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들고 해외로 떠난 한국인 커플 이야기 - 태국 편 (6)
이번 주 여행 키워드 - 맛집
1) 내 인생 최고의 피자집을 찾았다, Adirak Pizza
2) 오늘은 특히 맛집을 많이 찾은 운수 좋은 날
3) 찾았다, 내 작업 공간, C.A.M.P
4) 한 달 만에 먹는 최애 음식 햄버거, Rock Me Burger
5) 치앙마이에서 제일 인기 많은 카페, Fern Forest
오전 11시
어제 자기 전 너무나 가고 싶게 만든 식당을 하나 발견했다. 그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피자. 오랜만에 양식을 먹어보고 싶었고,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한남동 피자집도 생각나서 오늘 첫 일정은 그 식당으로 향하는 것. 그다음 일정은 그 주위를 여행해 보는 것. 그 식당을 목적지로 그랩을 부른다. 평소에 가던 곳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다. 20분 정도 달려간 것 같다. 오픈 시간인 11시에 맞춰 도착.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화덕 냄새. 벌써부터 기대되는 음식들. 하지만 걱정되는 가격. 메뉴판을 훑어본다. QR로 찍어서 모바일로 주문하면 되는 방식이다. (오..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음식 가격) 화덕피자를 한국에서 먹으려면 최소 2만 원 중반 정도인데 여긴 1만 원 초반에 프리미엄급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맘 놓고 제일 맛있어 보이는 피자 주문. 음료도 당연히 주문. 주문한 피자의 이름은 Pesto Ricotta. 당연히 어떤 맛인진 잘 모르고, 사진만 보고 주문했다. 약 10분 정도 후에 나온 피자. 와 진짜 맛있어 보인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피자. 한입 먹어보니 왜 여기가 평이 좋은지 알게 되었다. 진심으로 한국에서 먹어본 화덕피자들보다 맛있었다. 정성을 다해 만든 피자라 그런지 맛에서 느껴졌고, 간도 적당하고 느끼함도 전혀 없는 피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분이라면 무조건 만족할만한 맛을 가진 피자였다. 앞으로도 여긴 생각날 것 같다.
오후 12시
배부르게 피자를 먹어주고 주위를 구경하며 걸어준다. 바로 앞에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눈에 띄고, 갑자기 년대라는 한글이 보였다. 90년대라. 무슨 의미로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식 카페를 모티브 해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사진만 찍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제일 구석에 있는 카페 하나. 그 너머로 보이는 고양이들. 그렇다. 여긴 고양이 카페다. 너무나 귀여운 고양이들이 많아 음료 마시며 만져보고 놀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들어가 본다. 사실 바깥이 더운 것도 있었다 ㅎㅎ 인당 120밧의 요금을 내야 하는 카페. 이용시간은 2시간이며 음료 한 가지는 무료였다. 나쁘지 않은 가격에 고양이들을 맘껏 만져볼 수 있었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자마자 한 마리씩 우리에게 온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긴 했다. 복층처럼 생긴 카페였고, 우린 1층 자리에 앉아서 놀며 일도 했다. 서서히 많은 사람이 들어오더니 만석인 1층.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 한 우린 카페를 나와 거리를 걸어본다.
