거 도와줄까?라고 하며 사진을 찍어주고 내 사진도 찍어달라고 했다.


큰 백팩을 메고 혼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친절하게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찍어주더니 세로로 찍은 것이 건물 전체가 나와 더 낫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는 서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중앙 우체국의 엔틱 한 분위기가 아름다웠다. 기념품이라도 살게 있나 싶어 둘러보다가 중간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치마는 데탐 거리의 보세 가게에서 15,000원 주고 산 치마 정말 마음에 든다.


주위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단체 투어를 온 한국인 관광객,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베트남 아주머니 이렇게 멍 하게 앉아 있으니 그냥 다른 세상에 나 혼자인 느낌이 들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호주 친구랑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했긴 하지만 비도 오고 있었고 지갑엔 호텔에 겨우 돌아갈 수 있을 만한 차비만 있고. 가방에는 벤탄 시장에서 산 물건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한 삼십 분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누가 "익스 큐즈 미?" 한다.


키가 큰 멋진 남성 두 명이 카메라를 들고 자기들의 사진을 찍어 달라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어주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독일인이고 친한 친구들끼리 동남아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나이는 (그 당시의) 나보다 한 살이 더 많은 22살이었다.


그들은 영어를 잘 하진 못 했지만, 대화를 계속 이어 갈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정말 오랜 시간 서로의 인생 얘기를 하고 시간이 되면 같이 술 한잔이나 하자며 페이스북을 주고받았다. 그중에 두 명이 자기들은 엽서를 사러 가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나도 내일 떠나니까 내 할 일이나 하자 싶어서 자리를 떴다.


호주 친구와 7시에 데탐 거리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나는 호텔로 돌아와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바로 호텔에서 나와 데탐 거리로 향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원래 저녁을 먹기로 했지만, 마땅히 끌리는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크레이지 버펄로에 가서 나는 미스 사이공을, 호주 친구 에이든은 맥주 한잔을 했다.


에이든은 호주인인데 호주를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에이든에게 물었다. "너는 왜 호주를 싫어해?" 그러자 그가 물었다. "그럼 너는 왜 한국을 싫어하니?" 순간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을 했구나 싶어서 둘 다 웃었다. 우리 둘 다 그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에이든은 뉴욕에서 거주하며 사업을 하고 가족들은 발리에서 정착해서 산다. 부모님도 같은 사업을 하고, 에이든은 자주 일 때문에 발리와 아시아 국가를 다닌다.


그리고 칠 바에서 함께 만났던 에이든의 친구 Hai라는 베트남 남자가 있었는데, Hai는 보통의 베트남 사람 답지 않게 영어를 정말 잘했다. 그래서 에이든의 가족은 하이를 고용하여 자기들의 일을 도와주게 한다고 했다.


이 날은 마침 에이든의 가족들이 사업차 호치민을 방문해서 하이가 에이든의 가족들을 데리고 A B Tower라는 곳에서 구경을 시켜 주고 있었다. 그래서 에이든과 나도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A B Tower에 꼭대기에 있는 Heli Bar를 갔는데, 정말 뷰가 끝내줬다. 칠 바보다 뷰가 더 멋졌지만, 그래도 음악이나 분위기는 칠 바가 더 좋았다.


에이든이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왔는데, 어떤 남자와 함께 돌아오는 것이다. 그 남자는 자기의 여자 친구와 함께 우리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에이든과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 남자는 아시안의 외모였고 이름은 케니였다. 그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여자 친구를 보러 베트남에 놀러 왔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영어를 단 한마디도 못 하는 것 같았고, 심지어 술을 마시는 연기만 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여 에이든한테 물어보니 자기는 모르는 남자인데 화장실에서부터 아는 척을 했다는 것이다. 에이든의 엄마가 잠시 들렸는데, 케니는 심지어 에이든의 엄마에게 까지 술을 한 잔 하라고 권 했다는 것.


우리는 합석을 하게 되었고, 케니는 모든 술값을 다 계산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제일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겁이 나서 우리는 이미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 했지만, 케니는 끝까지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끈질겼던 케니를 겨우 돌려보내고 우리는 어제의 Chill Bar로 향했다.




칠 바는 그 전날보다 그렇게 소란스럽지 않았다. 클럽의 분위기에서 일반 Bar로 돌아왔고 붐비지도 않아 좋았다.


마침 오후에 우체국에서 마주친 독일인 중 한 명인 야니크에게서 지금 어디냐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칠 바에 있다고 하니, 자기들이 여기에 조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들이 묵는 호스텔은 칠 바에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메시지를 한지 십 분 만에 그들이 도착했다.


야니크와 처음이자 마지막의 사진 한 장. 그들은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태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친구가 되어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보냈다. 




칠 바에서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해서 일어났는데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준비를 해서 일찍 체크 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호치민에서의 일어난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았다. 여행을 돌아보니 너무 행복했던 기억들이 남아있었다.




어느 여행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더 많은 걸 보고 배웠던 뜻깊었던 여행이었다. 내가 다녀온 그 어느 동남아 국가보다 애착이 많이 가는 베트남, 언젠가는 다시 꼭 돌아올 거란 약속을 하고 그렇게 나는 싱가포르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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