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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두요정 Apr 26. 2017

초등학교 1학년 대화의 기술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대화법에 관한 책들이 서점에 가득하다.


하지만 그 대화법들이 교실 속에서 모두 통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한 특별한 비법들을 몇 가지 정리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대화의 기술


하나. Only one을 넘어 모두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주제로!


대화법 책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경청'이다. 그래서 더더욱  '학생들의 말을 잘 들어줘야지!'라는  다짐을 하고 교실에 들어섰다.


쉬는 시간. 

학생 A가 주변을 어슬렁 거리더니 어제 있었던 일들을 내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와~대단하다. 그걸 혼자서 다 했다고?" 학생의 이야기에 들으며 크게 맞장구를 쳐 주었다. A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퍼진다.


'역시 경청이 답이었어!'라는 생각이 들 무렵,  나의 목소리를 듣고 다른 아이들의 눈과 귀가 교탁 쪽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약 2초의 정적...


"선생님, 왜요? " A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파악을 한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랑한다. A에 이어 B, C, D... 약 1/3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적극적인 반응을 얻기 위하여 어제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자신의 말을 하기 위해, 다른 친구보다 더 크게 말하기 위하여 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결국 너의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시작된 경청은...'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이 되어 버렸다.


경청은 유익하다.하지만 학생들 전체와 공유될 수 없는 이야기는 학생과의 1:1의 대화에서만 적용하는 것이 알맞다.


반면 전체가 어울려 이야기하고 싶다면 아이들이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 맞출 수 있는 퍼즐같은 대화 주제를 나누는 것이 좋다.


둘. 모범 답안을 보여 줘라.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말을 듣다 보면 재미있는 언어 표현을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응응 다요"


일단 자신의 말을 최대한 빨리 전달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속도와 이야기의 정리 속도가 균형을 맞추지 못해서 이야기의 서두에 "응.. 응..."이라는 말로 말을 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요". 주변 친구들, 어른들과 높임말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오는 말이다. 선생님이 높임말을 쓰라고 하니까 "요"자는 붙이는데, 지금까지 써 왔던 "-다"라는 말이 익숙해져 있어서 둘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선생님, 어제 맛있는 것 먹으러 갔다요!"

"혼자서 다 했다요."


이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다요"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익숙해진 나를 발견한다. 나도 몰래 "-다요"화법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자그마한 기우가 든다.


아이들의 언어 습관.

친구에게 말하는 중에는 "-다."

그러다 어른과 눈이 마주치면 같은 문장에 "-다요"만을 바꾼다. 은근 중독적인 성향이 강한 언어습관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3학년이 되어서도 "-다요."화법이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아이에게 곧바로 지적을 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 조금 수정하여 말해주는 모범 화법을 써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선생님, 어제 맛있는 것 먹으러 갔다요!"

"아, 어제 맛있는 것 먹으러 갔어요?"

"네, 정말 맛있었어요!"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알맞은 대화로 이어져간다. 단, 모범 화법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실수가 반복될 때는 잘못된 부분을 잠시 짚어줄 필요도 있다.



셋. 대화의 흐름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


"선생님~B가 줄을 서는데 저를 자꾸 밀어요!"

"선생님이 B에게 말할게요. 그런데 A도 B가 왜 그랬을지 한 번 생각해주면 어떨까? 앞 친구가 그랬을 수도 있고 조금만 이해를.."

"이해하기 싫어요. 미는 거 싫어요. 혼내주세요..제가 유치원 때 있었던 일인데..."

"....."


"오늘은 가을에 대해서 알아보겠어요."
이 하나의 문장에도 아이들의 말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향해간다.

"가을은 시원해요~!"
"아니야, 추워!"
"아니야, 시원해..."

상상력은 좋지만 상상력이 멀리까지 이어지면 다시 본 주제로 돌아오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원래 무엇을 말하려했는지 잊을 때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는 대화의 흐름이 원래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대화를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과의 대화,

몇 가지의 기술만 연습한다면 즐거운 대화시간을 갖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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