오후 2시
덥다. 걷기엔 너무 덥다. 그럼에도 걸어야 한다. 근처 알아본 카페로 택시를 타고 가면 돈이 또 들기 때문이다. 꾹 참고 한번 걸어본다. 그렇게 걸은지 30분. 드디어 눈에 보이는 카페 하나. 걸으며 느낀 건 이 동네 참.. 볼 게 없다 ㅎㅎ 카페를 도착했는데 크기가 아담하다. 실내엔 이미 만석이다. 우린 어쩔 수 없이 야외 좌석 즉, 에어컨이 없는 곳에 앉아야 한다. 그나마 야외 정자엔 위쪽에 팬이 하나 있는데 그걸로 버텨본다. 소다 하나와 타이 티 하나 주문해서 목을 축인다. 바로 앞에 연못 같은 게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참 좋다. 약 30분 정도 지나니 실내 손님들이 다 나간다. 얼른 안으로 들어간다. "살 것 같다" 아담한 사이즈가 이 카페의 매력으로 보인다. 번화가에서 거리가 멀어 감히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만약 근처에 어쩔 수 없이 간다면 한 번쯤 와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약 한 시간 정도 음료를 마시고 그랩을 불러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오후 7시
집에서 푹 쉬다 저녁을 먹기 위해 나온다. 근처에서 먹으려고 걷는데 "오늘은 이게 안 당기네.. 여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올드타운 중심부. 평소에 북쪽에 매일 열리는 야시장에 한 번 가보자 가보자 했는데 아직도 못 가본 곳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가보자! 해서 걸어가 본다. 오늘도 다행히 열려있는 야시장. 이 야시장 역시 아담함. 한눈에 모든 시장이 다 보이는 곳이다. 가격도 사악하다. 상당히 비싼 편. 저녁은 다른 식당에서 먹는 걸로 하고 여기선 로띠 하나 먹어본다. 맛은 있었지만 가격 때문에 만족하진 못했던 야시장이었다. 근처 식당을 찾아보니 괜찮은 곳이 있어 그쪽으로 걸어가 본다. 손님도 많았던 식당. Aroy Dee. 자리에 앉아 주문한다. 난 면은 당기지 않아 팟까오무쌉, 바질 포크 덮밥 하나 주문하고, 그녀는 팟타이 하나 주문한다. 야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맛있게 먹었던 저녁이라 기분이 좋았다. 맛있게 잘 먹고 너무 멀리 걸어온 탓에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음료 하나 사고 30분 넘게 걸어 숙소로 복귀했다.
오전 10시 30분
오늘 우리의 컨셉은 미슐랭, 한국인이니까 우린 코슐랭. 첫 식당은 SP Chicken. 지난번에 방문했던 맛집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치킨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맛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치킨에서만큼은. 그러다 우연히 찾은 이 식당. 치앙마이에서 닭요리는 여기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지난번엔 치킨 Half와 폭립 하나를 주문했었는데 이번엔 폭립이 아닌 구운 돼지고기로 주문. 닭고기는 오늘도 역시나 맛있었다. 혹시 한남동 이영자 한방통닭을 아는가? 감히 그 치킨 맛에 버금가는 구운 닭고기 맛이다. 불맛이 매력적인 곳. 다른 메뉴인 구운 돼지고기는 폭립에 비하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캠핑 와서 구워 먹는 목살 맛이나 한국 음식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음식이었다. 첫 번째 식당 대성공.
오전 11시 30분
최근 알게 된 스무디 맛집이 하나 있다. 유명 PD님도 만나고, 유명인도 만났던 쏨 땀 식당 바로 앞 카페. Tomorrow 카페. 원목 인테리어가 되어있어 특히 서양인들이 꽤 많이 오는 카페다. 여기 웬만한 음료는 다 맛있다. 그녀는 특히 코코넛스무디를 굉장히 좋아한다. 가격 역시 저렴해서 요즘 들어 자주 오는 카페다. 여유롭게 음료를 마시고, 밥을 먹기엔 배부르고 디저트로 먹기 좋은 게 뭐가 있을까 하다 최근 또 찾은 디저트 맛집. 쨈 아줌마 바나나 튀김 식당. 영어로는 Banana frita라고 부른다. 식당 이름 그대로 바나나튀김을 파는 곳이다. 약간 우리나라 분식 포차를 찾은 느낌이랄까..? 구글지도엔 한글 이름으로 되어있어서 꽤나 많은 한국인들이 여길 찾는다. 우린 오늘 두 번째 방문.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해 주신다. 우리 입맛엔 말린 바나나튀김과 고구마볼이 제일 맛있다. 다른 메뉴 역시 기본 이상은 하니 혹시 치앙마이에 놀러 온다면 꼭 한번 맛보시라. 절대 후회 안 할 맛이다. 포장해서 다음 목적지까지 걸어가며 흡입해 주기.
