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낭여행 - 미얀마, 만달레이
아침을 시작하는 승려분들의 뒤를 구경하며 쫄래쫄래 가다 보니 우리 호스텔에 도착했다.
만달레이에서는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만달레이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어서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호스텔 직원에게 혹시 투어에 갈 사람들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잠에 들었다.
-헤이, 가람 자?
침대 사다리에서 누가 매달려서 나를 깨운다. 호스텔 직원이다.
-아니야, 괜찮아 무슨 일이야?
-너 정말 럭키해! 손님 2명도 너랑 가는 코스에 함께 가고 싶대. 얼른 준비하고 나와!
남들이 가는 코스가 아니라 택시 기사님을 구하는 것도, 같이 갈 사람을 구하는 것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오늘 나와 함께 동행할 친구들은 이스라엘 친구들이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첫 번째 목적지인 디독폭포에 도착했다.
택시기사님께서 30분 정도 올라가면 폭포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폭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친구 한 명이 길을 틀어 왼쪽으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그쪽 길이 아닌 것 같지만 우선은 따라 내려갔다.
걸어 내려가는데, 돌을 넘고 또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길이 너무 위험해 보이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쪽 길이 아닌 것 같아서 단호하게 나는 다른 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내 여행 철학이다.
절대 몸이 다칠 일 하지 않는 것. 위험하다고 싶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가기.
다시 길을 헤매고 헤매서 올라가는데, 저 멀리에서 큰 물소리가 콸콸콸 들린다.
그리고 울창한 수풀 사이로 살짝 보이는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폭포!
에메랄드 물에 우리 모두 신나게 뛰어들었다. 사실 올라오는데 30분 걸릴 거리를 50분 정도 걸려서 와서 찍살나게 고생했던 우리라 더 신이 났다. 관광객들도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반나절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우리는 일몰을 보기 위해 우베인브릿지로 향했다.
만달레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몰 장소로 유명하다.
이미 하늘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브릿지에는 아슬아슬하게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다리 밑으로 내려왔다.
다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다리를 바라보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곳에 앉아서 아름다운 브릿지를 배경으로 저물어가는 일몰을 구경했다.
나를 따라서 내려온 친구도 내 옆에 앉아서 뷰티풀은 연발했다.
-오 마이 갓! 너무 예쁘다. 기대 없이 왔는데, 오늘 하루 너무 좋다.
-원래 기대 없이 오면 더 좋은 법이야.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내가 본 미얀마의 하늘색은 대부분 파스텔톤으로 물든다. 일몰도 순수하고 착한 미얀마의 사람들을 닮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