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역카페 카페사이애
가끔 생각나는 곳이 있나요?
우연하게 보냈던 하루 이틀의 기억이
쌓여 추억의 장소로 변하게 된 그런 곳이요.
제게는 카페사이애가 그런 곳이랍니다.
세종시라는 낯선 도시로 발령을 받고 모든 것이 새롭기만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새롭다기보다는 외롭다가 더 적절했을 것 같네요.
그때의 제게는 마음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아지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나만의 아지트 찾기'가 시작됐습니다. 아지트의 조건에는 '지금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는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전 가는 버스 타기!'를 시도했습니다.
세종시에서 대전의 반석역까지는 버스로 약 15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퇴근하고 대전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뭐랄까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반석역에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찾게 된 작은 카페.
그렇게 찾은 저의 아지트가 바로 '사이애!'입니다.
10평 남짓한 카페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잡다하게 보일 수 있는 소품들이 각자의 색으로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작은 숲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그렇게 사이애를 알게 된 지 1년 하고도 6개월.
낯설었던 세종시가 익숙해질 무렵, 저는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참 신기하죠. 간절하게 떠나고 싶었던 곳을 정말로 떠나게 된 순간, 미련이라는 마음이 싹트는 것은 저만 그런 걸까요?
발령과 함께 사이애는 아지트가 아닌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추억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른 도시로 발령이 났지만 가끔 세종시나 대전에 갈 일이 생기면 사이애에 들렸습니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숲이 , 어떤 이는 바다의 파도 소리가 그렇다고 하는데 제게는 카페에서 머무는 여유로운 시간이 그런 존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이애가 사라졌습니다.
몇 달에 한 번 찾아올 수 있는 거리라 자주 오지 못한 제 탓이었죠. 가까이에 살며 자주 들렸다면 이렇게 예고 없이 소중한 추억의 공간을 떠나보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문득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 들더군요.
이렇게 추억 하나가 사라지는구나...
그러던 중, 예전에 SNS에 올렸던 사이애에 관한 글에 댓글 하나가 남겨졌습니다.
" 카페 사이애 이전했어요
반석로 53-20입니다
다시 한번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온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대전을 지날 일이 생겨 직접 찾아갔죠.
변경되었다는 위치로 찾아가 보니 예전에 사이애가 있었던 곳과 새로 이사한 곳이 서로 멀지 않았습니다.
공간은 더 넓어졌고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아기자기함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그 자리를 포근함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공간과 분위기는 변했지만, 가장 사랑했던 당근케이크와 커피의 맛은 그대로 남겨져 있더군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예전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낯선 발령지에서 외로움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된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더 좋은 커피맛을 내기 위해 카페를 옮기셨다고 합니다. 로스팅 기계를 좀 더 큰 것으로 들여놓기 위해 예전의 사이애보다는 좀 더 넒은 매장이 필요하셨다네요.
공간이 더 넓어졌으니 사이애가 지금의 공간을 지켜나갈 시간도 더 길어지길 바랍니다.
카페를 나오며 마음속으로 혼자 읊조려 봅니다.
언제나 거기 있어줄래요?
다음에 또 잊지 않고 찾아오겠습니다.
#대전카페 #카페사이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