오후 1시
단짠단짠을 가진 바나나튀김. 여기엔 아메리카노가 빠질 수 없지. 지난달에 숙소로 돌아오는 중에 처음 맛본 길거리 오토바이 카페가 있는데 거길 들렀다 집에 갈 수 있는 경로를 짜봤다. 바나나 튀김집에서 카페까진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걸린다. 오히려 올드타운에서 유명한 타패게이트와 가까운 카페다.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길거리 카페지만 구글 지도에 검색하면 나온다. 이름은 Man Made Coffee. 구글 평이 좋은 곳이다. 당연히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도착해서 아메리카노 하나 주문한다. 여긴 에스프레소 기계로 샷을 뽑는 방식이 아닌 핸드드립 방식 중 모카 포트 방식으로 샷을 추출한다. 커피가루를 물로 끓이면 샷이 나오는 방식. 요즘은 잘 안 쓰는 방식인데 여긴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사장님 역시 친절하고 영어가 가능해서 재밌게 얘기하며 기다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커피 맛은 진하고 쓴 맛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스타벅스 커피 맛을 좋아한다면 입맛에 맞는 그런 커피다.
오후 6시
가장 더운 시간엔 숙소로 돌아와 체력을 충전하고, 저녁밥을 먹으러 나온다. 이번에도 미슐랭급 음식점으로 출발한다. 오늘 맛집만 벌써 네 번째다. 치앙마이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 많아서 너무 좋은 도시다. 지금 가는 식당은 창푸악 수끼. 약간 샤부샤분데 볶음 샤부샤부? 일본식 요리와 태국식 요리의 만남이랄까..? 끓는 물에 담긴 야채를 좋아한다면 이 집은 아마 1등이 될지도 모른다. 야채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아주 맛있었던 음식이니까. 창푸악이라는 야시장이 조그맣게 있는데 거기 식당 중 수끼를 파는 곳이다. 오후 5시에 오픈하는데 이 시간에 오면 당연히 웨이팅을 해야 하는 유명한 식당이다. 기본 20분 웨이팅은 생각하고 오길 바란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볶은 수끼. 국물이 있는 수끼도 있지만 더운 나라에서 뜨거운 국물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녀는 Seafood. 나는 Pork. 면과 야채 그리고 고기류를 볶아서 나온 볶은 국수륜데 왜 여기가 맛있냐면 야채가 숨이 하나도 안 죽어있다. 흐물흐물 거리는 야채가 아니라 오히려 바삭한 야채에 흐물거리는 국수의 만남이랄까..? 이건 진짜 먹어봐야 아는 맛이긴 하다. 맛을 글로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다. 아무튼 오늘 네 군데 모두 다 만족했던 맛집이었고, 치앙마이에 온다면 꼭 한 곳이라도 들려보길 바란다. 아! 한 곳 들리게 되면 내 글이 신뢰가 가게 되고 결국 네 군데 모두 가게 될 수 있다는 건 알길 바란다.
오후 12시
오늘은 좀 늦게 나왔다. 딱히 할 일이 없는 날이어서 일만 하는 날로 계획을 짰기 때문.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업무 하기 좋은 공간을 미리 찾아놔서 점심 먹고 그쪽으로 향할 생각이다. 그랩을 타고 미리 찾아둔 맛집으로 향한다. 식당 이름은 카오소이 매싸이. 현지인들에게도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점심시간 맞춰 도착해서 그런지 웨이팅이 있는 상태. 직원에게 웨이팅 번호를 받고 입구에서 기다린다. 식당이름에 나와있듯 카오소이를 판매하는 곳인데 회전율은 좋아서 길게 웨이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약 10분 정도 기다려 좌석에 앉는다. 실내인 듯 실내 아닌 야외 같은 식당이라 덥긴 덥다. 그녀와 나는 각각 맛있을 것 같은 카오소이를 하나씩 주문한다. 너무 더워 타이티 하나와 타이레몬티 하나를 추가 주문한다. 음식은 금방 나왔다. 비주얼이 끝내준다. 태국에서 뭘 제일 좋아하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카오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내가 치앙마이에 와서 카오소이를 먹은 식당만 10곳 가까이 된다. 그중 감히 여기가 1등이다. 혹시나 북부 지역에 놀러 와서 카오소이 맛집을 찾고 있다면 꼭 이곳에 와서 정석 같은 카오소이를 맛보길.
