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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Sep 20. 2021

나도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동남아 배낭여행 - 미얀마, 양곤


치앙마이에서 미얀마 국경으로 넘어왔을 때, 네이버에서 보던 Mr. 뷰티라는 사람을 만났다. 이 분을 만나면 양곤 가는 버스 티켓을 예약해주신다는 글을 읽었는데, 우연찮게 딱 마주친 것이다.


-어! 미스터 뷰티!!!

-예쓰!


사실 이 분은 미스터 뷰티가 아닌 미스터 뷰티의 친구 뚜라는 사람이었다. 뚜는 1에서부터 10까지 다 도와줬다. 버스 티켓, 환전, 유심카드 그리고 화장실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우리를 식당에 데려가 따뜻한 티를 한 잔씩 대접해줬다.

우리는 이렇게 수월하게 미얀마 국경을 넘어와 무사히 양곤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거야 싶을 정도로 말이다.


뚜가 대접해준 따뜻한 티, 달달한 게 딱 내 스타일이었다.


사실 미얀마는 나의 여행 계획에는 있지 않았다. 여행하다가 만나 친구 덕에 계획을 바꿔서 미얀마로 향한 것이었다. 운 좋게도 내가 여행을 시작한 기간에 미얀마 정부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줘서 비자비도 아끼고 생각지도 않은 미지의 곳을 탐험하게 되었다.


미얀마는 아직까지 외국인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성인지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이 낯설어서일까? 눈을 마주치면 수줍게 웃는 사람들의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거리의 분위기조차도 수줍고 귀엽다.



내 눈에는 너무 귀여웠던 건물들, 그리고 지나다니는 환한 미소의 사람들


미얀마의 한 낮은 정말 무덥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늘 아래로 걷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다.

만달레이로 가는 버스 티켓을 알아보러 숙소 근처 여행사에 들렀다가 본 술레 파고다.

양곤의 바로 중심부에 있는 파고다는 미얀마의 랜드마크인 쉐다곤 파고다보다 무려 2500년 이상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조용히 둘러보기 좋았다.


찌는 날씨에 도저히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숙소로 돌아가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운 좋게도 숙소 바로 근처에 슐레 파고다가 있다니! 나는 럭키걸




쉐다곤 파고다로 향하는 길에 만난 미얀마에서의 첫 일몰


해 질 무렵 쉐다곤 파고다로 향했다.

쉐는 황금, 다곤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황금 언덕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무려 112미터의 황금탑은 무교인 내가 보기만 해도 가슴을 웅장하게 했다.


신발을 벗고 입장한 쉐다곤 파고다에는 큰 황금탑 외에도 모든 건물들 및 작은 탑들 마저도 황금으로 빛이 났고, 아직도 한낮의 열기로 바닥이 후끈후끈했다.


저 멀리 해가 저물어가고 하늘이 어두워져 가는데도 열심히 공양을 드리는 사람들, 스님들,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열심히 기도드리는 사람들로 여전히 북적거렸다.


번쩍번쩍한 쉐다곤 파고다의 사원들


열기가 식어가는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삼삼오오 둘러 모여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혼자 두 손 모아 기도드리는 사람들, 이곳에 온 이유는 다르지만 다들 한 자리에 모여서 두 손 꼭 모아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나도 그들 사이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나의 이 꿈같은 여행을 잘 마치게 해 주라고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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