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더 Heather Feb 18. 2018

기브 앤 테이크, 꼭 해야 할까?



해외에서 처음 받은 충격

처음 호주에 와서 호주에서 흔한 주거 형태인 쉐어 하우스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 쉐어 하우스란 말 그대로 집은 함께 사용하고 방은 따로 사용하는 형태로써 낯선 사람들과 한 집에 산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상당히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주거 형태이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에 많은 사람들이 쉐어 하우스를 선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으로 똘똘 뭉쳤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작은 것이라도 함께 하고 늘 서로를 배려하고 음식이 조금 있어도 나눠 먹는 것이 우리에게는 일반적이다. 그렇게 한국에서 19년을 살다가 호주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나와서 살게 되면서 해외에서 처음 충격을 받게 된다. 쉐어 하우스에 이사를 와서 살게 되고, 혼자서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싱크대에 다른 사람이 썼던 접시가 있었다. 나는 어차피 설거지를 하는 김에 이것도 함께 씻어버리자, 뭐 어때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그 접시까지 설거지를 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왜 나는 싱크대에 있던 접시를 내가 씻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며칠 뒤에 나는 알게 되었다. 셰어 하우스에서는 자기의 몫만 하면 된다. 누군가가 음식을 먹고 접시를 싱크대에 그냥 놔두면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나는 씻어야 할 의무도 없고 그냥 내가 먹은 것만 치우고 다른 사람의 접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접시를 사용한 사람이 씻지 않으면 그 접시는 며칠 동안 그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다. 이게 일반적인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시간 되는 사람이 치워주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쓴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굳이 치워줘야 할까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해외에서 지내면서 '남'보다는 '나'를 중시하는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개인주의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해외에 오래 생활하면서 너무 내 위주로만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점점 더 좋아짐에 따라 가끔은 두렵기도 했다. 여행을 가든, 밥을 먹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의견 충돌이 있는 것도 싫었다. 깊은 만남이 아닌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더치페이

'내가 연장자니까 살게.'라는 말은 외국문화에 없다. 물론 외국 사람들이 전부 더치페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서 본인이 계산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얻어먹으면 내가 미안해서 식사 후에 커피나 와인을 산적이 있었다. 해외에서 만난 한국 분들과는 일반적으로 더치페이를 한다. 도움을 받은 적이 있거나 준 적이 있으면 사주거나 얻어먹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더치페이를 한다. 한 사람이 먼저 내고 다른 사람은 계좌로 보내주거나 현금으로 준다.

· 난감한 순간 I

나는 보통 내가 먼저 카드로 계산을 하고 상대방이 나한테 보내준다.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로 향하는 동안의 망설임이 싫다. 정말 친한 경우라면 당연히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먼저 계산하시면 제가 보내드릴게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면 가끔은 '왜 내가 항상 먼저 계산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직 나도 한국 마인드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반으로 정확하게 나누기 힘든 금액 같은 경우는 '그냥 이건 제가 부담할게요.'하고 말았는데 이것도 사실 맞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몇 불을 정확히 나누자고 하는 것도 우리 정서로는 힘들다. 상대방이 먼저 계산을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손해를 보는 것 없이 정확히 반으로 가르면 좋겠는데 이런 부분은 서로 말하기가 참 애매하다.

· 난감한 순간 II

어떤 분이 퍼스에 오셔서 저녁을 먹자고 해서 그렇게 만났고 식사를 다 하고 그 식당이 'Split Bill'이 되지 않는 곳이라 내가 먼저 카드로 페이를 했는데 그분은 내가 저녁을 사신 걸로 알았고 난감했다.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식사 비용에 대한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고는 그날 밤 메시지가 왔다. '식사 잘 했어요. 한국 가면 제가 쏠게요!'


글을 퍼가도 될까요?

흔히 있는 일이다. '안녕하세요, 헤더님의 글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생략) 이번에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이곳에 헤더님의 글을 올려도 될까요? 그 답례로 헤더님의 프로필을 올려드릴게요.' 물론 처음에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다. 링크를 걸어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이 들어갔다. 재능기부를 해 달라는 말과 다른게 무엇일까?


안 주고 안 받기

이러한 일들을 겪어오면서 안 주고 안 받는 것이 가장 속 편하고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사나 커피를 얻어먹은 경우에 부탁 아닌 부탁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원해서 받은 것도 아니지만, 먹은 게 있으니 부탁을 들어 드려야 할 것 같고 안 들어 주면 원치 않게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리게 된다. 정이 많은 우리가, '안 주고 안 받기'를 한다는 것이 삭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면 안 주고 안 받기를 실천하는 게 어떨까. '나는 이만큼 해 줬는데, 저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해줘.'같은 서운함은 사라질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 사설 컬리지의 실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