오후 1시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약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마야몰.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몰 중 하나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쇼핑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먹으러 온 이유도 아니다. 일을 하러 온 게 이유다. 마야몰 5층엔 SFX라는 태국 유명 영화관이 자리 잡고 있는데 구석에 C.A.M.P라는 카페 겸 공용공간이 하나 있다. 지난번 마야몰에 왔을 때 잠깐 들어가서 봤는데 일하기 괜찮은 공간 같아서 다시 와봤다. 1인 좌석도 있고, 단체 좌석도 있고, 높은 층이라 뷰 좋은 좌석도 있고,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회의실도 사용할 수 있게 잘 되어있다. 보통 이런 공간은 시간당 요금을 받는데 여긴 음료 한 잔만 주문해도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콜라 하나만 주문해도. 단, 와이파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최소 50밧 이상 주문해야 한다. 50밧당 2시간 무료 와이파이 아이디와 비번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그녀와 난 와이파이 없이는 업무를 못하기에 100밧 이상의 음료를 주문했다. 2시간에 3,700원 정도면 사실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다른 공용공간은 보통 4시간 정도에 4-5천 원 사이를 요구한다고 어떤 블로그에서 봤다. 그거에 비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건 사람이 많아 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거. 운 좋게 겨우 한자리 나서 거기에 앉았다.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하고 일을 시작한다. 음료 맛은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그렇게 약 3시간을 우린 일에 몰두했다.
오후 4시 30분
일을 끝내고 쇼핑몰 한 바퀴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해서 내려가며 구경해 준다. 사실 그녀는 다음주가 생일이다. 근데 마침 그녀가 백팩을 바꾸고 싶어 하고 심지어 맘에 드는 가방도 몇 개 있다고 한다. 각자 휴대폰을 꺼내 가족들에게 티 나지 않게 그녀의 생일을 알려줘 본다. 다행히 많은 가족분들이 사주겠다고 해서 급 쇼핑 시작. 1층에 마침 가방을 모아둔 팝업몰이 있었다. 많은 가방 중 하나가 맘에 들어서 그 가방으로 선택해 구매했다. 한국에서 사는 가격보단 저렴하지만 가난한 여행자로선 큰 금액이었기에 주변 가족들의 경제적 도움이 감사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일과 쇼핑을 알맞게 잘 마치고 마야몰을 나선다.
오후 6시
숙소로 돌아가기 전 아까 그 카오소이 옆에 또 다른 맛집이 있어 저녁을 먹고 갈까 해서 다시 온 그 길을 걸어가 준다. 식당 이름은 흐언 므언 짜이. 로컬식당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합쳐 놓은 느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던 곳. 직원의 안내를 따라 자리에 앉아준다. 근데 바깥 좌석이다. 여전히 더운데. 일단 음식 주문을 한다. 덥다고 맛집을 포기할 순 없지. 음식 주문이 끝나고 기다리는데 마침 안쪽에 손님이 나간다. 직원이 안쪽 자리가 났다고 그쪽으로 옮겨도 된다고 하자마자 일어선다. 당연히 바깥보다 안쪽이 시원하다. 이제 음식을 기다려본다. 크리스피포크와 카오소이 그리고 계란 오믈렛 하나를 주문한다. 로컬 식당보단 당연히 가격이 높은 식당이다. 음식은 약 15분 정도 걸려 나왔다. 정갈하다. 맛있어 보인다. 제일 먼저 바삭한 크리스피 포크 하나 먹어본다. 역시 고기는 맛없을 수가 없다. 너무 맛있다. 카오소이 역시 낮에 먹은 것보단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태국에선 계란 음식은 절대 실패를 안 한다. 그러므로 오믈렛도 합격. 플렉스를 좀 했지만 그녀의 생일상이다 생각하고 맛있게 잘 먹은 것 같다.
