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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두요정 Mar 16. 2017

참는 법도 알아야 해요?

초등학교 1학년 생활지도 - 어른으로 성장하기

참는 법도 알아야 해요?


급식실에서 식사 지도로 인해 아이와 실랑이가 붙었다. 부모의 기초조사를 숙지하였기에 아이가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단지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먹기 싫은 것이지 못 먹는 것은 아님을 알기에 한 입이라도 먹어보라고 했지만 아이는 쉽사리 응하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져주다 보면 아이의 습관 들이기는 끝이나고 만다.

한 입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싫어요"를 연발하는 아이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납득 (?) 시키기를 시작한다. 아이는 끝내 생각하더니 한 마디 툭 던진다.

싫어도 해야 해요?
참는 법도 알아야 해요?

조그마한 아이의 입에서 저런 표현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순간 내 마음 속에서도 뭔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감정의 흔들림은 잠시 내려놓고 생활지도는 이어간다.


네. 참는 법도 알아야 해요. 매일 매일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는 법은 배워야 해요. 한 번 먹어보고 그래도 힘들면 선생님이 이해할게요.

아이는 고심 (?) 끝에 버티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고등어를 밥 위에 얹어 한 숟가락 입에 담는다.


딱 한 입을 약속했다. 더 이상 먹어보라고 하지 않았다. 단, 이후의 식사는 아이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였다.


먹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고 하면 그건 안 돼요. 한 입 먹었으니까 맛있으면 더 먹고 정말로 먹기 힘들면 그만 먹어도 좋아요.


아이는 다른 반찬을 뒤적거리다가 고등어를 밥 위에 한 번 더 얹는다. 그리고 작은 것이었지만 제 몫으로 나온 고등어를 다 비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아이들은 접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저학년은

그러한 특징이 더 강하다. 그러기에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한 번은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강압적이면 좋지 않은 기억이 더해져서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형성할 수 있고, 아이의 투정을 모두 받아주면 규칙과 습관 들이기를 이룰 수 없다. 일단 시도하게 한 뒤, 그 이후의 선택은 아이의 몫으로 돌린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홀로 남은 교실.


아이가 내뱉은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아이들에게 늘 끈기와 성실에 대하여

말하였는데 아이의 말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참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단, 참아야 할 때와 참지 않아도 되는 것의 기준을 세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시도하지도 않고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용기도 필요한 것. 한 입 베어무는 용기가 없었다면 고등어 조림의 맛을 평생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오늘은 아이에게서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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