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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Mar 18. 2018

#2 서호주 로드트립, 브룸

공룡 발자국, 내츄럴 브릿지, 케이블 비치의 아름다운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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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람을 맞출 필요도 없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브룸에서의 새로운 날이 밝았다. 무계획으로 훌쩍 떠나온 이곳, 오늘은 무엇을 할지 내일은 무엇을 할지 계획이 없었기에 오로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여행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한잔 마시고 테라스도 슬쩍 둘러본다. 브룸의 날씨는 여전히 습하고 더웠다.




조식이 포함되지 않아 레스토랑에 조식을 사 먹으러 갔다. 체크인을 할 때 받은 $10 바우처는 조식을 사 먹을 때 이용할 수 있었고, 매일 사용이 가능했다. 




레스토랑 근처에는 메인 수영장이 있다. 방 앞에 있던 작은 수영장에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메인 수영장에는 아침부터 더위를 쫓으려는 사람들로 바빴다.




퍼스에 있다가 브룸에 가니 날씨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길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 살면 적응되려나?




아침에는 시원하게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시작한다.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시간이 11:30분이라 테이크어웨이 상자에 담아주었다. Big Breakfast는 아침으로 먹기 딱 좋다. 토스트, 베이컨, 계란, 해쉬 브라운, 버섯 등. 요리해먹기도 간단해서 집에서도 자주 해 먹는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물이 그리워진다. 주유소에 위치해 있는 브룸 IGA에 들려 여행 내내 마실 물을 가득 사고 간식거리도 샀다. 브룸에는 유난히 호주의 원주민인 애버리진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거리에서나 상점에서 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Camel Balls라는 이상한 이름의 껌, 하나 사 볼까 말까 하다가 직원이 웃으며 쳐다보길래 아닌 척, 흠흠.




주유소에는 차 유리를 닦을 수 있게 와이퍼를 마련해 놓았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여행을 했기 때문에 모래 위를 달리게 되면 차가 쉽게 지저분 해진다. 하얀 차가 노란색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유리창을 닦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차가 너무 높은 바람에 실패, 이럴 때는 10cm만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Gantheaume Point


내 고향 울산에 있는 천전리 공룡 발자국에서만 공룡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았는데 이곳 서호주의 브룸에도 공룡 발자국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후덥지근한 날씨가 숨을 막히게 했지만, 이곳까지 왔는데 새로운 걸 보고 가야지 하면서 공룡 발자국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파리들의 얼굴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룡 발자국이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걸 보면 정말 공룡이 존재하긴 했었나 보다.




옆에 구경을 하던 호주 가족이 현재 밀물이 많이 들어와 공룡 발자국을 많이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볼 수 있는 게 어디냐며 알려준다. 커다란 발자국 두 개를 발견했다.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미끄러운 신발은 신지 않는 게 좋다.




날씨가 더워서 땀은 흐르지만 사진은 밝게 이쁘게 나오니 좋다.



Natural Bridge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서호주, 그중에도 서호주 곳곳에서 자연이 만든 내추럴 브리지를 만날 수가 있다. 차를 타고 가다 발견한 브룸의 내추럴 브리지, 신이 나서 후다닥 뛰어갔는데 바위가 흔들흔들해서 십년감수를 했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하자.



Broome Port


브룸 포트에서 발견한 바위, 누군가가 쓴 암호 같은 글.




다리 밑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여기가 고기가 잘 잡히나 보다. 혹시나 애버리진들인가 하고 멀리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보니 애버리진들도 있고 아시안도 있고 서양인들도 있고 다 같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너무 아름답고 시원한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옷이 젖어도 금방 마르니 괜찮아하며 얼른 바다에 들어갔다. 어떻게 어딜 가나 바다가 이렇게 이쁘담. 거기다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있다.



Chinatown


이 세상 어디를 가나 중국인들이 있다고 하지만 브룸에도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살 줄은 몰랐다. 산다고 하더라도 차이나타운까지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나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브룸에 여행을 갔기 때문인지 문을 닫은 상점들이 대부분이었다. 빵과 튀긴 음식을 먹어왔기 때문에 아시안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중식당이나 타이 식당 전부 문을 닫아서 아쉬운 마음에 차이나타운 구경만 하다가 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화관. 어릴 적 아빠와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다. 지금은 영화관들이 워낙 좋고 좌석이 침대로 변하는 골드 클래스까지 생겨났지만 예전에는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대문짝만 하게 포스터를 그림으로 그려 극장 간판에 붙여놓았던 기억이 난다. 발전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옛 추억에 젖고 싶을 때도 있다.




거짓말같이 푸른 하늘과 붉은색 토양의 황량한 아웃백(호주의 오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서호주 로드트립, 붉은 모래를 담아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을 묻히게 되면 빨간 물감처럼 묻어 나온다.




오프로드를 신나게 달리다 차를 멈춰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푸른 하늘과 붉은 토양 그리고 흰 차가 추는 대비 효과가 신기하게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 넓은 도로 위에서 그 어느 하나 방해하는 차량도 없으니 마치 이 세상에 나만 있는 느낌이었다.



Willi Creek


브룸 여행이 뜻깊은 이유는 브룸은 진주의 역사가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브룸은 깨끗하고 선명한 진주를 빠른 시간 안에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속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있는데 다음 포스팅에 나올 것이다.

우연히 만난 이탈리아 친구는 이곳 브룸에서 진주 농장에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늘 배 위에서 일을 한다며 즐거워했다. 차를 타고 진주 농장이 있는 Willi Creek으로 향했지만 휴일이라 진주 농장이 문을 닫아 들어갈 수 없어서 다시 되돌아왔다. 



Cable Beach


다시 찾은 케이블 비치, 다시 보면 더 아름다운 곳. 선셋을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곳에 보여 선셋을 기다리고 있었다. 브룸의 선셋 시간은 약 6:30분. 늘 다르니 구글에 '브룸 선셋 시간'으로 검색을 해 보자. 




찍기만 해도 화보가 되는 서호주 브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Broome Sunset Bar & Grill


허기가 져서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창가 자리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곳에 앉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식사를 하는 사람, 와인을 즐기는 사람 등 각자의 스타일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서도 크리스마스라 터키 구이가 있었다. 그래, 크리스마스니 터키를 한번 먹어보자.



곧이어 등장한 터키 구이. 담백하니 맛있었다. 터키에 크랜베리 잼을 올려 먹으면 더 맛있다. 오랜만에 튀기지 않은 건강한 음식을 먹은 기분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칠 때쯤, 정말 멋진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퍼스에서 선셋을 많이 봤지만 브룸의 케이블 비치에서 보는 선셋은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다웠다.




계산을 하고 더 가까이서 선셋을 보기 위해 바다로 내려갔다. 




불이라도 난 것처럼 붉은빛을 내던 선셋은 금방 모습을 감추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바람바람 쐬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풍경을 보는 것, 이보다 행복한 것도 있을까.




금세 분홍빛으로 뒤덮인 브룸의 케이블 비치,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간다. 브룸에서 휴식을 하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아 그냥 며칠 이곳에서 더 묵을까도 고민했지만, 로드트립으로 퍼스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볼 것이 많고 할 것이 많은 브룸은 아니지만 깊은 역사도 있고 사연도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마음이 많이 가는 여행지였다.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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