오후 7시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 소화도 시킬 겸 올드타운 북쪽에서 택시를 내려 숙소까지 약 20분 정도 걸어간다. 그나마 선선한 저녁 바람맞으며 저녁 풍경 구경해 주며 천천히 숙소로 들어가 준다. 오늘은 특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공간도 찾았으며 일까지 했던 뿌듯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오전 11시
드디어 오늘은 태국 온 지 약 한 달 만에 햄버거를 먹는 날이다. 그동안 맥도널드, KFC, 햄버거 가게 등을 많이 봤지만 가격 때문에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가 아는 맥도널드가 태국에서 쌀 것이다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오히려 비싼 건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버거킹이나 맥도널드엔 그래서 현지인보단 서양인들이 더 많았다. 오늘 가는 식당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치앙마이 올드타운 근처에서 평이 가장 좋은 평이 가장 많은 햄버거집을 가는 날이다. 얼른 숙소를 나와 공원을 지나 올드타운을 둘러싼 성벽을 넘어 동쪽으로 쭈~욱 가본다. 멀리서 보이는 식당, 이름은 Rock Me burger. 처음에 지도로 봤을 땐 뭔 말인가 싶었는데 사장님께서 롹을 좋아하나 보다. 들어가 보니 일렉트로닉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오픈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 메뉴판을 받아본다. 드디어 햄버거를 먹어보기 직전. 음,, 가격이 상당히 높긴 하다. 기본 햄버거가 7-8천 원에 시그니처를 먹으려면 1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 뭐, 일단 먹기로 작정하고 왔으니 가격 생각하지 않고 골라본다. 그중 눈에 띈 천국버거. Rocking on heaven. 항상 천국 가는 게 꿈이었기에 이 메뉴를 골라본다. 그녀는 햄버거보단 파스타가 더 당겨서 파스타로 주문했다. 자, 이제 기다려보자 치앙마이 햄버거. 기다리는 동안 역시나 맛집인 걸 알듯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식당. 드디어 나온 우리의 햄버거. 생각보다 더 늦게 나오니 한국처럼 금방 나오겠지란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수제버거답게 두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햄버거가 아닌 칼로 썰어야 하는 햄버거. 누군가는 햄버거를 왜 그렇게 불편하게 먹어야 하나 의문을 달 수 있지만 힘들든 쉽든 맛있으면 장땡이다 난. 열심히 썰어 본다. 드디어 한 입 먹어본다. ㅎ 바로 이 맛이야~ 육즙이 장난 아닌 패티와 치즈의 풍미. 이국적인 이 맛. 내가 생각한 바로 그 맛이다. 프랜차이즈를 안 가고 여길 온 날 칭찬한다. 감히 한국에서 2만 원 가까이 줘야 먹을 수 있는 수제버거 맛집의 그 맛이다. 함께 나온 감자튀김 역시 방금 튀겨 바삭했고, 간도 적당했다. (짜지 않았단 말) 사이드로 주문한 어니언링 역시 양파가 고스란히 씹히는 맛있는 튀김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여길 방문 한다면 꼭 햄버거를 먹자. 파스타는 향신료 맛이 너무 나서 썩 맛있진 않았다. 햄버거 전문 식당이니 좋아하지 않아도 햄버거를 먹는 걸로 하자. 그렇게 음식 나오는데 30분 먹는데 10-15분. 짧았던 천국 Rock me burger는 이렇게 끝이 났다.
오후 12시 30분
바로 옆 카페로 넘어간다. 비싸고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일 할 시간. 열심히 일 할 카페를 찾았으나 쉽게 찾아지지 않았는데 그녀가 갑자기 바로 옆 건물을 가리키더니 그쪽으로 넘어가자고 한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조용한 카페였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이름은 Batch. 구글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무난한 카페다. 뭔 난 일만 하는 거니 괜찮다. 근데 커피랑 음료 맛도 나쁘지 않았다. 시원하고. 그거면 됐지. 그렇게 약 2시간 정도 열심히 일 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근데 치앙마이 왜 이렇게 덥지..? 처음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더워졌다. 뭐 설마 더 더워지겠어? - 응 더 더워질 수 있다. 인간은 더운데 한계가 없는 걸로. 결국 중간에 캣츠 키친에서 수박주스 한 잔 포장해서 숙소로 들어간다. 일하느라 먹느라 못했던 운동과 체력 보충을 숙소에서 해준다.
