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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Oct 17. 2016

[세계여행] 여행자의 개인주의

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



The reveley rooftop bar, Perth


최근 너무 앞만 보며 달려왔다. 호주가 왜 좋아요? 라고 물으면 삶이 여유 있어서요 하곤 말하고 했는데, 정작 나 자신은 너무 바빴다.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 시작하는 일을 하고 너무 나를 바쁘게 굴려왔다. 그냥 내 자신을 계속 피곤하게 만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을 준비하면서 분리수거를 하는 쓰레기통을 보는데 뭔가 검은 물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손으로 공중을 휘휘 저어보니 날파리들이였다. 1년넘게 이 곳에서 살면서 파리가 꼬인적이 없었는데 놀란 마음에 쓰레기통을 살펴보니 거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있었고, 쓰레기 봉투는 찢어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집이 이렇게 방치되어 있었는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책상 주위에 각종 서류들 화장실엔 옷가지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Arts Gallery of Western Australia


요즘 바빠요. 라고 핑계를 대면서 가까운 것들에 신경을 너무 안 쓴 느낌이 들어 슬퍼졌다. 나와 가장 가까운 것들에 신경도 못 썼으면서,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감히 말을 할 수 있긴 한걸까.

어릴적,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신 엄마가 조금 쉬시면 좋으련만- 그때부터 언니방 내방을 집안 곳곳을 청소하기 시작하셨는데, '엄마는 좀 쉬지 왜 자꾸 청소하는데' 라고 말을 했었고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가깝다고 신경을 안 쓰고 있던것들은, 언제나 내곁에서 똑같이 유지되고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언제나 돌봐주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언젠간 망가진다는 것을.

짧고도 오랜 시간을 함께 잘 지냈던, 룸메 언니가 어제 떠났다. 하지만,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배웅도 못 해줬다. 연애에 있어서도, 나는 항상 받는것에만 당연한 사람이였다. 관심을 주고 표현을 하고 사랑을 주는 방법을 전혀 몰랐고, 누군가가 사랑을 줘도 어색해했다. 항상 바쁘다는 이유를 대며 대화를 단절했다. 다툼을 하는 그 자체가 귀찮아졌다. 그래도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걸 아니까,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철저히 개인주의적으로 살아왔다.

5년동안 혼자 여행을 해오면서, 결국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혼자서 모든것을 해야한다는 책임감,  내 말이 다 맞다는 자만심 등을 느끼게 되며 개인주의 성향이 더 강해졌다.

Arts Gallery of Western Australia


20살이 되어서도 나는 내 꿈을 이루기위해,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작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떠났으며, 싱가폴에 있었던 3년동안 한국에 단 한번도 가지 않았고, 연락을 자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많은 친구들과도 연락이 자연스레 끊겼다.

이번 1월, 해외생활 5년만에 큰 향수병이 처음으로 와서 그 동안 나와 함께 해준 누군가에게 통보라도 하듯 '나 당장 내일 한국으로 갈거니 말리지 마.' 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이 받을 상처를 생각지도 않고 내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겠다.

남들의 조언을 듣고, 나의 생각과 비교해보며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받는것만 하는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마음으로써만 전하는 진심이 때로는 전부가 아닌 것,
좋은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가까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원래 성격이 이러니까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하며 입을 닫아 버리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변화를 하려 노력해보는 것-
 
나의 개인주의에서 조금은 벗어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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