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6,390m에 있는 호수와 -418m에 있는 호수 이야기
앞서 다룬 곳들 중에 힌트가 있다! 이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오호스델살라도에 있는 호수다. 산의 최정상은 6,891m이고, 이 호수는 동쪽 사면 6,390m 지점에 있는 화산호다. 수심이 얕고 기온이 낮아 얼어붙기 부지기수지만 지름이 약 100m 정도 되는 엄연한 호수다. 어떤가. 오호스 델 살라도에 가면 ‘세계 최고’를 2개나 찍어 볼 수 있다.
운송로로 사용할 수 있는 호수 중 가장 높은 호수를 찾는다면 티티카카호로 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안데스산맥에 있으며,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 고도는 3,812m에 위치한다. 수량으로 따지면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다.
이름도 귀여운 티티카카호는 실제로 많은 여행객을 끌어당기는 장소다. 특히 우로스섬이 유명한데 이곳은 매우 놀랍게도 갈대로 만든 인공 섬이다. 세상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곳이 있나 싶지만, 실존한다. 그것도 그러한 섬이 40여 개나 있다.
우로스의 주인 우르족은 한때 육지 주민들에게 핍박을 받는 존재였단다. 그래서 그들은 안전을 위해 직접 갈대로 섬을 만들기 시작했다. 위협이 닥쳤을 때 섬을 움직여 도망가기 위함이었다. 구글 지도를 켜고 ‘Uros’를 검색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자동으로 숙박업소 리스트가 뜨는데 내륙이 아닌 호수 안에 수십 개의 호스텔이 뜨는 것이다. 위성 뷰로 전환해서 살펴보면 갈대 섬이 옹기종기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염도가 너무 높아 사람이 들어가도 뜬다는 바로 그 호수’가 이 질문의 정답이다. 사해는 염호로 유명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낮은 호수이기도 하다. 해발고도는 무려 해수면보다도 한참 낮은 -418m다. ‘사해(死海)’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었던 까닭도 낮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 참, 이름은 비록 ‘죽음은 바다’일지라도 사해는 바다가 아니다. 사실은 ‘죽음의 호수’라고 기억해두길 바란다.
사해에는 요르단강*에서 강물이 흘러들어온다. 하지만 저지대인 사해에서는 더 이상 물이 흘러내려 갈 곳이 없다. 요르단강에서 흘러들어온 물은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사해에 고여 버렸다. 사해가 있는 지역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 사이다. 이 지역은 사막기후로 강수량은 적고 물의 증발량만 많은 곳이다. 게다가 사해 주변의 암석에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물은 증발하고 염분만 축적될 수밖에 없었다. 사해는 그야말로 소금 호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
사해의 염도는 무려 34.2%로, 바닷물보다 10배에 가까운 염도를 자랑한다. 당연히 물고기는 못 산다. 사해 하면 튜브 없이 사람이 둥둥 떠다니는 사진이 떠오르는데, 저 정도 염분이면 가능한 일이다. 재미있어 보인다고? 물론 균형을 잘 잡으면 재미있겠지만, 뒤집혀서 물 먹을 가능성을 감안하고 시도해야 한다. 소금물을 강제로 흡입하는 것도 무섭지만, 눈이 얼마나 따가울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절대 물에 빠질 일이 없을 것 같은 사해에도 안전요원들이 대기 중인데, 다른 곳과 달리 소금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생수로 구해주는 역할을 한단다. 아, 몸에 상처가 있다면 들어가지 말 것. 상처에 소금물을 끼얹는 꼴이니까.
사해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사해 주변의 광물질의 효험이 좋은 평가를 받아 관광객들은 머드 팩을 바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사해가 사실은 소멸 위기에 처했다.
사해는 말라가는 중이다. 본디 하나의 호수였던 사해는 지금 두 개의 호수로 나누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요르단강이 관개에 이용되면서 사해로 유입되는 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사해의 죽음이 그려지자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사해를 되살릴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요르단이 홍해에서 바닷물을 사해로 끌어다 오자는 이야기였다. 운하를 건설해 요르단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용수도 공급하고, 남은 물을 사해로 공급시켜 수면을 유지하자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2021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운하가 지나는 길목에 지진지대가 있을뿐더러, 낯선 바닷물이 유입되면 사해의 성분이 크게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성서에서 나오는 요단강이 바로 요르단강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호수는 사해지만 세계에서 가장 염도가 높은 호수는 사해가 아니다! 남극 돈 후안 호수(Don Juan Pond)의 염도는 40%가 넘어 그 추운 남극에서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남극을 제외하고도 사해는 가장 짠 호수가 아니다. 에티오피아, 지부티, 세네갈에 사해보다 더 짠 호수가 있다.
* 이 글은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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