저녁 7시
오늘은 햄버거를 먹은 행복한 날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끝나기 전이기도 하다. 치앙마이에서 마지막 일요일 즉, 선데이 마켓을 마지막으로 즐기는 날이기도 하다. 참 시간 빠르다. 저녁도 먹고 마지막 선데이 마켓의 분위기도 느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오늘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입구로 들어간다. 그 입구 근처 먹거리 ZONE에 들어가 음식을 골라본다. 누군가 테이블에서 일어나길래 얼른 자리를 잡아준다. 한 명씩 먹고 싶은 걸 사 온다. 그녀는 만두와 새우전, 난 꼬치를 여러 개 사 온다. 음료는 필수다. 맛있게 저녁을 먹은 후 타패게이트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구경해 준다. 매주 똑같은 풍경이지만 그래도 구경할 맛 나는 선데이마켓. 아마 우리처럼 한 달 살기 하는 여행자라면 매주 놀러 오지 않을까 싶다. 중간중간 보이는 먹거리들, 옷, 액세서리, 공예품 등 시간이 지나도 선데이마켓의 분위기와 풍경은 한 번씩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숙소로 오는 길에 태국 전통 과자 몇 개 사고, 후식으로 먹을 과일 몇 개 사서 숙소로 돌아와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선데이 마켓은 막을 내렸다.
오전 11시
치앙마이에서 생활이 어느새 3-4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중간엔 지루함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지만 정이 쌓였는지 떠나려니 아쉬운 게 또 치앙마이다. 남은 시간 동안엔 그동안 갔던 식당 중 맛있었던 맛집들을 하나씩 들려서 마지막으로 먹어볼까 한다. 그중 한 식당이 SP Chicken. 구운 치킨 맛집이다. 오늘 방문하면 벌써 세 번째 방문. 오늘도 오픈에 맞춰 방문했는데 첫 방문 때보단 손님이 별로 없었다.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항상 주문하는 구운 치킨 Half. 맛있었던 폭립을 주문하려 했으나 오늘은 안된단다. 결국 그냥 구운 포크 하나. 샐러드는 모닝글로리. 사실 태국살이 한 달이 넘었는데 모닝글로리는 이날 처음 먹어봤다. 왜 사람들이 모닝글로리 모닝글로리 하는지 이제 알았다는 것. 아침을 든든하고 맛있게 먹고, 구글지도에서 첫날부터 봤던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를 떠나기 전 드디어 처음 방문해 본다. 이름은 Fern Forest. 검색해 본 사람은 알 테지만 평이 2천 개가 넘는 아주 인기 많은 카페다. 규모도 굉장히 크고, 실내좌석보다 야외좌석이 훨씬 인기가 많은 카페이기도 하다. 우린 일도 겸해서 할 생각이어서 야외보단 실내 좌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2층까지 있는 대형 카페.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을 주는데 주문할 때까지 근처에서 직원이 기다린다. 거의 호텔 서비스급이다.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음식과 음료 가격이 비싼 편. 우린 아침을 먹었기에 디저트 하나와 음료 각 한 잔씩 주문한다. 생각보다 케이크가 맛있었다. 사실 대형카페이고, 볼거리가 많은 카페의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데 여긴 맛도 신경 쓰는 듯 보였다. 그렇게 약 2시간 정도 일을 하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
다시 숙소로 돌아와 TV도 보고 운동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 밥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오늘 저녁도 평소 자주 가던 맛집인 Malee Noodle. 태국 음식을 파는 로컬 식당 맛집이다. 팟 까오 무쌉 하나 주문하고 그녀는 팟타이 하나 주문한다. 오늘도 역시나 맛있게 먹었지만 아쉬운 건 우리가 조금 늦게 와서 그랬는지 항상 먹던 후식 아이스크림 집이 문을 닫았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여기 온 것도 있는데.. 결국 저녁만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던 길. 항상 오던 길인데 길을 잘못 들어왔나 보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던가. 갑자기 눈에 띈 코코넛 아이스크림 배너. 오, 디저트 가게다.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운영을 하는지 물어봤고, 아이스크림을 파는지도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Yes. 얼른 두 개 주문한다. 물론 Malee Noodle의 아이스크림이 좀 더 맛있고, 훨씬 싸다. 뭐.. 아쉬운 사람이 항상 을이지. 그렇게 후식까지 든든하게 먹어주고, 세븐일레븐 들러 간단히 마실 음료 몇 개를 사서 먹으며 이번주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