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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May 18. 2020

혼자 떠난 여행 #16 – 마카오

미슐랭 레스토랑 '로부숑 오돔' 런치 / 여행 중 누구를 만난다는 것은

Robuchon Au Dome
미슐랭 프렌치 레스토랑



마카오에서는 미슐랭 레스토랑의 런치 메뉴를 괜찮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함께 일했던, 5년 만에 만나는 동료와 함께 프렌치 레스토랑인 로부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 내가 일하던 리조트에는 많은 레스토랑들이 있었고 로부숑 레스토랑도 그중 하나였다. 이 친구는 그 레스토랑에서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오래 일을 했다. 내가 일하던 레스토랑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다른 아웃렛에서 다양한 직원들이 와서 우리 레스토랑을 도와주었는데 이 친구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늘 엄마처럼, 언니처럼 잘 챙겨 준 친구였다.


부지런히 꾸미고 친구를 타이파 페리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페이 선착장에서 호텔 무료 셔틀을 이용할 수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로부숑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살이 엄청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 저탄 고지 다이어트를 해서 10kg를 뺐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는 그동안 쌓인 대화를 하며 로부숑에 도착했다. 로부숑 오돔 레스토랑은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고 레스토랑 모양은 돔처럼 동그랗다. 그래서 이름이 Robuchon Au Dome이다. 레스토랑 리셉션에 도착하니 근사한 와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예약 이름을 말하고 안내를 받아 그곳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멋진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해 주었다. 내부는 넓지 않았지만 위로 높게 솟은 구조였다.



특별한 기념일에 다시 오고 싶은 곳



탄산수를 주문하고 메뉴를 골라보았다.




우리는 4코스로 선택했다. 소믈리에님이 한국 분이셨다. 친구가 예전에 왔었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며 알려주셨다. 그래서 한국 분이냐고 여쭤보았는데 맞다고 하셨다. 친절하셨다.




캔들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버터였던 물체. 저기서 직원분이 버터를 동그랗게 떠서 테이블에 놓아주셨다.




테이블 매트까지 로부숑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하나하나 신경 쓴 것이 좋았다. 싱가포르에 일을 할 때,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로부숑 님이 우리 레스토랑에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인상도 좋으시고 친절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싱가포르에 일하면서 유명 인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어디서도 얻기가 힘든 좋은 경험이었다.



2019년 6월 마카오 로부숑 메뉴


빵 트롤리


식전 빵이 나왔다. 빵들이 부드럽고 맛있어서 다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코스 메뉴를 시켜서 배가 부를까 봐 많이 먹지 못하였다. 나중에 헤드 셰프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숙소에서 먹으라며 싸주셨다.



Le Pâté en Croûte
veal and foie gras in a « Pâté en Croûte » style served with seasonal mushrooms pickles


이곳의 세트메뉴는 알라카트 메뉴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서 주문하는 방식이다. 내가 고른 애피타이저는 이 디쉬였는데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하니 맛있었다.




메인으로 친구가 주문한 양고기. 나는 양고기를 먹지 못해서 다른 것을 주문했는데 친구가 맛있다며 한입 권했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치즈


마지막 코스는 치즈와 디저트 둘 중 하나로 선택이 가능하다. 두 명이서 갔을 경우 각각 하나씩 시켜도 전혀 문제없었기에 치즈를 좋아하는 친구는 치즈를, 치즈에 큰 흥미가 없는 나는 디저트로 주문했다. 치즈는 이렇게 트롤리에 다양한 종류가 가득 담겨서 나온다. 나는 치즈 하면 파마산, 체다 이 정도밖에 몰랐는데 친구는 치즈 전문가처럼 많이 알았다. 그렇게 다양한 치즈들을 조금씩 골라 맛을 보았다.



무난했던 비스킷
달달한 디저트들


친구와 내가 함께 고른 디저트들. 나는 달달한 것을 많이 먹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여러 개를 조금씩 시켜 맛만 보았다. 여긴 디저트를 먹으러 간다 해도 좋을 것 같다. 종류도 다양하고 세트를 주문했을 때 디저트가 하나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여러 개 골라서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등장했다.



반가웠어요


셰프 토모노리
로부숑 이그젝큐티브 셰프


식사를 하는데 친구가 안절부절못하는 눈치였다. 종종 직원들을 불러서 어떤 셰프가 키친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예전에 같이 일하던 셰프를 찾나 싶었다.


그런데 친구가 애타게 찾던 분은 바로 이 셰프 토모노리 님이셨다. 싱가포르에서 일을 할 때 이 분을 우리 레스토랑 키친에서 자주 보았다. 이벤트가 있으면 로부숑 팀이 와서 우리 키친을 쓰곤 했기 때문이었다. 키가 엄청 크시고 인상이 좋으셔서 기억이 날 수밖에 없었다. 늘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시던 분이었다.


그런데 싱가포르도 아닌, 마카오 로부숑에서 이 분을 만나다니?! 이 분은 로부숑에 94년도에 입사를 하셨고 도쿄 로부숑의 오프닝 멤버셨다. 고 로부숑 님의 애제자이다. 이분은 1년 중의 반을 세계 각지의 로부숑을 다니시면서 메뉴를 개발하고 매니징을 하고 계시고 거주지는 파리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마카오를 여행할대, 마카오 로부숑에 잠시 와 계셨던 것이다. 친구도 혹시 이 분이 계실까 싶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진짜로 계셨고 나와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사실 일반 셰프도 아니고 전체 로부숑을 관리하시는 분께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 나온다는 것도 부담이실 텐데 기꺼이 나와주셨다. 사실 친구랑도 개인적 친분이 있으신 분은 아니다. 친구는 싱가포르 로부숑에 일을 했었고, 이분은 싱가포르 로부숑을 매니징 하러 잠시 계셨었는데 그때 스치듯 알던 사이였다.


친구에게는 이분을 만나고 싶어 하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파리에 있는 로부숑에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분을 만나서 그것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토모노리 셰프님은 나를 보시더니 낯익다면서 말을 해 주셨다. 그렇게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고 여행 중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또한 마카오 로부숑 헤드 셰프님도 토모노리 셰프님과 함께 나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해주시고 빵도 따로 포장해 주셨다.




디저트에 빠질 수 없는 커피도 한잔했다. 설탕통이랑 커피잔도 취저.




 사진에는 없지만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미니 마들렌도 나왔다. 정말 아낌없이 주는 로부숑이었다.




잊을 만 하면 자꾸 먹을거리가 나온다. 4코스로도 충분한데 디저트만 3-4코스가 나온 것 같다. 뒤이어 아이스크림도 나왔다.




또 디저트가 나왔다. 하지만 글자가 적혀있었다. Welcome to Macau! 언제 준비했는지 친구가 직원에게 사전에 말을 한 모양이었다. 이 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늘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는 것만큼 반가운 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로 나와서 한국에서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며 만났던 친구들이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들이고 언제 봐도 반가운 존재이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정말 마지막 디저트가 등장했다. 나는 귀여운 당근 모양의 초콜릿을 선택했다. 디저트만으로도 배가 부를 식사였다.




이 친구와 싱가포르에서의 추억들을 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금은 마카오에서 일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친구가 멋있고 나도 옛날과 비교하여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기뻤다.



로보숑에서 볼 수 있던 뷰


맛있는 점심을 먹고 함께 코타이로 돌아왔다. 친구가 갤럭시 마카오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방을 구경시켜 주었다. 마카오를 떠나는 다음날,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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