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258m에도 도시가 있다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도시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수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낮은 도시는 당연하게도 사해(-450m) 근처에 있다. 일반적으로 이 타이틀을 획득한 곳은 팔레스타인의 예리코다. 성서에서는 예리고 혹은 여리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BC 5,000년에 쓰인 집터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리코는 해발고도 -258m에 자리한 도시로, 약 2만여 명의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요르단강과 사해가 만나는 지점보다 15km 정도 북서쪽에 있다. 도시의 수입은 주로 성서와 고고학 관광 수입이다. 기후는 완전한 사막기후인데, 관개시설이 잘 되어 있어 바나나 농업도 발달했다.
예리코가 비교적 도시의 모습을 갖춘 곳이긴 하지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인간의 정착지는 아니다. 사해 바로 아래에 있는 이스라엘의 작은 마을 네오트 하키카르(Neot HaKikar)가 -345m로 예리코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2017년에 조사한 결과, 인구는 421명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이스라엘식 집단농업 공동체지만, 관광산업도 발달한 편이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도는 아제르바이잔에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코카서스 3국’ 중 하나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는데, 다른 코카서스 나라인 조지아나 아르메니아가 기독교계 정교를 믿는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교를 믿는다.
수도 바쿠는 해발고도 -28m에 있다. 하지만 막상 바쿠에 가보면, 평온해 보이는 해안 풍경에 해수면보다 28m나 아래에 있다는 점을 믿기 힘들 것이다. 바쿠가 아무리 카스피해 연안의 항구도시일지라도, 사실은 카스피해가 바다가 아닌 호수라는 점을 잊으면 아니 된다. 카스피해의 해발고도 자체가 0m가 아닌 -28m였다는 얘기다! 게다가 바쿠는 224만 명이 살아가는 도시로, 해발고도 아래에 위치한 도시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해수면 아래의 도시가 내륙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이아나의 수도 조지타운은 해수면보다 낮은 고도를 갖고 있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다. 가이아나라는 이름조차 낯선 사람이 대다수겠지만*, 12개밖에 없는 남미 국가 중 하나로 남아메리카 북동부에 있다. 왼쪽으로는 베네수엘라, 오른쪽으로 수리남, 남쪽으로는 브라질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나라다.
가이아나의 수도 조지타운의 해발고도는 보통 -1m에서 -2m 정도인데, 방파제와 운하를 이용해 바닷물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가끔 격한 파도가 들이치면 방파제를 넘거나, 심지어는 방파제를 부숴버리는 경우도 있단다. 무서워서 어찌 살겠나 싶지만, 약 20만 명의 사람들이 조지타운에서 살고 있다. 가이아나는 남미 국가지만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계가 많이 유입되어, 인도계와 흑인이 주민의 대다수를 이룬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조지타운처럼 해안가에 위치하고도 해수면보다 아래에 있는 도시들은 침수의 가능성이 높아 각별히 자연재해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즈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뉴올리언스 또한 -2m의 해발고도를 가진 항구도시다. 뉴올리언스는 지대 자체가 낮아 미시시피강의 범람으로 인한 홍수 피해나 허리케인으로 인한 침수 피해에 굉장히 약한 도시다.
* 범죄 및 미스터리 사건·사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집단 자살로 유명한 ‘존스타운 대학살’ 사건으로 가이아나라는 이름을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1978년 미국의 사이비종교 지도자 제임스 존스가 가이아나에 땅을 사 신도들을 데려간 뒤 집단 자살을 명령한 사건이다. 사망자가 918명에 이르는 대학살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물론 가이아나 사람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건이다.
* 이 글은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에서 발췌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6411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